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너 그거 아직 가지고 있어?”
사라는 지금 기숙사 짐 챙기는 딸 옆에서 구경(?) 중^^
“그~~~러엄, 내가 처음으로 여자가 된 날, 아빠가 준 선물인데....”
“아가씨, 그건 좀 오버다, 여자가 됐다는 건 ....
거 뭐시냐. 남자하고 잠을 자서...그러니까, 섹스를 해서...
(아, 난 왜 아직도 딸 하고 이런 대화는 부끄러운지 몰라)
좌우간 그런 거 아냐? 처음 생리한 날을 가지고 그러긴....“
말 하다 보니, 그것도 맞나?
언젠가 내 입으로 말 한 듯 싶어 말을 흐리는 내게
딸이 정색을 한다.
“아냐, 아빠가 주신 카드에도 그렇게 적혀 있고
이제 부턴 애기를 가질 수 있으니까 진짜 여자가 되는 거라고 했어.
see!“
아이는 그 카드도 곱게 간직하고 있었다.
내용을 보니...
[딸! (아이 이름...)
첫 생리를 축하한다.
이젠 진짜 네 몸이 엄마가 될 준비가 끝났다는 소리니
우리 딸 다 컸네.
오늘부터 넌, 아이에서 어른, 여자가 되는 거니
건강하게 잘 자라
훗날 네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예쁜 아기를 가질 수 있기 바란다.
아빠가,
이 축하 할 날을 영원히 기억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
분홍색, 조화 장미를 준비 했다.
(목걸이, 반지는 네가 잘 잊어 버려서....)
이, 장미들 처럼 항상 아름답고, 우아하게 자라렴
그리고
만약 앞으로, 생리 중에 뭐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지 아빠에게 말해.
네 진짜 왕자님이 올 때까진
아빠가 네 왕자님 해 줄께.
사랑한다.
아빠가 ]
와아!
그땐 그렇게, 어색해서 그걸 어떻게 하냐고 난리를 치고
비록 내가 쓰라고 일러 준 구절을 그대로 옮겨 적은 듯 싶긴 하지만
이렇게 다시보니
감동의 쓰나미다.
‘우리 딸 힘들겠어,
이런 아빠 밑에 크다가 웬만한 남자가 눈에 차려나.....ㅠㅠ
아니, 장인 하고 시시콜콜히 비교 당해야 할 (미래) 사위가 힘든 건가?‘
별 생각을 다 하며, 웬지 가슴이 뭉클하다.
딸도 자랑스레 덧 붙인다.
“내 친구들이 다 부러워 해,
그리고 그 장미 보고 싶다 해서 요번에 갖고 가서 보여 줄려고....
근데 남자는 왜 생리를 안 할까?
그러면(생리 하면) 쟤(남 동생)도 이런 축하 파티
근사하게 해 줄텐데....“
“그러게...”
딸 하고는 다른 이유로 나도
남자 애는 생리를 안 하는게 아쉽다.
......................
아직도 18세기 유적지같은 내 고향은
철저한 남존 여비의 관습이 만연한 곳이다.
당연히, 여자는 그저 살림 밑천 외엔 별, 쳐 주는 게 없어
생일상도 제대로 표나게 못 받는 판에
생리라는 건.....
요즘처럼 편리한 보조 도구들이 흔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당시 기준으로선 좀 빨리 생리를 시작한 나는
‘너무 까진 것 아니냐’는 눈치나 받고....,
이래 저래, 내겐 이, ‘마법에 걸리는 날’과의 기억은
사실, 별로 였었다.
그게 은근 ‘한’이 되어
딸 한텐
무조건
‘네가 여자라서 우린 정말 행복해.’를 팍팍 주입 시키고
특히, 딸아이 첫 생리 시작 하는 날은
평생 기억에 남을 ‘축복의 날’로 만들어 주리라
열심히(?) 준비를 했었다.
임신 한 후의 일은 남편한테 달렸으니
대신 첫 생리 날이라도 근사한 추억이 되도록....^^
요즘 애 들은 좀 빠르 다기에, 그 애가 10살 때부터....
