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바람속에서
어머니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힘드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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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벵가 마을에서부터
이 곳 비야르맨테로 마을까지는
굴곡도 없고 구불구불하지도 않는
자동차길과 함께 나란히.....
편안하게 걷는 2.1킬로 정도
그러나 레벵가 마을과 이 마을은
입구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사람이 과연 살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폐허가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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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 알베르게가 보인다.
아마 지친 순례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한 듯.....?
안에서 무척 시끄러운 음악과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요한하게 들린다.
저 알베르게 안의 간이 매점에 들어가
시원한 물을 마시며
이 마을을 들렸다 할수있는 순례자 스탬프도 받고 싶었지만
음악소리가 너무 요란해서
들어가지 아니하고
계속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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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처럼
사람은 보이지 아니하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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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스페인 작은 마을의 농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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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길을 지나면서 저절로 보게 되는
마을집들의 모습들
분명 폐허 같은데
사람의 흔적이 보인다.
담벼락에 하얀색으로 그려진
화살표를 바라보며 계속 마을길을 통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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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져 가는 건물
그러나 고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두면서
생활하는 사람들
지난번 글에도 적었듯이
스페인 정부에서 일부러 보수공사를 허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각국의 수 많는 나라에서 순례길을 찾아오는 외국인들을 위해
원래 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차원이라며 . . .
그러나 현지의 농민들은
정부의 시책에 따르긴 하지만
불평이 없지 않다고 . . .
하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생활해야 하는 게
어찌 좋기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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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중심을 자동차길이 지나가고
순례자들도 이 길을 따라 걸어가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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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마을
그래서 일반적인 가이드북에서는
이 마을 이름이 나타나지 않기도 하고
마을에 대한 소개도 거의 없는
비야르멘테로 마을
설렁설렁 걷다보니
마을을 나가는 통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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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밖에 있는 건물 하나
초록색 철재대문이 인상적이어서
기록으로 남겨주는 의미로 찍었다.
유난히 초록색으로 칠해진
문이 많은 스페인이라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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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빠져 나오며 오른쪽에 위치한
작은 쉼터
그늘이 시원해 보인다.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빈 자리에 배낭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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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을 내려놓고
땀을 닦으며 사방을 둘러보는 데
저 한쪽가에 식수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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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나오는걸까?
확인도 할겸
얼굴의 땀도 씻을 겸
가까이 가 보니
물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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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차갑고 시원하다.
이 식수터는
갈증이 심한 사람에겐
말 그대로 생명수 . . .
지금 나는 배낭에 2개의 충분한 물이 있기에
따로 물을 받지는 않았다.
그리고 가능한 식수터의 물은 먹지도 않으려 했다.
잘못 먹으면 배탈이 난다라고 하는
주의문을 읽은 후 부터 내내 그렇게 하고 있는 중
그러나 그런 주의하라는 글을 읽었을지라도
지난 번 어느 마을에 도착하기 전
아주 목줄기가 탈 정도라면
아마 참기 힘들기 힘들 것 같다.
일단 목을 축어야 하는 게 급하므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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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터가 있고
상쾌한 그늘이 있는
작은 쉼터에서 잠깐 휴식을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쉼터에서 바로 이어지는
센다길.....
센다...라는 의미는 모르지만
순례자 비석이 2개 혹은 4개가 세워져 있는
독특한 길을 의미하는 건지?
나무그늘도 없고
오로지 자동차길로 이어진
그 센다길로 들어서며
혼자만의 여정의 파노라마 속으로
흡입되 듯
아니면
무슨 연극의 무대 뒤에 있다가
내가 나갈 순서가 되어 무대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다시 세상밖으로 걸어나가는
그런 느낌이
길위에 설때마다 들곤 한다.
이 역시 혼자만의 생각이고
상상이고 착각이겠지만
이런 식으로 나는 길을 걸어가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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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벗어나자 마자 보이는
철십자가
십자가를 만날 때마다
나 자신도 모르고
고개를 숙여
잠깐의 기도를 드리곤 한다.
순간 순간 떠오르는
마음의 소원을 빌어보기도 하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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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는 길?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저 끝에 도착하는
끝이 보이는
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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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기차의 레일을 바라보는 것처럼
나의 발 빝에 펼쳐져 있는
길
작은 돌멩이들이 뿌려져 있는
센다 길
이런 길은
사실 발바닥이 많이 피곤하다.
등산화가 쿠션감이 있고
나는 더구나 양말을 2겹이나 겹쳐 신고 걷고 있는데도
발바닥은 편안하지 못하다.
작은 돌멩이를
사그락 사그락 밟으며
천천히
걷는
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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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니
푸른 밀밭들의 칼라가
어찌도 이렇게
아름다울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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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칼라는 없고
상큼한 칼라만 존재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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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킬로는
카리온 마을까지 남았다는 거리라는 뜻?
확실히는 모르지만
그런 것 같다.
한시간에 4킬로를 걷는 내 속도라면
아마 한시간 30분이면 충분히
카리온 마을에 도착할 것 같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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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들판에
바람이 일렁이다.
내 귀에도
바람소리가
세게 들리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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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파도처럼
바람이 결을 따라
밀려왔다
밀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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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 . .
바람이 . . .
좋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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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바람을 만났을까?
사막에서 모래바람도 만났고
바다에서는 짠내음 나는 갯벌바람도 만났고
산에서는 산바람도 만났는데
지금 밀밭에서 거대한 스케일로 출렁이는
저 바람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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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바라보면서
바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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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람속에서
나의 어머니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힘드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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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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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걸을 수 있다면
무엇을 못하랴 "
어머니께서 살아 생전에
늘 하시던 말씀이다.
