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한잔을 주문하였다.

푹 찌는듯한 더운 날씨에 

냉장고에서 막 꺼낸 

시원한 맥주 한잔이

이토록 짜릿할 줄이야~!!!

레벵가 마을입구의 모습

초록색으로 거칠게 페인트 되어 있는 문에

화살촉같은 형상이 있고

그 옆 벽엔 

산타이고를 향해 걷고 있는 

 순례자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앞으로 가까이 가서 

마치 지도를 보고 있는 자세로

그림을 자세히 바라본다.

오래 전 

아주 오래 전

현대가 아닌 중세의 순례자 형상의 순례자 모습과

지금 2천년대의 현대의 순례자 모습과

너무도 달라진 모습

진회색 길을 따라 오르고 오르면

저 멀리 산타아고라는 고지에 도착한다는 

깊은 뜻이 있는 벽화를 감상한다.

벽화 아래엔

레벵가 2000 . . . 이라는

마을이름과 연도가 적혀 있고 ~

이제 본격적으로 마을안으로 들어간다.

사람이 . . .

없

.

.

부엔 카미노~

그리고

각각의 순례자 이미지와

노랑화살표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친근한 순례자를 상징하는 이미지들이 벽면에 붙어 있기에

낯설지 않는 마음으로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마을 큰길가에

코카콜라 표지가 보이는 걸 보며

그 곳이 카페인 듯 하다.

동네 사람들도 그 곳에서 나오는 걸 보니?

지친 몸과 발을 쉬어도 갈겸

카페 안으로 들어가

빈 자리에 배낭을 내려 놓았다.

주인은 사람이 오는 지 

사람이 가는지

별 관심도 없이 자신이 하는 일에 열심~

마을 어르신들인 듯?

마침 스페인 축구 경기를 테레비젼을 통해 관람하는 듯~

나는 맥주 한잔을 주문하였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맥주 한잔이

이토록 짜릿할 줄이야

혼자서 한 모금 마시는 데

조금 전에 온 마을 어르신이

그냥 맥주만 마시지 말라며

감자칩을 바구니에 넣어서 갖다준다?

그리고 

어서 먹으라고?

마을 어르신의 친절함에 감사해 하며

맥주 한 입

감자칩 하나

맥주 한 입

감자칩 둘 

.

.

나도 모르게

피곤이 사라지는 것 같아~

성당 앞에 세워져 있는 철제로 만든

야고보 성인의 형상

사각형의 멋진 얼굴에

베트콩 같은 모자를 쓰시고

가운데엔 하얀 조가비를 붙이고

지팡이엔 생명수같은 물병을 매달고

.

.

.

2004년

야고보  라는

이름표를 들고 있는 동상이

코믹하게 보인다.

오래 된 과거가 아니라

현대에 만들어진 동상인 것 같아서

흥미롭다.

늘 오래 된 돌로 만든 형상들만 대하다가 . . .

레벵가 마을의 상징적인 이미지인

야고보 상

마침 어느 순례자가 

힘겨운 모습으로 길을 걷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검게 그을린 얼굴 모습과

오후의 햇살에 반짝이는

배낭뒤의 조가비 하나

그 사람과 나는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있다.

다만 그렇다는 . . .

서로 누구인지도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것이며

이 시간 이후로는

바람처럼 보이지 않을 사람들이지만

한날 한시에

순례자라는 이름으로 이 길을 걷고 있다는

공통점 하나일 뿐 ~

마을의 벽에 그려져 있는

멋진 벽화 한점을 보며 . . .

이런 그림을

판화?  라고 해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레벵가 라는 마을 이름과

2003년 이라는 숫자로만 표기되어 있는

운치있는 산티아고 가는 길의 작품 

그리고보면

나는  큰 미술관이나 갤러리보다는

이런 길거리의 벽화나 소박한 그림에 더 끌리는 것 같다.

