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온 마을을 벗어나

자동차도로와 함께 길을 걷는다.

이런 길이 나는 참으로 싫다.

딱딱한 아스팔트 길과 자동차의 매연으로 인해

평화가 없으므로 . . .

그러나

선택의 여지는 없다.

그저 걷는 수 밖에 

.

.

.

푸른 하늘

그리고

초록의 플라타너스 나무들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한 뒤

다시 길을 걷는다.

길 한쪽에

조가비가 새겨진 순례자 비가 보인다.

순례자를 위한 안내 비석인 듯. . .?

지붕위에 빨간색 적십자 모양의 집이 보인다.

과거에 병원이 있었는 듯~ ?

조금 걷다보니

주유소가 보인다.

그때는 다만

아.....주유소가 있네?

라고만 

무심코 생각하고 스쳐 지나갔는데

나중에

많이 후회하였다!!!!!

저 주유소에서

화장실을 사용했어야 했다는 걸~~~

앞으로 걷는 길 위엔

아무런 카페나

화장실이 없다는 걸

전혀 생각을 못하였다는 걸~~~

주유소 마당에 세워진 큰 차에도

까미노 산티아고 라는 글자와

물병의 이미지가 새겨져 있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고

오로지 이 나라

이 길위에서만 볼 수 있는

만국 공통어

Camino Santiago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스페인 국민들만의 긍지인 듯~

주유소를 지나

길을 따라 계속 걷는다.

길의 이정표는 왼쪽으로 꺽으라고 ~

내일 도착 예정지인

사하군과 그 며칠후에 도착예정인

레온 이라는 낯익은 글자를 보며

검은 화살표가 가리키는 길로 걷는다.

길의 방향이 바뀌어지자

길의 폭도 좁아지고

노랑화살표가 앞장을 선다~

큰도로 보다

작은 도로로 들어오니

한층 더 조용하고

길도 평화롭고 . . .

저 멀리

자전거를 탄 누군가 달려오네?

심심찮게 지나가는 

마을 주민들의 차량들

그들은 속도를 내지 않고

걷고 있는 순례자를 위한 배려를 해 주기도 하고~

다.......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간혹 선한 사람들도 있더라는 . . .

길 왼쪽엔

가을느낌이 나는

수수대가 갈색으로 변해가고  . . .

어?

또 누군가 오네?

마을 사람인 듯?

기분좋은 하루인만큼

내가 먼저 인사를 한다.

"올라~~

스페인어를 잘 하진 못하지만

올라.....정도쯤이야

뭘~

엉겹결에  멋진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고가던 할아버지도

올라~

라고~?

길을 걸으며

참으로 다양한 나무들을 보았다.

키 큰 나무

키 작은 나무

예쁜 나무

싱싱한 나무

나이 많은 나무

등등

한쪽으로만 잎이 무성한 나무를 보니

신기한 느낌마저 든다.

조금 더 걸으니

아예

씽크로 나이즈 하는 모습으로

지탱하고 있는

코믹한 나무가 보이고~

바람이 세게부는 지대인감?

그러나

지금 이 시간

내가 이 길을 걷고 있는 순간에는

바람이

한 점도

머리카락 한 올 움직이는 실바람

한점마저도 안 부는

그저

고요함 뿐.

어디서 트랙터 모는 기계소리가 들린다 싶었는데

바로 저기서

농부들이  부지런히 일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아주 거대한 들판을

이쪽 끝과 저쪽 끝을 번갈아 가며

땅을 갈고 . . .

트랙터의 뒷모습을 보니

땅을 가는 발가락이 7개나 ?

휴아~

문어발 보다 몇개 부족한건가?

나에겐

처음 보는 풍경이기에

신기함에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보고~

황토색의 벌판이 끝나고

어느 길 쯤에서는

다시 초록의 들판이 보인다.

바람도 조금씩 일렁이고 ~

얼마큼 걸었을까?

갈증이 난다.

카리온 마을에서 2병을 준비해서 배낭 포켓에 넣고

걸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마셨는데

이미 한병은 비어졌고

마지막 한병이 남았다.

다리가 나타나고~

같은 길이라도

다리위를 걸을 때는

마음이 조금은 다르곤 한다.

땅이 아니라

물위를 걷는다는 느낌때문이었을까?

나는

다리 중간쯤에 오면

꼭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곤 한다.

어린시절

우리집 바로 앞에 냇가가 있었고

대문을 열면

아버지가 만드셨던

나무 다리가 있었다.

그 나무 다리는 나중엔

세멘트로 강하게 재건축되었지만 . . .

그 어린시절의 버릇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

나도 모르게 나타나는 듯 . . .?

