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방학이고 해서
뜅굴 대는 아이 잡아 앉혀 놓고 한국 동화 책 읽기를 시켰다.
(사라는 아이들 한국 말 교육을 위해, 한국 전래 동화 영어판을 준비 했음)
효녀 심청이는 지 누나 한테 '아동 학대'라고 까인적 있어,
심사 숙고 끝에, 형제간의 우애라는 주제가 맘에 들어
흥부전을 골라 놓고
억지로 잡아 읽히면 교육 효과 떨어질 까봐
이제나 저제나 '읽어 주(시)길 바랬더니...ㅠㅠ
안 되겠다 싶어서 오늘은 아예, 책을 쥐여 주고
"읽어!" 했다. (진작 이럴걸^^)
그런데
다 읽더니 반응이 영 .... -_-
"왜?" - 사라
"솔직히 ... 이걸 왜 읽어 야 해?. 재미도 없고 ...
그냥 미국 동화책 보면 안돼?" - 아들
"그건 나중에..., 너 이거(영어로) 다 읽어서, 먼저 내용을 알고
한국 동화 책 읽을 거거든. 그래야 한국말 안 잊어 먹지....
(착하고 우애 있어야 한단) 교훈도 배우고.... " - 사라
여기는 미국인데 왜 한국 말을 배워야 하느냐는 앙탈?엔
대답할 말을 수십 가지 쌓아 놓고
(누나의 성공적인 선례가 있어서....^^)
자신 있게 밀어 붙였더니
이미 얘도 누나의 실례를 익히 보아 그 부분은
선행 학습이 끝났나 보다.
대신 다른 질문이 나온다.
"근데, 이 얘기가 이해가 안돼."
'오호라. 나왔다. 네 누나도 그랬느니라...ㅎㅎ'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 반갑게 되 물었다.
"어떤 부분? 엄마가 설명 해 줄께"
"첫째. 이 흥부라는 사람, 왜 놀부네 집에 가서 혼나?"
'오! 구체적인데...! 좋았어'
"봐 봐!, 여기서 흥부가 동생이고, 놀부가 형인데
그니까 흥부가 너고, 놀부가 네 누나 같은 건데,
여기선 남자들이니까 형이라고 불러. 놀부를...
근데 이 형이, 아빠가 돌아 가시면서 물려 준 재산을
혼자 다 가지고 동생 흥부 네를 내 쫒은 거야. 집도 뺏고....
그래서, 흥부 네가 갈 곳도 없고 배가 고프니까
밥 좀 달라고 형 네 집을 찾아 온 거야.
근데 맘씨 나쁜 놀부가, 밥은 안 주고 자기 부인하고 함께
다시 동생을 내 쫓잖아.
지들은 하얀 쌀 밥 먹으면서...."
말해주다 보니, 배고픈데 하얀 쌀밥을
주걱으로 얻어 맞으며 보고만 있었을 흥부 생각에
어째, 내가 더 감정 이입이 되며 '울컥' 하는데....
(사라는 밥 뺏기는 설움이 제일 크다고 생각함 ㅋㅋㅋ)
얘는 여전히 반응이 뜨듯 미지근하다.
"그래서?"
뭔가 또, 누나 때와 비슷한 장면이 연출 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스멜, 스멜 올라 오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사라는 최대한 상냥하게 , 쉽게 설명 하려고
정말 최선을 다 했다.
아이들에게 한국말 가르치기는
어떻게 보면, 내가 제일 신경 쓰는 부분 중의 하나다.
아무래도 늦게 30넘어 시작한 영어가
내겐 좀체 가까와 지질 않아
온갖 공을 들여 큰 딸 에게 한국 말을 가르쳐 놨더니
오호라~~~ 아주 재미가 쏠쏠 했다.
