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30년을 전업만 하다가
남들 은퇴할 나이에 직장 생활을 그것도 미국 회사에서 하려니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이제 한숨 돌릴때 쯤 이사를 해야만 해서
부랴 부랴 이사까지 끝내 놓고 나니
올해도 벌써 5월이 되었다.
5월은 유난히도 행사가 많은데다
시댁쪽 집안 대소사 , 기념일 등이 다 이 달에 있어
일일이 다 챙기자면
세상에 맙소사…라서
그냥 안주고 안 받기로 뭉뚱그려 버렸다.
그래도 아무리 바쁘고 시간이 없더라도 내가 단단히 마음을 내서
준비하는게 하나 있으니
바로 시아버님 기일
즉,
제사다.
나는 사실 교회를 다니고 세례까지 받았지만
철저한 유교 집안에서 자라 시집을 와
맏며느리로, 아버지가 돌아 가신 후에도 모든 시댁 제사를 정성껏 챙기던 친정 엄마와
친척들 속에서 크면서
제사는 그저 미풍양속의 하나쯤으로 , 그렇지만 지키는 쪽이 더 익숙한
무늬만 교인이었던 차에
불교에 장남인 남편을 만나면서
교인이었던 시절은 그저 과거의 추억일 뿐
지금은 제사를 미국에서도 지내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전통처럼 매해 봐 오던 것이니
그려려니 하면서
손님상 차리듯
별 뜻 없이 음식을 준비하곤 했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시댁 칭찬은 엄청 받았지만..^^)
미국에 와서는 내가 먼저 더 정성을 다 하는게
사실 계기가 있었다.
남편이 장남에 장손이라
한국에서는 제사나 명절때면 친척들이나 사촌들이 다 우리집에 모여서 꽤 북적거리는 분위기였었는데
달랑 우리 식구 뿐인 미국에서는 돌아가신 시아버님 기일을 맞아 제사상을 차려놓고 보니 너무 허전해서
남편이 가까이 사시는 한의사 선생님을 초대 했었었다.
(가끔 내 얘기에 등장 하는 거의 도인에 가깝다던 한의사 선생님…)
다행히 한의사 선생님도 기꺼이 와주셔서
함께 의례적인 순서를 마치고
막 제사를 끝내려고 하는데
이 분이 조금 심각하게 남편에게 한마디 하시는 거였다.
“ 저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제가 단전 호흡도 하고 그랬어서
(영혼을) 보거나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지금 이댁 아버님이 커피와 담배를 찾으시는데요.”
그 순간
남편과 나는 거의 기절할 듯이 놀랐었다.
사실 한국 시댁에서
시 어머니가 제사를 주관해서 지내실 땐
으례 제사 끝나고 나면
믹스 커피와 담배를 후식처럼 상에 올리며
시 아버님이 살아 계셨을 땐 꼭 식사 후에 달달한 다방 커피와 담배 한대를 즐기셨다고
시 어머니가 말씀 하시긴 했었는데
미국에 와선
남편이나 나나 원두 커피를 , 그것도 블랙으로만 먹는지라
제사 음식을 준비하면서도
아무도 안 먹는 믹스커피까지 박스로 사기는 그래서
그냥 그 순서는 생략을 했었던 건데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던 한의사 선생님이
“담배와 커피” 그걸 꼭 집어 내시니 …..
결국 부랴 부랴 한의사 선생님 댁에서 공수해온
믹스커피와 남편의 담배로 조금 지연은 됐지만 무사히(?) 제사를 마치고
제사상에 차렸던 음식을 먹으며
한의사 선생님이 좀더 들려 준 일화와( 주로 영혼세계와 기, 명상… 그런 얘기들…)
그 후의 여러가지 일들로 ( 최면으로 진행하는 전생 체험 세미나를 몇번 갔었었다)
이제 나는 영혼의 존재를 절대적으로 믿는 쪽이 되었기 때문에
제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성을 다하고 있다.