음악도

대형 오페라나 근사한 홀에서의 콘서트보다

길거리에서의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음악가들에게

더 끌리는 것처럼 . . .

내가 촌스러워서 그러는건지

아니면

내 마음이 화려하지 못해서 그러는건지

.

.

.

May be . . .

레벵가 마을의 모습

돌담이 많고

낡은 기와가 있는 집들이 많은 듯~

다른 동네들처럼 . . .

조금 걷다보니

마을끝이 보인다.

특별히 노랑화살표가 보이지 아니하면

카리온 이라는 지명을 가리키는 곳을 향해 걸으면 된다.

카리온 마을이 오늘의 목적지이니까 . . .

마을을 나오자 마자 다시 펼쳐지는

밀밭의 향연들

그 밀밭 가장자리엔

참으로 아름다운 들꽃들이 피어있고 ~

어찌 이리도 곱디 고울 수가 있을까?

계속 이어지는 양귀비꽃밭을 보며

다른 마을을 향해 길을 걷는다.

아름다운 문이지만

십자가....형상이 붙어 있으면

아마도 . . .

묘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

마을의 공동묘지가 보인다.

창살문틈 사이로

얼굴을 가까이 대고

묘지안을 들여다 보았다.

이런 묘지를 지나갈 때마다

왜 나는 바로 통과하지 못하고

늘 머뭇거리는걸까?

삶과 죽음에 대한

마음 한켠의 교차함때문일까?

이미 수확한 빈 밀밭의 풍경을 보며

계속 길을 걷는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한 기억이 난다.

밀밭을 지나가면

구수한 빵 냄새가 난다고 . . .

그러나 그 현장을 

수 없이 지나가고 있지만

밀밭에서는

빵 구운 냄새보다는

바람의 향기가 더 나는 걸~

어느 만큼 걸었을 때

도로 건너편엔

크라스마스 칼라처럼

초록과 빨강이 아름다운 선을 이루며

양귀비꽃이 지천 가득이다.

그 양귀비 꽃길은

계속 

계속 이어지고 . . .

자동차길과 나란히 걷고 있는

이 하루의 여정

나를 위해 준비된 길 이라고

스스로 위로의 말을 하며

오후 2시를 훨씬넘은

3시의 길을 걷는다.

다시 순례자 비석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이드 북에 의하면

이렇게 자동차와 비석이 함께하는 길을

센다 라고 하는데

이 센다,,,,,라는 의미에 대해 잘 모르겠다.

모르는 말이나 뜻이 많지만

모두 다 알수는 없기에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길을 따라 걷는다.

지금 내가 선택한 여정은

산티아고까지

 두 발로 걸어 간다는

그 일에 최선을 다하고프기에 . . .

눈을 들어 멀리 보니

들판에 나무 한 그루

멋지게 서 있다.

순간

고독함이

한층 밀려온다.

반대편 밀밭 한 가운데에는

우람한 나무가 

공작새 날개처럼 우아하게 

자리를 지키고 . . .

밀밭 한쪽에는

돌십자가 상이 보인다.

그동안

길을 걸으며

길 옆에 세워진 십자가상들은 많이 보았는데

밀밭 한 가운데에 세워진 돌십자가상은 처음이다.

농부들이 일을 할 떼

힘이 들거나

기도 하고 싶을 때

돌십자가 아래에 무릎끓고

기도 하라는 것인가?

낡은 십자가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센다 길을 계속 걷다보니

저 멀리 성당 건물이 보이고 

마을이 보이기 시작

가까이 다가 가서 보니

성당의 모습이

매우 중후한 느낌~

성당이라기 보다ㅡㄴ

수도원? 같은 느낌?

마을 입구엔 양귀비꽃들이 가득하고

.

비야르멘테로 라는

마을 입구에 도착

가이드 북에조차

표기되어 있지 않는

아주 작은 마을

비야르멘테로에 도착하고 . . .

레벵가에서 비야르맨테로 까지

순례길 21일차를 마치며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