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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의 친절한 미술관

생 라자르역 - 클로드 모네 줄리아 리 (victoria808) 2015-4-7  05:01:38

140년 전 파리의 생 라자르 기차역. 육중한 검은색 기관차 한 대가 막 역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일찍 루앙이나 아르장퇴유 아니면 노르망디에서 출발한 열차일지도 모르겠네요. 기관차가 내뿜는 자욱한 증기로 역사는 마치 꿈속의 환영처럼 흐릿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어디론가 떠나고 또 돌아오는 사람들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출발을 알리는 다급한 호루라기 소리가 인파를 뚫고 지나가면 기관차는 굉음을 내며 다시 육중한 몸을 천천히 움직일 것입니다.

 

스티븐슨이 발명한 증기기관차는 산업혁명에 가속도를 붙이며 철도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거대한 쇳덩이가 하얀 수증기를 내뿜으며 꿈틀거리는 모습은 당시 사람들에게 놀라움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모네는 유리 지붕을 통해 구름처럼 서리는 연기와 그 사이로 흘러드는 빛의 효과, 그러한 혼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기관차의 거대한 위용에 매혹되었습니다. "생각이 났어 바로 생 라자르야! 기차가 출발할 때 역사는 굉장히 자욱한 연기로 가득 차서 도통 아무것도 알아볼 수가 없게 되잖아. 그건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야. 마치 한 편의 동화가 현실로 나타난 것 같지"  모네는 1877년 1월 화실을 기차역 근처로 옮겼고 4월까지 12점의 연작을 내리 그렸습니다. 역장의 배려로 모네는 역 안으로 들어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는데 심지어 모네를 위해 기차 출발 시간이 연기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당시 모네가 그린 연작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바로 '생 라자르 역_기차의 도착'입니다. 작품은 어딘가에 남겨두고 온 그리움처럼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기억에서 건져 올린 추억의 한 조각, 먼 훗날 되돌아보게 되는 아련한 과거 같은 것들 말이에요.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 집에 가기 위해 엄마 손잡고 기차를 기다리던 서울역 플랫폼이나 청량리역 광장에서 모여 대성리로 MT를 떠났던 추억, 표를 사기당하는 바람에 시끄러운 염소들과 닭들로 가득한 화물칸에 타야 했던 인도의 어느 낡은 열차도 생각나고  암스테르담에서 부다페스트로 향하던 야간열차도 떠오릅니다. 미지의 그곳으로 날 데려가 줄 열차, 그 뒤로 흐릿하게 보이는 파리의 건물들도 신비하게 느껴집니다. 기차와 대기의 움직임, 빛과 색들의 향연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작품을 보며 저의 가슴은 두근거림을 멈추지 못하고 있네요. 어디선가 열차의 기적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열차는 곧 뿌연 연기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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