한의사 선생님 말씀으론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이나 약등을 먹듯이
영혼들도 그 상태를 유지하자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는 자연에서 얻을 수도 있고
사람의 말이나 생각 , 마음, 기도, 등에서도 기, 즉 에너지가 흘러나오는데
이때 파장이 통하면(연결되면)
에너지를 전달 받기도 하고
스스로 (명상등으로) 에너지를 얻기도 하고
영혼들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기독교 등을 믿어서 제사를 기대안 하는 영혼은
다른 방법으로 에너지를 얻는 법에 좀더 익숙해 진 걸 볼 수 있는데
(교회의 찬송이나 기도등에서 에너지를 전달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한 상태에서 준비가 안된채 죽음을 맞이 한 경우나
본인의 후손은 제사를 지내리라고 믿었는데
후손이 (단지 제사를 지내기 싫다는 이유로 ) 기독교등으로 개종하고 맘대로 제사를 중단해 버린다면
(이런 후손일 수록 최소한의 기도 조차도 안하는 수가 많으니까)
그 영혼은
인간이 배고프듯이
허기가 지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
남의 잔치집을 기웃거리거나
아는 사람들(영혼들이라면 주위 무덤들…) 잔치(=제사)날에 쫒아가서 얻어 먹기도 하고…
교회나 사찰, 기가 풍부한 자연…. 무당…그런 곳을 찾아 다니거나 하며
영혼들도 에너지를 찾아 다니게 되는데
이게 원활하지 않으면,
사람이 오래 굶거나 해서 기운이 없으면
병이 나듯이
영혼도 기운이 없어
밝고 환한 쪽으로 가지를 못하고
사고가 나서 많은 사람이 죽은 곳,
습하고 어둡고 침침하고 더러운 곳….
주로 그런 곳에 기거 하며
점점 귀신화가 되는 수가 많다고 한다.
영혼 들은
사실 어떻게든 (에너지가 충만해서) 충분히 깨달음을 얻어
가벼워 져서 위로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배가 고파 허기가 지면
화가나고 서운하고 ….,
위로 올라 갈 힘도 없고…
하니 점점 가라앉고 무거워져
원귀처럼 되어
어둡고 무거운 기운에 잠식되다
그 기운과 비슷한 파장을 가진 (주로 후손…)
산 사람에게 까지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산 사람은
오히려 살아 있기 때문에
만나서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하고…
이런 이해관계를 가질 수도 있는데
영혼 상태가 되면 ,
모든게 훨씬 단순해져서 마치 어린아기와 같다고 생각해야 한단다.
해서 영혼과의 약속은 꼭 지켜주어야 하고
반대로 영혼들도 사람이 허락하지 않는 일을 영혼이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영혼들은
돌아가신지 30년 정도가 되면
거의 자연에 동화 되거나 깨달음을 얻어
더 이상 제사나 특별한 인간의 방식으로 주는 에너지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런 걸로 따지면
돌아가신지 50년이 가까운 시아버님이 더 이상 제사 음식에 연연할 것 같지는 않지만
우리도 뭐 먹을게 없어서 생일 상을 기대하는 건 아니듯이
며느리로서
저쪽 세상에서도 건강 하시고 편안 하시길 바라는
내 정성을 담아
1년에 한번 생신상 차리듯 하는 것이라
( 더구나 나 아니면 차려 줄 사람이 없는 상이니…^^)
할 수 있는 한 (정 바쁘면 몇가지는 사서 놓더라도…)
정성을 드려 보는거다.
그 덕인지 내 복인지
어쨌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그럭 저럭 잘 넘어가며
여기까지 온게
나는 제사를 잘 모신덕이라고 믿고 있으니
이번 달에도
시 어머님 생신은 현금으로 때우지만
시 아버님 기일은 정성껏 차리는 제사상으로 준비하려 한다.
P.S 이런 저런 이유로 제사를 안 지내는 집이라해도
웃는 소리, 기도, 칭찬하는 덕담, 깨끗한 환경…. 등등
영혼이 기를 얻는 과정은
운이 좋아지는 방법과 거의 흡사하니
그런쪽으로 내 주변을 점검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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