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니 초록이 사라졌습니다. 도시는 새하얀 눈으로 뒤덮였어요. 보기엔 아름답지만 어쩐지 삭막한 느낌도 드네요. 싱그러운 초록 기운이 그리워진 것이겠죠. 작은 욕심에 집 안에 화분 두 개를 들여놓았습니다. 화분 하나에는 애플민트, 파슬리 그리고 이름 모를 허브가 함께 심겨져 있고, 나머지 하나에는 히아신스 구근이 심겨져 있습니다. 녀석들은 서재 창가에 올려다 놓았는데 한동안 더디 자라 걱정을 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쑥쑥 잘 자라고 있습니다. 허브들은 초록이 무성해졌고 히아신스는 구근에서 꽃대가 나오더니 하얀 꽃을 피워냈습니다. 어찌나 기특한지요. 덕분에 서재 안에 들어서면 향긋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난답니다.

신이 나 며칠 전에는 빈 화분에 배양토를 채우고 직접 씨를 심는 무모한 짓까지 저질렀어요. 바질, 실란트로, 하바네로 그리고 한국에서 금송화라고 불리는 메리골드를 심었죠. 어느새 화분이 여섯 개로 늘었네요. 무언가를 심고 가꾼다는 것, 꽤 기분 좋은 일이네요. 물론 녀석들을 먹을 생각에 두 배로 신이 납니다. 신선한 바질 잎으로는 페스토를 만들어 구운 바게트에 발라 먹고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라는 하바네로는 남편과 다툰 날 요리에 넣어 진정한 매운 맛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아직 싹도 안 틔운 녀석들을 앞에 두고 벌써부터 먹을 생각을 하다니, 조금 웃긴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