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강을 건너면

부르고스 지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강의 이름은 아를론손 강인데

이 강줄기가 부르고스 도시를 감싸듯 

밖으로 흐르고 있다.

자작나무 비슷한 나무들이 반기고 . . .

비가 그친 청량한 숲길을 걸으며 . . .

부르고스가 점점 가까워서인지

사람들이 제법 많이 걸어다닌다.

우산을 등에 메고 가는 사람의 뒷 모습을 본 순간

어?

우산을 활처럼 등뒤에 매고 가네?

 이렇게 우산을 등에 매고 걷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더라는~

강가에 사람이 보인다.

저기서 뭘 하는거지?

나도  강가쪽으로  내려가

그녀가 줍는 것을 바라보다가

그녀가 일어나서 나 있는 쪽으로 오기에

비닐봉투에 잡은 게 무언지 궁금하여

보여 달라고 하니~

예쁜 조약돌 여러개~

집에 있는 화분에 올려놓을 거라며 ~

평화로운 숲길은 계속 이어지고 . . .

부르고스 도시로 들어오기까지

길은 좋지만

안내표시가 없어서

헤메이기를 여러번 . . .

화살표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그래서 길 어느만큼 올라가다가

다시 되돌아오는데

마음속에서 으윽~~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모르게 인간적으로

인내의 한계가 바닥이 나면

내가 얼마나 우스꽝 스러워질까?

그러니까

절대

짜증내지 말고

이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오묘한 마음으로

길을 걷는거야~

라고

주문외우듯

내 자신에게 다독 거리며 

운치있는 다리를 보며 . . .

이 다리를 건너서 부르고스로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이 다리는 다른 방향인 듯~

긴긴 숲과 강을 따라 계속 걸어간다.

숲속을 지나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엔

현지인들이 수시로 오고 가고 . . .

이미 민들레는

피고 지고 . . .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길위에

순례자 차림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노랑화살표는 보이지 아니하고~

가이드북에는

부르고스를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길고 긴 공원길을 걸어야 한다는 

글자 한자 안 적어놓았는지?

더 중요한 건

이 공원엔 화장실이 하나도 없~~

엉엉~~~~

마침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이 길이 부르고스 들어가는 길이 맞냐고~

맞다며 조금만 더 걸어가면 노랑화살표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세지~

미소가 아름다운  여인의

부엔 까미노~

이 한마디에 또 다시 힘을 내며 

.

.

흔한 들풀인데

밤하늘의 별꽃들처럼 예쁘게 보이고 

.

.

어디가 머리인 지 분간이 안 되는

견공의 재롱도 보고 . . .

연한 순

참으로 부드러운 새 순 같은

나뭇잎을 보며 . . .

세상이 모두

싱그러운 연두의 칼라로 바꾸어진다면 . . .

드디어 노랑 화살표 발견

화살표는 다리 아래로 걸어가라고 . . .

시원한 다리 아래로 걸으며 . . .

다리 아래를 지나서 다시 시작된 길

휴 . . .

노랑 화살표 발견

우측으로 방향을 바뀌어 다리를 건너며 . . .

이제 부르고스라는 도시에 들어가나보다~

이 곳이 부르고스 입니다.....라는

무슨 표지판 하나 보이지 않아~

복잡한 도심속의 길을 걷다가

카페가 보이기에 일단 들어가서

쉼을 갖는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인지라

허기도 지고 . . .

이 카페에는

마음에 드는 메뉴가 없다?

그래서 카페주인이 권하는

무슨 샐러드라고 하기에

그걸 달라고 하니

사진처럼 갖다준다?

이건 아닌데??

계란 후라이는 반숙이며

햄위에 치즈 겉들인?

빵 사이에 끼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라는 건가?

 카페 콘 레체와 빵과 함께 먹는다.

그런데 너무 짜다.

처음으로 보았다.

부르고스 도시의 카페안에는

카지노같은 도박기계가 있는 걸~

사람들이 들락거리며

하나씩 누르고 

주인에게 다시 코인을 바꾸어

다시 누르고~

이제 부르고스 시내를 천천히

안정적인 마음으로 걷는다.

핑크빛 광채가 발하는

나무를 보며 . . .

그 나무옆을

두 바퀴의 수레에 자신의 짐을 실고 지나가는 순례자.

다섯개의 아름답고 영롱한 별들이 

반짝이는거라고 . . .

정통적인 수녀복을 입은

수녀님들도 보이고 . . .

부르고스라는 도시는

무언가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

.

.

일단 숙소를 찾아야 하기에

부르고스의 거리를 헤멘다.

나는 이 곳에서

하루 더 머물고 떠날 예정이다.

원래 계획을 세울 때에

산티아고까지 걷는 여정중에

몇개의 큰 도시가 있는데

그 큰 도시에서는 

하루를 더 머물며

내 지친 육신에게 휴식을 주리라~

도시의 거리를 걸어다니거나

마음에 드는 카페가 있으면

맛있는 차를 마시기도 하고

분수가 쏟아지는 광장에 앉아

오후의 햇살과 함께

아무런 부담없이 

멍~ 때리며

하루를 보내리라 . . .

그래서

 알베르게에 머무르지 아니하고

호텔을 찾는다.

알베르게는 법규상

특별한 사유가 아닌 이상

하루만 머물고 오전 9시까지는

 모두 떠나야 하기에 . . .

부르고스에는

다른 도시에 비해 규모가 커서인지

호텔도 많고 호스텔도 많고

그래서인지

숙소를 찾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조그마한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며 . . .

아침일찍 아타푸에르카 마을에서 출발해서

늦은 오후 4시경에 도착한 부르고스.

부르고스 인근에서 비를 흠뻑 맞기도 하고

청아한 부르고스 숲속길을 걸으며

지상의 파라다이스 같은 착각을 하기도 하고

두루두루 많은 풍파를 겪으며 걸었던

22킬로미터의 여정.

하루동안에 인생의 사계절이 들어있는 듯한

나름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