내가 일상중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었고

떠오를 수도 없었을

다리에 대한 추억을

이 길위에서 만나고 있다니?

전혀 생각지 못한

보너스같은 선물같다.

나 어렸을 때

우리집 현관문 바로 앞에

다리가 있었다는 그 기억을

만나게 되는것이 . . .

길은 구불 구불

조금은 경사가 있기도 하고

평지 이기도 하고 . . .

그런데

햇빛을 가릴 수 있는 그늘이 거의 없다.

정오의 햇살

아니 오후 2시의 따가운 햇살을

온 몸으로 맞으며

그저 걸어야 할 뿐~ .

저 앞에 걸어가는 사람은?!!!

바로 카리온 마을 오기 전

아침에 만났던

영 레이디 빅토리아

그녀는 아침에 입었던 두꺼운 옷 대신에

짧은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가볍게 걷는다.

처음엔 그녀인 줄 몰랐는데

그녀가 먼저 알아보기에

생각해보니 아침에 만났던 그녀라는 걸 ~

@.@

그녀는 가벼운 걸음으로 앞서 가고 ~

내가 천천히 걷고 있음에도

나의 앞을 먼저 걷고 있는 사람들과 간격이 좁아져 간다.

그들은 나보다 더 천천히 걷는 듯?

아니면

내 발걸음 속도가 좀 빨라졌거나?

어찌되었든

이 길위에 나와는 다른 사람들일지라도

함께 걷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위안이 되곤 한다.

누군가

지나가는 순례자 중에 흔적을 남겨 놓았나보다.

세계 사람 그 누구나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는 걸 좋아하나 보다.

그러나 . . . .

- 낙서는 하지 마시오~~!!!! -

강풍이 불면 날아갈 것만 같은

빼빼로 같은 나무들의 몸매

길가에 피어있는

이름모를 야생화들

청량감 있게 느껴지지만

그러나

난

갈증이 난다.

목이 타고 있다!!!!!

.

.

.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숲길이 나타났다.

혼자 천천히 걷고 있는

어느 순례자

그가 걸어가는 뒷모습이

한폭의 그림처럼 보여진다~

그러다가

저 사람은 물통에

물이 가득할거야~

하는 생각도 들고~

걸어가다가

노랑 화살표를 만났다.

길이 외길이어서인지

노랑 화살표도 별로 안 보였는데

바위 위 아래로

친절하게 가야 할 길을 알려주고~

5월의 뜨거운 태양빛으로

온 몸은 이미 땀으로 푹 젖고 . . .

땡볕이 

땡볕이라는 게

이런것인가 . . .

뜨거워

뜨거워

.

.

.

나는 목이 탄다.

물병의 물이 반으로 줄어들고

아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모금 먹고 물병 뚜껑을 닫고 

몇 발자국 걷다가

또 한모금 마시고 물병 뚜껑 닫고 . . .

경운기를 타고

동네 아재가 지나간다.

하마트면

저 아재에게

혹시 물 남은 것 있냐고 물어볼 뻔?

길 안쪽으로 나무 그림자가 보이기에

어서 저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야지~

하고 희망적인 마음으로 그 곳에 가니

누군가 이미 앉아 있 . . . @.@

자전거를 타고 가는 순례자가

휭~ 하니 급하게 지나간다.

이런 순간엔

자전거 바이커가 부러운 마음이

살짝 들기도~

눈 앞에

무언가 큰 차가 보인다.

설마

덤프 트럭?

저 큰 괴물이

지금 이 흙길위로 다가오는 겨?

아....

내가 저 괴물을 두려워하는건

차가 커서가 절대 아니라

저 괴물의 바퀴가 굴러갈 때마다

퍼져가는 흙먼지를 그대로 뒤집어 써야 된다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임에  . . . .!!!!

먼저 걸어가던 사람들이

길 곁길로 피하는 것 같다.

나느 수건으로 눈만 제외하고

모두 가리고 천천히 걸어간다.

다시 오르막길을 만나며 . . .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나의 페이스대로 천천히

천천히 

.

.

오른쪽으로 보이는 들판 위로

작은 나무들이 나란히 나란히

왼쪽으로 보이는 들판에는

예쁜 나무 3그루가 사이좋게

평온함 그 자체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은

자연의 선물

얼마큼 걷다보니

눈에 반가운 모습이 들어온다.

저건 분명히 샘물터?

그리고 옆에 적혀있는 글은

Agua . . . 

물이라는 말

맞는거지?

그 샘터옆에는

쉬어가라는 돌벤치도 놓여있고.....

잠깐 배낭을 내려놓고

쉬었다 가야지 ~

.

.

.

카리온 마을에서 칼사디야 마을을 가며

순례길 22일차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