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에 비가 내린다.

우비를 준비한 사람은 발걸음이 여유롭지만

우비가 없는 사람은 좀 바쁘다.

나 역시 판쵸대신 

일회용 비닐로 대충 가리는 정도

설령 장대비가 쏟아진다해도

나는 빨리 걸을 능력이 없다.

그리고보니

이 길위에서

등에 무거운 배낭을 매고 뛰는 사람 본 적이 없다?

다만 발걸음을 빨리 하였을 뿐 . . .

숙소에서 준비한

토스토와 커피

오렌지 쥬스 

그리고 계란부침 하나 더 추가해서

아침식사를 든든히 하고

출발준비를 한다.

이 시루에나 마을엔 Bar나 카페가 없기 때문에

숙소에서 주문을 받아 만들어 준다.

오늘은 5월 첫날

날짜가 이렇게 빠르게 지나다니?

그저 걷는다고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5월이라는 새로운 시작에 힘이 나는 걸~

오늘의 목적지는 벨로라도 도시까지

하고 싶지만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기에 

어느 마을까지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벨로라도까지 걸으면 좋겠다.

출발하기 위해

신발장에서 내 등산화를 찾는데

등산화가 한짝밖에 없다?

그래서 주인에게

혹시 등산화 한짝 못 봤냐고 물으니

설겆이 하던 주인이 의아해 하는 얼굴로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신발장에 내 등산화 한짝과

다른 사람 등산화 한짝이 남아있다?

숙소주인은 이런일은 없었다는 표정으로

달리 어쩌지 못하고 있는데

미국 콜로라도에서 사촌자매끼리 순례길에 왔다는

제인이 황급히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신발을 잘못 신었다고?

그러면서 남아있는 신발중에서 자신의 신발 한짝을 집더니

내 한짝의 등산화를 내려놓는다.

"제인 너가 내 신발 신고 간거야?"

제인도 자신이 우습다는 듯이

박장대소를 하면서

미안하다고 연발하고

숙소 주인도 웃고

나는 신발이 다시 돌아옴에

다행스러워서

웃고 . . .

숙소 문 앞에서 제인이 포즈를 취하며 , . .

제인과 사촌자매인

다이애나

어제저녁 식사시간때

프랑스 남자 제프에게

자신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오리지널 아메리칸은 아니다라고 말하였던 . . .

그녀는 활발하고 유쾌하다.

제인과 다이애나와 마을어디쯤까지 함께 걷다가

먼저 가라고 인사하고

나는 다시 천천히 걷기로 한다.

이점이 나에겐 늘 딜레마였다.

함께 하는 동행이 있으면

나의 걸음도 저절로 빠르게 되기도 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외로움도 없겠지만

급하게 그들의 발의 페이스를 따라 가기엔

숨이 차기도 하고

주위의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지도 못한 채

무조건 전진하는 그 시간이

나에겐 거부감을 주기 때문.

마을을 나오면서 바라본

시루에나 마을

저녁시간대에 도착하여서

동네를 돌아볼 시간도 없었지만

돌아 볼 만한 길도 없었던 마을

산티아고 순례여정 중

수 없이 스쳐 지났던 마을중에

제일 별로였던 . . .

순례자의 흔적도 별로 없었고

순례자의 숙소는 마을입구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지친 순례자를 위한 배려가 없었던 . . .

시루에나 마을과도

굿바이

.

.

.

시루에나에서 산또 도밍고 가는 길에서 보았던 풍경

Calm Down

.

.

.

끝없는 벌판

힐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평화로운  풍경

제인이 다리에 통증이 있어서 

부르고스에서 어디까지는 버스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 . .

그래야 미국으로 돌아 갈 비행기 날짜를 맞출 수 있다고 말하던

두 사촌자매들이  저만큼에 머물고 . . 

우테르가 알베르게에서

와이파이 비번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던 제인

그 후로 나는 그들의 존재를 까맣게 잊었었는데

시루에나 알베르게에서 다시 만난 인연

그 인연이 점점 멀어가 가고 . . .

다른 숙소에서 머물었을

낯선 순례자들이 스쳐가고 . . .

산티아고 여정을 준비하면서

좋아하게 된 노래

You'll remember me when the west wind moves

Upon the fields of barley

You'll forget the sun in his jealous sky

As we walk in fields of gold 

보리밭 저 너머로

서쪽 바람이 불어오면 당신은 나를 떠올릴 겁니다

우리가 황금 들판을 걸어갈때면

당신은 시샘하던 하늘의 태양을 잊을 겁니다

또 다시 펼져니는

초록의 향연

저 초록 카페트에

나의 오랜 친구 S가 

아름다운 연주복을 입고

눈을 지긋이 감으며

그녀 특유의 포즈로

 첼로를 켜는 모습을 상상을 해 본다.

내가 풍경에 취하여

해찰 하는 사이

프랑스 두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고 . . .

제프와 크리스토프

이 두 사람은

일주일만 걷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 . .

벌써 일주일만 걷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가

내년에 정지하였던 그 지점에서부터 또 일주일만 걷고

다시 돌아가고 한다고 . . .

그래서인지

여유로움이 있어보이고

.

.

.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나이들의 우정이 부럽기도 하고

.

.

.

함께 걷자고 하는 두 사람의 권유를

정중히 사양한 후

나는 또 천천히 걷는다.

푸르름의 들판

사방을 둘러보고 또 보아도

참 좋다.

저 멀리

산또 도밍고 시가지가 보인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눈에 보인다해서 바로 도착되지 아니하더라는 . . .

산또 도밍고로 가는 길

비가 점점 더 세게 내리기에

배낭을 내리고

메인 카메라는 집어 넣고

준비 한 큰 비닐을 꺼내고 . . .

로그로뇨에서 구입하였던

일회용 비닐 우의를 꺼내 빗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혼자 낑낑 대고 있는데

누군가 비닐우의를 배낭뒤에서 묶어준다?

누구세요?

하고 묻지 않았고

누구라고 말도 안한 사람에게

그저 그라시아스 . . .  이 한마디 

도와 달라고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들의 일처럼 

도와주고

챙겨주었던

산티아고로 가는 길에서의 모습

아무말 없이

배낭뒤로 우의끈을 묶어주던 사람이

언덕을 올라간다~

밀밭속에 피어있는

세송이 꽃들

어쩜 저렇게 고울까?

멀리 고국에 있는

나의 세 자매 생각이 스쳐간다.

우리는 꽃보다 더 예쁜 형제 자매들인데

비는 내리지만

발걸음을 또 멈춘다.

이 꽃들을 담지 않으면

후회가 될 것 같기에 . . .

 산또 도밍고 마을이

점점 다가온다.

산길을  쭉 내려와서

그 끝길에

닭의 모습이 있는 건물이 바로 나타났다.

산또 도밍고는 닭이 상징이라고 하더니 

역시 . . .

닭 모습이

베드로 할아버지를 닮은 것 같아~ 

닭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어서 오라고~

환영한다고~

^.^

산또 도밍고 마을에 도착하며

순례길 14일차

5/1/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