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헤라 도시를 벗어나

다른 마을을 향해 걷는다.

경사가 있는 언덕길

암벽을 깍아 만든 듯~

푸른 밀밭의 싱그러움을

눈과 코로 느끼며 . . .

먼 산엔 눈이 보이고 . . .

사거리가 나타났다.

그런데 아무런 안내 표시가 안 보인다.

이런 경우엔

그냥 직진하면 된다 . . . 경험상

만약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길이 바뀌게 되면

분명 순례자 표시가 있었을테니까 . . .

다행히도

순례자 안내표시인

노랑 화살표가 길가쪽에 있는 걸 발견하고

안심된 마음으로 길을 걸으며 . . .

예감으로 길을 걷는 것보다

확실한 표시를 바라보며 길을 걷는 게

심리적으로도 무척 도움이 되었다.

나헤라 지역을 벗어나면서

자주 보게 되는

D.O

처음엔 저 단어의 의미가 무엇이었을까. . .?

궁금하였는데

알아보니

포도주 생산지역이라는 표시라고 . . .

개인적으로

나는 DO 라는 영어 스펠링을 좋아한다.

내가 사랑하는 딸의 이름속에

DO 라는 스펠링이 있기 때문에 . . .

D.O 라는 글자를 만날때마다

딸 생각이 겹쳐 떠오르고 . . .

흙길이 아닌

포장된 길을 걷는다.

저 멀리에

마을이 보이기 시작~

마을 입구앞에서 또 만나게 되는

D.O

나의 딸이

엄마를 보고 

하이~ 

하고 인사하는 것 같은

착각

아닐지라도

좋다.

타지에서

가족과의 연관된 무엇이 있다는 것이

.

.

.

아소프라

마을에 도착하며 . . .

지명의 발음의

뉘앙스가 재미있어서

그냥 쉽게 기억되는 마을 이름

아.소.프.라.

이 마을 역시

고요하고 . . .

Bar 가 있기에

일단 쉬어가기로 한다.

동네에 도착하면

Bar나 카페가 보이면

그 곳에서 쉬는 걸 우선으로 한다.

왜냐하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기에 . . .

그런 후

등산화를 벗고

양말 두컬레도 모두 벗고

발을 말리는 일을 하곤한다.

이런 중요한 일을

처음부터 시행하였더라면

물집이 덜 생겼을텐데

나중에서야 터득하게 된

놀라운 나의 비법? 

에휴~

그럼에도 

물집은 계속 생기고

또 굳어져 가고

또 생기고 . . .

그러다가

물집이 생기든가 말든가~

하다가 . . .

물집마저도

친구가 되어버린

.

.

.

바에서는

물 2병을 구입한 후

다시 길을 떠난다.

아소프라 마을을 벗어나는 

노랑 화살표를 보며 . . .

돌기둥에 세월의 흔적이 내려앉은 모습을 보며 . . .

억겹의 세월이엇을지

순간의 세월이었을지

지금 이 모습은

그 무엇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신성함이 느껴진다.

아소프라 마을부터

다음 마을인

시루에나까지엔

아무것도 없다는 가이드북의 설명대로

이젠 그저 길속으로 빠져들어갈 뿐.

길 어디만큼 코너를 돌을 때

바위 위에 올려져 있던

분홍 꽃 한송이

한 걸 음 

한 걸 음

언덕을 오르며 . . .

땀이 얼굴에 줄줄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