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정산들을 했나 보다.

가을 야유회 사진이 때 늦게 전송 돼 왔다..

불과 몇 달 전 이었는데도  벌써 잘 기억 나지 않는

장면, 장면들이 새삼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유독 눈 길을 끈 한 장의 사진....

언제 잡혔는지,

완전 줌 인으로 당겨졌지만

내 옷이 아니었다면 절대 알아 볼 수 없는,

조이고 닦아서 가린 앞모습의 내가 아니라

진짜 내 나이, 내 모습이 정직하게 담겼지만

내게도 너무 낮 선 내 모습

완전, 무장 해제 된 채 무방비 상태의,

푹 퍼진, 내 뒷 태 사진 이었다.

나는 내 엉덩이가 그렇게 자유로이 고공 낙하 중인지

(그 사진을 보고 서야)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니, 분명  나 인데도

내가 아닌 것 같이 생소한 내 모습을

이렇게 사진 한 장으로 만난 기억이  

몇년 전에도 있었었다..

 

아무리 팔자 탓으로 맘을 돌려 잡아 봐도

밖으로만 돌던 남편이 미워 죽겠을 즈음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생을 보는 일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전생에 뭘 했기에....' 하는 심정과

전생에서부터 엮인 운명이라는 당위성이라도

얻고 싶은 마음들이 그 쪽으로 탈출구를 찾게 한 건지

아니면 때가 됐다는 운명의 끌림이었는지......

게다가, 나는 마침 미국에 있었으니

이 참에 서양적 포츈도 한번 도전?해 보리라

겸사 겸사 주변에 광고를 하고 다녔다.

"어디 용한데 없어요?" 하며.........^^

 

그러던 중

가까운 지인 한 분이

취지는 전생으로의 여행이지만

(전생을) 못 봐도 무지한 힐링이 되서

생일 기념 삼아 연중 행사로 부부가 참석 한다는 세미나에

그 해엔 아저씨가 바쁘셔서 못 가니

아저씨 대신 함께 가겠냐고, 제안을 해 오셨다.

운전, 통역, 가이드 노릇 까지 다 해 주실 테니

경비만 대고 따라오라기에

얼씨구나,  다른 주 호텔에서 열리는

가는 날, 오는 날 하루씩 더해 3박 4일이나 하는 일정을

남편한테 허락을 받아 내었다.

애까지 친구한테 맡기고, 영어도 하나 못 하면서.....

 

다행히 세미나는 한국에 있을 때 들었던

쌍둥이 언니의  전생 체험 경험이랑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과 웅웅 대는 마이크 소리에

안 그래도 못하는 영어라(미국 온지 얼마 안되서...^^)

설명을 알아 듣는 건 아예 포기하고

눈치 반, 지인의 통역 반으로 때려 가며

우리는 2인 1조씩  짝을 지어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호흡을 시작 했다..

 

우리를 이 끈 사람은 (스톤 이라고 한다)

집단 최면으로 전생 퇴행을 지시 할 터인데

전생의 어느 순간이 너무 힘들거나 고통 스러우면

저절로 빠져 나오는 최면도 함께 걸 거라고

주의를 준 후

자신의 인도에 따라 호흡을 하게 했다.

흡(들 숨) 호(날 숨), 흡 호,.... 하면서

정신 없이 빨라지는 호흡

캄캄한 조명과 꽝꽝 울리는 드럼(심장 박동 소리 라는데...)

원시적이고  단조롭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첸트까지

청각적, 시각적으로 혼을 쏙 빼놓더니

꿈인지 생신지, 혼몽한  중에

저 멀리서부터 무언가가 점점 또렸 해지기 시작했다.

 

그건 정말

이미 알고 있는(어떤 시대인지, 등장인물은 누군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할까?

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들은

스냅 사진 한 장을 보는 것 같다 할까?

흐릿한 형체에,

'뭐지?'하고 신경을 모으다 보면

점점 선명해 지는, 한 장의 정지 화면.....

 

그날 내가 본 사진은 6장이 넘었다.

기원 2세기의 인디안 처녀들을 시작으로

4세기 페루, 16세기  네덜란드

17세기의   체코슬로바키아

18세기 일본

그리고 19세기 미국 까지

내 전생들은,

마치, 무작위로 펼쳐 든 여행 잡지의 한 페이지처럼

성별도 직업도 연령도 다양하게

그러나, 일관된 내 이야기를 담은 체,

낮선 배경 속에 펼쳐져 보였다.

 

사실 아직도 나는,

그날, 내가 전생을 본건지,

그저 꿈을 꾸듯 환상을 본건지

(나조차도) 확인할 길이 없다.

거기다,

한 생에 한 장면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전해 지는 정보로는

왜 그런 전생이 존재하는지...

그게 이 생과 어떤 연관이 되는지

(특히나  남편이나 애쪽은 아예 나오지도 않았었다.)

도통 감이 안 온다. -집단 최면의 한계란다.ㅜㅜ-

 

그래도 그게 내 전생들 같다는 느낌을 주는

연관성을 굳이 찾자면

2세기 인디언 처녀들과  페루의 사냥꾼들 중의 한 명이

이 생에서도, 내 친구로 환생해

로키 산 속에서 사냥이 취미인  남편과 살고 있다는 것

(그건 그냥 그 장면을 보면서 절로 떠오르는 생각이다.)

