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놀이를 갔다 왔다.

어떤 인연으로 우리 집에 살게 된

조카 뻘 되는 아이가

"이모, 벚꽃이 활짝 핀 것, 보고 싶어요. 예쁘겠죠?"

하는 소리에

애들이 큰 이후론, 한번도 가지 않던

꽃놀이를 다시 다녀 왔다.

그런데, 엄마의 꽃놀이 소식을 들은 딸 애가 묻는다.

"엄마, (엄마 친구) 아줌마는 이제 괜찮아?

벚꽃나무 아래서 펑펑 울고 결혼 했다던....

또 벚꽃 폈는데..."

ㅋㅋ, 그러고 보니

좀은 특이한(?) 결혼 승낙 사연에

그 집 뿐만 아니라, 우리 애들 까지

해마다 봄이 되면, 벚꽃이 필 때면

벚꽃나무 아래서 하염없이 울다가 결혼 승낙을 했다는

그녀는 왜 울었었을까? 가

꼭 한번쯤은 회상이 되는 친구가 내겐 있다.

"나도 이유를 모르겠어.

미국에서 온 애 아빠(그때는 그냥 한 남자)를 소개 받고는

사실 별 달리 화악 끌리는게 없어

결혼은 말고, 친구나 해요 (지금 생각하면 참 건방져 보였을 꺼야 ㅋㅋ)

해 놓곤,

잊을만 하면 연락해 오는 남자를

띄엄 띄엄 만나다

어찌 어찌 해서, 창경원 밤 벚꽃놀이를 가게 됐는데....

그 흐드러진 꽂나무 아래서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거야.

나도 모르게, 이유도 없이....

그래서 정말, 펑펑 울었다.

울다가, 울다가....지쳐서 나중엔 기진맥진 하도록...."

"아저씨(그녀 남편)는?"

"너무 당황 했겠지? ㅎ... 그래도 별 말 없이

옆에 앉아 기다려 주더니, 손수건을 건네주데.

그 손수건에 눈물 콧물까지 다 묻혀 가며 닦고는

좋아요. 우리, 결혼 해요! 했어. 후후

어쩌면, 지금 이렇게 속 썩을 거 알아서 그랬었나?

하하하"

말이 그렇지. 사실 친구네 부부는 참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부부가 둘 다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선한 사람들이

늘 베플며, 조용 조용 살고 있다.

물론 젊어서는 의견 충돌도 꽤 있었겠지만

지금은 둘 다 마음 공부에 애쓰는

마치 도반 같은, 오늬 같은 부부다.

그렇지만

그녀 스스로도 의문인

벚꽃나무 아래서 통곡?한 사연은

해마다 봄이 되면, 우리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곤 한다.

내가 즐겨 예를 드는 책

영혼들의 여행에서는

이 생에서 꼭 만나야 할 특별한 인연들끼린

간혹, 서로를 잊어 버리지 않기위해

'깃발'을 표시하고 태어 난다고 한다.

"깃발?"

"예. 약속 같은 거예요.

서로에게 특별한 사람이라는....

예를 들면, 지금의 내  남편에게는

나를 스치는 순간, 기분 좋게 느껴지던 비누 냄세가

그 깃발 이었던 것 같아요.

그 냄세를 느끼는 순간 생각 했답니다.

아! 이 남자랑 결혼 해야 겠구나.....

내게는 ... 그 깃발은

아내의 웃음 소리 였었어요.

마치... 하늘에서 들려 오는 종소리 같은....

그리고, 귀 옆에서 찰랑 거리는 단발 머리도..."

"그럼, 그 깃발은 항상 알 수 있나요?"

"아니요. 때론 엉뚱한 표시를 '깃발'로 오해 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사실 좀 복잡해져요.

정작 만나야 할 사람을 스치고,

안 만나야 할 사람을 결혼 까지 하고....

그럼 또 그와 연관된 다른 사람들의 항렬까지 달라지니까....

그래서 가급적 그런 일이 안 일어 나도록

몇 번씩 연습을 하고 태어 나는 경우도 있고

서너개의 깃발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고....“

해마다 봄이 오면

벚 꽃이 필때면

내 친구가 본 깃발은 과연 무엇이라서

그녀는 벚꽃나무 아래서 하염 없이 울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