우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언제든 할 수 있었고
(특히 야단 칠 때 ㅎㅎ))
아이와 자유로운 의사 소통이 가능해지니, 사이도 좋아지는 것 같고
(이건 딸도 인정)
쓸만한 동시 통역사가 늘 옆에 있을 수 있고
(얘, 대학 가고 나서, 저게 제일 아쉬워... ㅠㅠ)
간혹 아이한테 사주 보는 걸 통역 시켰더니
(가끔, 영어밖에 모르는 손님들도 있어서...^^)
저도 내친 김에 사주를 배워서
음양이니, 오행이니... 아는 소리를 하는 것도 좋다.
(통역비 꼭 챙겨 가더니 수입도 짭잘.......)
그리고, 무엇보다, 그러는 가운데 딸이,
진정한 '운運'의 뜻을 알고, 카르마 (업) 개념도 받아 들여
스스로 좋은 카르마를 만드려고 애쓰는 것도 고맙고...
좀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엄마 . 지금은 안 좋은 때니까..."
하며, 무리한 욕심 부리지 않으려 하고
친구들 궁합 봐 주고(거의는 내가 보고 전하기만 하지만^^)
밥 얻어 먹는 재미도 크고
같은 사주라도, 본인들 하기 나름이란 걸 팍팍 강조한 덕에,
'명심'하고 사는 모습이 이뻤다.
어쨌든, 제일 좋은 점은, 딸 하고, 친구처럼
우리들 만의 이야기(사주라는)를 나눌 수 있는 것이지만^^
물론, 그렇게 해 놨어도
우리 딸은 막상 남자 친구 사귈 땐 궁합 별로 안 본다.
사주에선 시時의 역활이 큰데,
처음 만나서 "너 몇 시에 태어 났어?' 할 수도 없고....
이것 저것 따지자니 , (사귀기) 너무 복잡하고,
사귀고 나선, 괜히 궁합 안 좋다 그럼 찜찜하고,
그래서 딸은, 궁합은, 오히려 헤어지게 되면 본다.
왜 그런 사태(헤어지는...)가 됐는지.....
그럴 때 마다 사라는 망설임 없이 팔을 굽혀
(팔은 안으로 굽는다.^^)
"차라리 잘 됐어. 궁합도 별로 였고,
그 애나, 너나 앞으로 서로, 진짜 짝 만날 때가 올 거야"
어쩌고... 하면서 실컷 수다 떨고 나면
딸의 날씨는 다시 '쾌청'으로 돌아 서고, 그걸 보며
"역시 (한국 말) 가르치길 잘 했지^^"
하며 흐뭇해 하던 차라
그 전통?은 아들 아이도 피할 수 없었다.
그 동안 딸을 통해, 단련 된 노하우도 묻히기 아깝고....ㅎㅎ
근데, 얘들은 항상 내 예상 밖에서 움직이니....
왜, 이런 (당연한)얘기가 이해가 안 가야 하냐고.....
형제간엔 사이 좋아야 하고,
나쁜 짓 하면 벌 받는다....이런 주제가 -_-
(다시 얘기로 돌아와서)
내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 계속 눈만 껌뻑, 껌뻑 하고 있다.
'네 누나 같은 거....' 라고 했더니 더 헷 갈리나 보다.
나이 차가 많이 나서 싸워 봤어야지.@@
그러더니 아무래도 밥 문제가 계속 걸리나 보다.
(누구 아들 아니라 할 까봐... ^^)
"근데..., 왜 흥부 밥을 놀부가 줘야 하는데?"
'엥? 이 무슨...?'
순간 파라락 펼쳐지는 '형제끼린 서로 우애 있고...'등의
한국형 도덕 교육은 잠시 미뤄 두고
최대한 단호하게, 그러나 상냥하게
사라는 딱 잘라 말했다
"형제니까! 형제는 그런 거야. 서로 도와야 하는....
그리고 이 책에선 그것 뿐 만이 아니고
흥부 재산을 놀부가 뺐기 까지 했다니까...
집도 뺏고...."
"왜?"