16세기 네덜란드에서 내 관할 구역의 주민이었던 사람이

현 생에서도 내 이웃으로, 내 좋은 친구로 있는 그녀라는 사실

-그녀의 조상들이, 16세기 네덜란드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이라는 걸, 그 전생 체험 한 참 후에 들었었다.-

체코의  궁정에서 차를 마시는 사진에선,

상대가 그날 세미나를 인도하던 스톤이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세미나가 끝난 후에 그 얘기를 했더니

자신은 한번도 자기 전생은 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그의 선조가

17세기 체코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왕족이었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다고 했다.

18세기 일본에선

온 마을이 물에 잠겨

"구다사이"를 외치며 헤엄치고 있는 내 모습

(정확히는 빠져 죽어 가고 있는 중?)

어쨌든 그 후 나는 구다사이라는 말은 ~~~해 주세요,

도와 주세요. 라는 뜻이며 (그 전에 나는 일본어를 배운 적이 없다)

내가 세숫물에라도 얼굴을 잠그면 죽을 것 같은 공수병이

그때 시작 된 건가.... 생각 하긴 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내 공수병은 고쳐지지 않았다.

책에선 전생체험 등으로 이 생의 병?의 원인을 알게 되면

그 증세가 없어 진다던데.....ㅠㅠ)

그리고, 뜬금없이, 바로 전생에, 미국에서

그것도 소년으로, 웬 오하이오....?  하고 있을 때,

처음 미국에 오자 말자 알게 되서  

마치 딸 같이, 나를 챙겨 주시던  동네 어르신이

"우리 시댁이 오하이오 토박이야.

나중에 내가 시댁 갈 때 같이 가 볼까?"

하는 말에서(이것도 한 참 나중에.....)

결국 공통점들을 찾아 낼 수는 있었지만

딱 부러지게, 내가 원 하듯이

"그게 니 전생이므로 이 생은 이럴 것이다.

할 만한 건 하나도 없었다.

그 후에도  나는, 그 세미나를 3번을 더 갔었고

체험 시간은 더욱 길고 자세해 지긴 했지만

여전히 내가 원하는 모범 답안지를 받을 순 없었다.

(아무래도 말이 통하는 한국 최면술사한테

1:1 퇴행을 받아야 할 듯 싶은데, 현실이..... ㅠㅠ)

 

하지만, 요즘도 나는

삶이 너무 심각하게 다가오면

힘들고 지친다는 생각이 슬며시 나를 채우는 듯 싶으면

이 '사진 한 장'을 골라 보는

'퇴행 놀이'를  해보곤 한다.

그건, 어쩌면

영정 사진을 고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지나간 기억을 헤집으며

내 온 생을 말해 줄 사진 한 장을 고르는 일은.....

 

 

남편 땜에 (속상해서) 울때나

교통 사고 순간 같은

안 일어났으면 했던 일들도

내 전 생애를 표현 할 장면으론 좀 미흡하고

비싼 다이아반지를 얻었거나

명품 핸드백을 샀거나.....

그런 (특별한?) 순간은 기쁘긴 하지만

더 큰 기쁨들이 훨씬 더 많았고.....

아, 처음 집을 샀을 때는 떠 올릴 수 있으려나?

하나, 그것도 곧

아이가 첫 발자국을 떼던 순간에 밀려 버렸고

두 아이 중 어느 한 아이만 기억하는 건

다른 아이 한 테 미안 한 것 같아,

이것도 옆으로 밀어 버리고....

아이들만을 떠올리기엔

지금까지 살아 준? 남편한테 미안해서 또 패스하고,

남편까지 끼워 넣기엔......ㅎㅎㅎ (말 못해^^)

그렇게 나는 결국, 다음 생까지 끌고 갈

'내 인생의 한 장'을 고르지 못하기 일쑤지만

그러고 있노라면

흡사, 다음 생에서 이 생을 들여다 보듯

좀 떨어진 관찰자의 시선을 가지게 되면서

온 세상이 나를 옭아 매는 듯한

감정의 편린들도 엷어지는 걸 느끼곤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내가 기꺼워 하고, 진심으로 기억하고 싶어 하고,

나를 절로 미소 짓게 하던 순간들은

의외로 소박하고, 가까이 있는 일상들이며,

도저히 어느 한 순간을 딱 집어 낼 수 없을 만큼 많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끼다 보면

숨 쉬는 순간 순간이 소중하고

스치는 인연 인연이 감사하고.....

그렇게 촛불 하나가 가슴 한 켠에서   밝혀 지는 느낌이 온다.

 

길게 설명을 붙일 수 없어 더욱 소중하고,

가능하면 많은 얘기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평범한, 일상의 소소함이 진실 된

하나, 나 조차도 낮 선, 내가 잘 모르던 내 모습

그런 내가 담긴 사진 한 장!

 

다음 생에서

(당신의 전 생애를 설명하는) 사진,

딱 한 장을,  골라야 한다면

우리는 또 어떤 순간들을 기억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