어머니는 뇌졸증으로 쓰러지신 후
그만 두 다리를 걷지 못하시고
돌아가실 때까지
일어서지를 못하셨다.
그런 어머니께서는
"두다리로 걸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못할게 뭐가 있다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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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따로이 유언을 남기시지 않으셨지만
나는 어머니의 그 말씀이
유언이라 생각하며
늘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데
지금 그 말씀이
저 바람속에서 내 귓가를
울리며
내 심장을 두드리는 것 같다.
 |
지금 나의 배낭안에는
어머니의 유품이 들어있다.
산티아고 여정 중
어느 십자가 아래 혹은
어느 바다에 재로 뿌리기 위해
어머님의 손때가 묻은 유품을 가져왔는데
아직 어머님과
이별해야 할 곳을 만나지 못해
배낭 깊숙이 넣어있는
어머니와의 끈
 |
눈물이 흐른다.
처음엔
눈시울만 가볍게 스치던 눈물이
나도 모르게 정처없이 흐른다.
어머니 생각이
뭉클해지고
엄마.....
엄마.....
엄마
그 그리운 이름을
소리내어 불러본다.
 이 길을 걷는 순례자라면 길 어디쯤에서 한번쯤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했는데 나는 이 길에서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나오는 눈물을 만났다. |
 |
이 길은
나의 산티아고 여정중에
제일 기억이 되고
어머니에 대한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눈물로 걸었던
특별한 길이었슴을
.
.
.
천국에 계실 어머님이시지만
그 어머님께서는
바람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계셨고
어머니의 음성이
바람속에서 들렸기에
각별한 마음으로
이 날의 칼럼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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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통곡은 아니었지만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한참을 울다보니
왜 이리 시원함이 느껴지는 지 . . .? !!!!
경사가 있는 언덕길을
터벅터벅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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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킬로 라는
숫자를 보며
조금은 고도가 있는 언덕길을
계속 걸으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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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표시의 비석이 나란히 있는 센다 길
누군가 순례자 비석위에
작은 돌탑을 만들어놓고 지나갔나보다.
자신의 소원과 함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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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 마을이
카리온 마을일까?
 |
도로가에 적혀있는 안내표지를 보면
아닌 것 같은데 . . .
 |
.
.
.
 |
카리온 마을까지는 6킬로미터를 더 걸으라는
친절한 안내판
 |
이 마을에 대한 안내판에는
비얄카사르 라고...?
별다른 관심없는 마을이름 . . .
 |
이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카리온으로 향하게 되지만
 |
비얄 카사르 마을 표지를 보는 순간
마을안에 들어가
컬컬한 목도 축이고
쉬었다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마을 안으로 들어가기로 하였다.
 |
도로 길 옆으로 난 마을길을 향해 들어가니
빨강색 코카콜라 자판기가 눈에 들어오고
그 자판기 옆구리에
산티아고 410킬로 남았다는 숫자가 보인다.
프랑스 피레네 산을 넘었을 첫 시작일 때는
그동안 걸었던 길이나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는데
계속 걷다보니
나도 모르게 숫자에 무디어 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걷고
해가 지면 걸음을 멈추는 이 단순한 사이클에
숫자에 대한 의미가 소멸되어 가는 듯 . . .
 |
내가 잠시 쉬어 갈려고 찾고 있는 카페는
바로 도로 옆 마을출구쪽에 있었다.
 |
안에 들어가니
어느 순례자 한사람이 편안한 차람으로
맥주를 마시고 있고
여주인이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
나는 차가운 냉수를 주문하려는데
카페 여주인이
계속 갈거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옆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젠틀맨이
6킬로미토를 더 걸어가야 하는데
그러면 카리온에 숙소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여기서 쉬는 게 좋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
그 말을 듣고 있던 카페 여주인도
마침 자신의 알베르게에 몇개 자리가 있다고
쉬어갈거면 지금 결정하라고?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
내 걸음속도로 6킬로를 걷는다면
한시간 30분 소요되는데
카리온 마을에 도착하면 아마도 7시나 7시 30분 정도
그런 후 숙소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헤메일 것 생각하면
늦은 저녁8시가 훨씬 넘을 것 같은.....?
이리저리 갈등을 한 끝에
카페 여 주인에게 이 곳에서 머물고 싶은데
나는 알베르게가 아닌
혼자 사용하는 방을 원한다고 하니
마침 독방이 하나 남았다고?
 |
카페 여주인이 자신을 따라오라기에
그녀의 뒤를 다라가니
알베르게.....라고 크게 적혀있는 글자 아래의
나무 문을 열고
큰 정원이나 쉼터같은 장소를 지나
또 문을 열고
여러 통로를 거쳐
캄캄한 계단을 지나
제일 코너에 있는 방문을 열어주며
저녁식사 시간 늦지 말라는 말을 하며
총총히 오던 길을 되돌아간다.
저녁식사,,,,,를 하겠냐는
카페 여주인의 물음에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저녁은 7시 30분에 카페 그 자리로 오면 된다고
이미 숙소를 정하면서 예약을 하였던 까닭에. . .
 |
알베르게 안에 따로 있는
일인용 독실 방
벽면에 아무것도 없고
달랑 침대 하나와
혼자 사용할 수 있는 욕실과 화장실
그 정도?
심플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 ~
 |
배낭을 내려놓고
귀에 꼿은 아이팟도 내려놓고
오늘 걸은 걸음수를 확인하니
26460
보야디아 마을에서 부터 프로미스타와 여러 작은 마을들를 거쳐
전혀 생각지 않는 카사르 마을까지
열심히 걸었다.
 |
비얄카사르 마을까지
순례길 21일차를 마치며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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