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이렇게 쓸쓸한 날씨엔 아무래도 혼자라는 외로움이 더 뼈에 사무치는 걸까, 부쩍 궁합을 봐달라는 얘기들이 많아졌다.

며칠전에도 남편쪽  가까운 여자 후배가

최근 사귀는 사람과 밥한번 먹으며

좀 봐달라는 (인생 선배로서, 사주 상담자로서….,)

초대 자리가 있어서

저녁을 거하게 먹으며

즉석 궁합을 봐 주기도 하고

금쪽 같은 우리 딸냄이가 남자  사주를 들이밀더니

아들내미   여자친구들,

미시 사이트  쪽지 ,

지나간 고객님들 자녀 혼사에 까지

갑자기 여기저기서 궁합 좀 봐달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 사주를 배웠을 때는

본분에 충실해서  궁합이 안 좋다 그러면 도시락 싸들고 따라 다니며 말렸었다.

그러다 연륜이 조금씩 쌓이면서는

점점 눈치가 늘어서

이미 사귀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무슨 부탁을 받아도 궁합을 안 봐줬었다.

나중에 혹시라도 헤어지게 되면

내가 재수없는 소릴해서(궁합이 별로라고…-_-) 그렇다고 원망하더란 소릴 들은 다음 부터다.

경험상으로도

궁합 좋고 나쁨과 해로 하고 안 하고는

좀 다른 걸 많이 봐서…,

지금은 그저

누가 궁합을 봐달라 그러면

요즘 같은 세상에 사진만 보고 결혼 하는것도 아닌데

직접 가서 잠도 자 보고

미리미리 살아도 보고

직접, 직접 다~ 맞춰보라고 말하고 만다.

 

그럼 궁합은 아무짝에도 소용 없는 거냐고?

사실은 미리 알아두고

자~알 사용하기만 하면 아주 아주 쓸모 있고 잘 맞는 것 중의 하나지만

안 그래도 굴곡 많을 인생사를 궁합에다 핑계대고

“궁합이 안 좋다니 헤어지는게 나아.

궁합이 안 좋아서  내 결혼 생활이 이렇게 우울한거야.

궁합이 나쁘다니 애써봐야 소용 없어”

식으로

부득 부득 결혼은 해 놓고서

안되는건 궁합 탓을 하던가

궁합 좋다는게 무슨 만병통치  마법의 약 처럼

말 하고 노력 안 해도

싸움 한번 없이 , 돈도 착착 벌리고, 애들도 건강하고 …

그런식의 저 세상 바램을 꿈꾼다던가 …,

할때는 세상 소용 없는게 궁합이라서….

 

그냥

술도 한번 진탕 먹여 보고(술 먹으면 본성이 나온다니까….)

잠도 한번 미리 자보고( 속 궁합을 봐야 할테니…)

건강 진단서도 서로 떼어보고( 개인적으론 이런게 궁합 보러 가는것 보다 더 먼저 해야 할 것 중의 하나라고 생각 한다.)

양가 부모님, 친척 내력도 좀 찬찬히 살펴보고….(옛날 양반, 상놈 같은 반상의 도리를 보는건 아니지만 너무  다른 분위기의 집안간 결혼은 , 좀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서….)

그런게 우선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저 위의 것을 다 해 봤는데

그래도 확신이 안서서

궁합보고 안 좋다 하면 헤어져야지… 하는 마음으로

궁합을 보려 한다면

그냥 지금 헤어지는게  나을거다.

사람과 사람간의 그 복잡하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오고감을

직접 함께한 당사자에게도  확신이 안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달랑 몇글자 주고

그 결론에 따르겠다고?

그런식 마음 가짐이라면

어떤 궁합, 결혼 생활이 와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나는

재혼하는 사람들은 궁합을 보지 않는다.

거기까지 갔을때의 마음가짐이면 웬만한 이혼수는 가볍게 넘어 갈 수 있다는 경험치들 때문이다.

종교인들의 결혼도 궁합을 보지 않는다.

성스러운 신념앞에선 인간사이의 틈은 별게 아니라고  봐서다.

더불어서

나이들어서, 철들어서

이민온 사람들도 궁합을 보지 않는다.

철들어서 자기가 태어난 나라 떠나 산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힘든 팔자(이혼같은….,) 하나쯤은 찜쪄먹게

고생수를 떼웠지 싶어서다.

 

재료는 같아도

집집마다 장맛, 김치맛이 다르듯

사주의 큰 틀은 정해져 있다해도

상대방의 사주,

아이들의 인연…, 각자의  심성…

주변과의 관계…,

변화의 요소는 너무도 많다.

운명의 운은 

구름 운, 움직일 운 이다.

그러니

가보지도 않은 미래를 궁합이니 팔자니 정해놓기전에

내 운명의 공은 내가 들고 굴려 보면 어떨까? 

 

“궁합은 각자 하기 나름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