('아! 아들아. 너는 어찌, 그런 질문을,
어찌 그런 해 맑은 얼굴로, 잘도 하는 게니? ㅜㅜ')
"왜냐면, 아빠가 돌아 가시면서 재산을 똑 같이 남겨 줬는데
형이 그걸 다, 혼자 꿀꺽 한 거야,
그리고 내 쫒기 까지 했지. 나쁜 짓 이잖아. 그거..."
(애 나이에 맞춰 설명 하려니, 어휘가 조금 빈곤해 졌음)
내 눈물 겨운 설명?이 그래도 가슴에 닿지 않는지
아인 그냥 밍숭 맹숭 하더니....
"음.... (한참 생각 하다가....)변호사는? 변호사 없어?"
이쯤 되니 슬슬, 갱년기 열이 재발 하려고 하는 걸
다시 꾹 누르며( 한글 안 한다 할 까봐 *-_-)
"그땐 옛날이라서... 그리고 아빠가 유언을 하셨는데...
무슨 변호사가 필요해. 형이 나쁜 거지."
(사라 목소리 톤이 슬슬 높아진다.)
(다시 아들)"음........ 유언장도 없고?"
('아니 얘기가 왜 계속, 여기서 맴돌아야 하는 거지?'
그래도, 참아야 하느니라' )
" 옛날엔 그런 거 없었다니까....,그리고 어쨌든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누나나 형이 부모 대신 인 거야.
그러니까 동생을 돌봐줘야 한다고"
그 와중에도 혹시 얘가 나중에 제 누나의 전적인 돌봄?을
당연히 기대할까 걱정되서 얼른 뒷 말도 급히 붙인다.
"물론 함께 도와야 하지. 그런데, 여기선 형이 그걸 혼자 다 가지고
동생을 쫒아 냈으니까..(나쁜 거야). 그래서 나중에 벌 받잖아"
"무슨 벌?"
"왜 제비가 박씨 물어 줬는데... 봐 봐! 여기...
(사라는 동화 책의 페이지를 펼쳐가며 열심히 설명 했다.
아! 사리 나오겠다. 사라....ㅠㅠ)
내친 김에 책 한 권을 다시 읽어 주다시피 하고
한 숨 돌리려는 내게, 아드님, 다시 질문 한다.
아니 따진다.
"근데, 엄마. 그럼 (흥부)아빠가 나쁜 거잖아."
"아니 왜? (아빠는 돌아 가셨는데....?)"
"아빠는.... 자기 아들인데, 그렇게 재산을 형한테 다 주면,
형이 혼자 다 가질 거라는 것도 모르고....
(자기 아들인데... 그런 것도 모르고....)
유언장 같은 것도 안 만들어서, 동생 돈을 다 뺏게 하고....
그러니까 아빠가 나쁜 건데, 왜 형이 벌 받아야 해?
그리고, 흥부 동생은 가난하다면서 애들은 왜 그렇게 많아?"
'정말, 이 와중에 얘는 왜 이런 게 궁금할까?'
남 몰래 한숨 쉬곤, 다시 차근차근, 설명한다
"아니, 부모는 어쨌든 자식을 믿는 법이야.
(이런 고차원 적 얘기를 알아들을까? )
그리고 아빠가 갑자기 돌아 가셨나 보지.
그래서 변호사도, 유언장도 없고....
또 (아이들은) 아빠 땐 잘 살았었으니까.
그 집에 살 때 낳았나 보지.
그리고 옛날엔 병원도 없었고,
애 안 생기게 하는 것... 그런 것도 없었을 테니까...
(참,나.... 내가 왜 이런 걸 설명하고 있지?
그리고, 이런 말... 해도 되는 나인가?)
머리 속이 마구 복잡해 지고 있는데
우리 아드님,
아예 쐐기를 박는다.
"근데, 엄마. 그럼 그 흥부 아저씨는 애도 많은데
걔 들 part time이라도 시키지.
그걸, 왜 형 한테 와서 먹을 걸 달래? 식구도 많은데...
그리고,
흥부 아저씨는 왜 일 안 해?"
아!
이래서 결국, 사라의, '(아들)한글 공부'는 산으로 갔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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