원래 남편은, 집안일은 무심한데다
바쁘다고 늘 밖으로만 돌았지만
애는 예뻐 죽었으니까
그 핑계로 세뇌를 시작
“내가 전화하면 무조건 장미 꽃다발 예쁘게 만들어서...
아, 생화는 시들면 너무 덧없으니까, 조화 장미,
비싸도 좋으니까, 정말 진짜 같고, 은은한 핑크 색으로 꽃다발 만들고,
고급 스테이크 집 예약해 놓고...
축하용 카드도 사고...
그리고 알지? 절대 표 내면 안돼.
내가 시켰다는 거...
그냥, 아빠 생각이라고...
아빠가 정말 (네가 여자가 된 걸) 축하 해 주고 싶어서,
이젠 어느 때고 엄마가 될 수 있는 거니까
매달 그때마다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 하는 거라고....
아, 예쁜 케이크도 사면 좋겠다.
그리고 꼭 말해줘야 해.
스테이크 사주는 건,
특히, 여자는 생리나 임신 때 잘 먹어야 해서라고
(이건 당신 18번 이었잖아.ㅎㅎ)
그니까 앞으로도 한 달에 한번, 그날이 돼서 스테이크 같은 게 먹고 싶으면
무조건 말하라고,
아빠가 다 사 줄 꺼라고 약속도 하고....
(이 참에 엮어 두는 거야. 한 달에 한 번은 무조건 외식이다. 오! 예)“
그런 멘트를 귀에 더께가 앉을 만큼 해 댄 덕에
(카드에 고대로 쓴 걸 보니....^^)
남편은, 어색하다고 펄쩍 뛰다
-> 남사스럽다 반항하다
-> 체념해서 알았다고 할 때쯤
우리 딸의 빵빠레는 울려 퍼지고
첫 마법의 날은 시작 되었다.
(이벤트 계획하고 2년 후 쯤 인가.?)
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참 뻘줌하고,
스테이크 집은
딸의 긴급 제안으로 갈비 집(우리 딸은 갈비 마니아)으로 바뀌고
결국, 케잌도 집에 와서 먹었지만
형식과 절차보다는 의미에 뜻을 둔 그 행사는
200% 업적을 달성한 것 같다.
그 후로 더욱 더....
딸이 이렇게 소중히 간직한 장미와 카드만 봐도....^^
물론 그 날의 공약(마법에 걸린 날, 먹고 싶은 건 무조건 아빠가 다 사준다!)은
늘,
딸아이의 제안 보단, 엄마의 꼬드김으로
“너 생리 시작 안 해?
아빠한테 레스토랑 가야 한다 그래.
요번에 새로 생긴 이태리 레스토랑 전단지 왔던데....
어허, 엄마도 (생리) 하거든?....
그야, 나는 네 아빠 같은 아빠가 없고...
우리 남편은 그런 거 안 해 준단 말야“
하는, 반 강제성으로 (거의 - 매번은 아님^^)
장소도 정해지지만
처음의 거룩(?)한 뜻은
여전히 살아서 (생리 때 잘 먹어야, 임신 때 건강하다)
한 달에 한번 씩 팍팍 써먹힘을 당하고 (외식으로....^^)
염불보다 잿밥 수준의 그 외식에 재미 붙인 나는
딸이 기숙사를 가서 (외식) 핑계거리가 없어지자
아들 내미는 생리 안 하는게 못내 섭한 중 이었거든....^^
하지만 , 딸 애는
순수 하게
그 날의 ‘축하 파티’가 너무 좋았나 보다.
남동생에게도 그런 특별함을 주고 싶단다.
어쨌든
나도 아쉬워 (외식 기회가 준 게-_-) 궁리를 해 본다.
‘그냥 변성기할 때 파티 할까?
너도 이젠 아빠가 될 수...., 아냐. 너무 상관없지?
그럼 거기에 털 나면?
근데 그걸 어떻게 알아... 보자고 할 수도 없고...
아무리 엄마래도....
아 참!, 첫 몽정 하면 파티 열까?
그럼 맨날 그 놈 팬티 뒤집어 봐야 하는데...
너무 변태 스럽고....
에잇! 남자 애들은 왜 생리를 안 하는 거야.‘
ㅎㅎㅎ
20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