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여정을 마치고

편안히 쉬는 시간

모든 짐은 숙소에 두고

몸과 마음을 새털처럼 가벼워지고

가장 자유롭고 행복한 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하루 여정을 마친

가벼운 순간이리라 . . .

스페인 시골의 

5월의 햇살은

늦은 오후가 되어도 밝은 상태

숙소에 도착해서

늘 하던대로 젖은 속옷과 양말

수건등을 빨아서 숙소의 뒷뜰 빨래줄에 걸어놓고

동네 한바퀴 돌기 시작한다.

이 곳은

보아디야 마을에서 순례자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사립 알베르게 En El Camino 의 뒷뚤 모습

담벼락 전체를 강렬한 색상으로 

이런저런 사람과 동물의 형상이 그려져 있다.

엔 알 까미노 알베르게의 뒷둘에 그려진 벽화는

이 알베르게의 주인이 직접 그렸다고.....한다.

벽화뿐만 아니라

뒷뜰 정원의 꽃들과 식물들도 편안하게

가꾸어져 있고 . . .

이끼묻은 석조들을 보니

많은 시간의 흐름을 짐작하기도 . . .

한 남성 순례자가 상처난 발에 약을 바르며

일광욕을 하는 중

목에 걸고 있눈 채안과

입술에 물고 있는 담배 하나

벗어버린 신발짝 하나는 멀찌기 떨구져 있고 ~

포레스트 검프 영화속의 베트남 전쟁터에서

의리있는 장교같은 ?

흠. 뭔가 터프해~

어떤 이는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독서를 하기도 하고~

엔 엘 알베르게 뒷뜰 한켠에 

모델처럼 우아한 포즈로 

무언가 적고 있는 어여쁜 여성 순례자도 보이고 . . .

나의 시선을 오랫동안 머물게 하였던 

석조로 된 절구통?의 모습

이런 절구통을 보면

나는 어린시절 기억이 난다.

고향의 어머님은

저런 절구통에 고추를 갈아서 김치를 만들어 주시기도 하고

명절때는

찹쌀을 가마솥에 삶아

저런 절구통과 거의 똑같이 생긴

우리집 절구통에 넣으면 

아버지는 절구대를 올리고

어머니는 익힌 찹쌀을 이리 돌이고 저리 돌려서

맛있는 떡을 만들어 주셨는데 . . .

어머니가 가장 아끼셨던 

절구통....

학독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던

그 물건이 이 곳 정원에 있다니 . . .?!!!!!

나의 어린날의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한

그 그림자가

이 곳까지 따라오는 것 같아 . . .

노랑 페인트로 칠해진 벽에

이런 저런 소품들과 식물들

그리고 걸려져 있는 순례자의 옷가지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알베르게 뜰을 서성이다

본격적으로 동네를 걷는데

오늘 이 작은 시골마을에 무슨 행사가 있었나보다?

경주용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

할리 데이비슨처럼 멋진 복장을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는 사람

동네의 중앙에 있는 성당 아래에서는

경기를 마친 사람들과 가족들이 담소를 나누고 . . .

동네 안은 소란스러운 분위기이지만

성당위의 새들과 

그 새집을 올려보노라니

다시 잔잔히 평온이 스며든다.

마을의 어디쯤에서 보였던

인상적인 풍경에 시선을 모르며 . . .

그저 평범한 동네의 한 부분일텐데

나의 눈에는

따사로운 햇살과

오래 된 기와지붕

그리고 낡은 벽 . . .

그 아래 세워져 있는

작은 자동차 한대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조용한 이 공간에

나 혼자 서 있다는 것

왜 난

이 낯선 마을에 지금 머물고 있는걸까?

내 발걸음은

왜 이 마을에서 중단된 것일까?

마을을 거닐며

골목을 도는 순간

오후에 점심식사를 같이 하였던

한국인 아가씨 둘을 딱 마주쳤다.

그녀들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어디에 머무냐고 묻는다,.

자신들은 무니시팔 (공립) 알베르게에 숙소를 정했다며 . . .

그녀들은 마을의 슈퍼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중인데

그 중에 한 아가씨가 나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겠다며

엔 엘 알베르게 식당으로 7시까지 오라고 

거듭 말을 한다. 이미 나의 몫까지 저녁식사 예약을 하였다고 . . .

점심식사를 대접 받았으니

저녁식사는 자신이 대접하고 싶다며 . . .

한국인 아가씨들과 헤어진 후

계속 동네를 거닐다

어느 집 앞에서

한 할머니께서 예쁘게 페인트 칠을 하신 모습을 보았다.

유쾌한 마음으로

사다리에 올라가서 페인트 칠을 하시는 할머니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니

할머니께서

씨익 웃으신다.

할머님의 작품

벽이 다시 새롭게 탄생된 느낌.

색상도 예쁘고 곱게 느껴진다.

내가 알고 있는 몇마디의 스페니쉬 중에서

보니또......라고 하니

할머님의 쑥쓰러워 하시는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서

나도 같이 웃는다.

서로 대화는 통하지 않지만

내가 알고 있는 몇마디의 스페니쉬가

할머니와 잠시동안의 소통이 되어서인지

친근감이 드는 시간 . . .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 . .

나의 앞자리에 앉아있는 프랑스 부부

흑인 여성이 높은 톤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데

주위의 사람들에게 실례가 될 정도로 큰 목소리의 소유자

친근한 모습도 아니었고

주변의 사람들에겐 신경도 별로 안 쓰며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는 여인 . . .

그러든 어쩌든

난 조용히 식사 오기만을 기다리는 데 . . .

옆에 있는 다른 순례자들이

서로 서로들에게 인사를 하며

나에게도 함께 이야기 하기를 권한다.

순례자들이 식탁에서 나누는 이야기란 . . .

주로.,....

1.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2. 왜 이 길을 걷게 되었는지?

그러다가 

이런 저런 길위에서의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하고....

잠시 후

빈 접시를 모두 걷어 간 후

메인요리가 나온다.

쇠고기를 푹 삶은 뒤

소스를 뿌리고

야채 샐러드를 곁들인

전통적인 순례자 코스 요리 

든든히 먹어두어야 하기에

이 역시 깨끗하게 접시를 비우고 . . .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만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은 계속

식탁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 . .

나도 몇몇사람들과 순례이야기를 나누다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에서 50미터정도 떨어진 숙소를 향해 간다.

저녁 8시가 훨씬 넘은 늦은 시간인데도

아직도 저녁빛은 찾아들지 않지만

성당에 비친 따스한 저녁빛이

감미롭게 느껴진다.

오늘밤은

단잠을 잘 것 같다.

보아디야 마을에서

순례길 20일차를 마치며

5/9/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