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 싫어하시는 분들은 이게 무슨 개소리냐 하실지 모르겠지만...저같이 몇십 년 동안 일본문화를 접했던 사람이 보기에 이번 뉴진스 신곡 버블검 뮤비는 너무나 일본풍으로 보여요.
입고 나오는 흰 남방이랑 남색 반바지를 가만히 보면, 완전 교복은 아니라 절묘하게 피해가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일본 교복 분위기가 나요.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 같은 애니 보면 어떤 교복 스타일인지 아실 거예요. 흰색 상의, 남색/검은색 하의.
한국 스타일 교복은 아닌 것 같아요. 버블검 뮤비 관련 사진들 보니 가느다란 리본을 목에 묶은 것도 있는데 리본까지 달면 정말 교복.
어떻게 보면 약간은 대만 드라마 상견니에서 나오는 교복 느낌 같기도 해요.
뮤비 시작을 보면 소녀들이 다 같이 자동차에 타고 시골로 여행을 떠나요.
이런게 한국의 여름방학 감성인지 정말 잘 모르겠어요. 근데 일본 순정만화나 애니 보면 여름에 친구들이 모여서 어딘가로 여행가는 게 엄청 많이 나와요. 거의 공식처럼요. 다섯 여섯이 같은 차를 타고 시골이나 해변에 가서 노는 장면이 진짜 꼭 나오거든요.
공식 말이 나와서 그런데 일본 순정만화나 애니의 또다른 공식은 불꽃놀이예요. 드라마를 봐도 꼭 한 번은 불꽃놀이가 나와요. 손에 들고 불꽃 튀기는 그런 식의 불꽃놀이.
버블검 뮤비 막판에 다같이 밤에 응원봉 같은거 들고 노는 장면이 나와요. 근데 불꽃을 들고 있지는 않지만, 그 장면을 가만히 보면 일본만화나 영화에서 밤에 모여 불꽃놀이하는 딱 그 감성 그 자체예요.
전체적인 뮤비 분위기는 90년대 이와이 슌지 영화(하나와 앨리스, 러브레터, 4월이야기)가 생각나요. 화면의 아련한 느낌이 특히 그래요.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인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나오는 고등학생 여자아이가 있는데 똑단발에 하니랑 분위기 비슷하고요. 그 영화 분위기도 고즈넉한 시골 느낌에 자매들끼리의 순수한 모습이 사랑스러운 작품인데 버블검 뮤비랑 느낌이 유사해요. 아참, 그 영화에 초록색 날개 선풍기가 나오는데, 똑같은 게 버블검 뮤비에도 나오더라고요. 이래서 아일릿 디렉터가 저격한답시고 인스타에 이 영화포스터 올린듯. 근데 레퍼런스라고 반박한다면 뭐, 그럴 수도 있겠죠.
이런 것들은 그 느낌을 모르시면 아마 이해하기 어려우실 텐데 저처럼 일본문화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딱 무슨 느낌인지 아실 거 같아요.
게다가 이번 노래는 장르까지 시티팝이라... 더욱더 강렬하게 일본느낌이 나요.
저는 이런 분위기가 싫지는 않은데, 한국 뮤비에 이렇게 대놓고 일본 감성이 합해지니까 기분이 좀 이상해요.
정말 다국적 걸그룹이구나 싶기도 하고요. 배경은 한국이고 소 구경하는 귀여운 시골장면도 나오고 그러는데 전체적인 분위기와 감수성은 일본...
일본 CF에 버블검 노래가 사용되었다고 하는 걸 보니, 일부러 일본스러움을 한스푼 더 넣은건가 생각도 들고요.
뭐 흔한 청춘물 분위기가 다 거기서 거기지 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제 감상은 그렇습니다.
근데 노래는 좋아서 자꾸 듣고 있어요. 뉴진스 노래 복고감성 엄청 좋아합니다.
뉴진스 까려고 쓴 글은 절대 아니고요 그냥 저같은 생각 하시는 분이 또 있으려나 궁금해서 끄적여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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