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마로니에 나무잎

그리고

아카시아처럼 보이는 

마로니에의 하얀 꽃송이

아무도 없는 공간에

혼자서 쉬어보는 시간 

평온함이 스르르 밀려오고 . . . .

배낭을 챙기며 . . .

그런데 썬크림이 없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제 시루에나 숙소에서

빠뜨린 것 같다?

알베르게에 숙소를 정하고 쉬게 되면

공동생활을 하기 때문에 조심조심해야 하고

아직 잠자고 있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배낭을 밖에 나와서 정리하다보니

물품 한두개씩 빠뜨리곤 한다.

다행히 날씨가 흐리긴 하지만

썬크림이 없으니 어떡하지? 

난감하다 . . .

모든 여정이 끝난 후

사진정리 할 때 구분하기 쉽도록 

오늘의 날짜를 적은 종이를

카메라로 찍어두며 . . . .

늘 성당안의

경건하고 성스러운 이미지만 대하다

유쾌한 뉘앙스가 느껴기는

호스텔안 유리창에 있던

스테인드글라스 이미지

한번 더 바라보며 . . .

천천히 방을 나와

하룻밤 묵었던

호스텔을 떠난다. 

이 호스텔은

별 감동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숙소.

숙소에서 나와서

순례자 길을 노랑화살표를 따라 걷는다.

까스뗄델가도의 마을의 모습을 보며 . . .

이 마을은 참으로 작은 규모였고

집들이 오래된 가옥의 형태

길 어디쯤에 나무기등에

쇠줄이 칭칭 감겨져 있는 모습이 보이기에 . . .

쇠줄의 주인공은 보이지 않고 . . .

쇠줄일지라도 그냥 묶어두어도 될텐데

저토록 칭칭 감겨두었을까?

까스뗄델가도 마을의

산 베드로 교구 성당

이 건물은

산따 마리아 성당

작은 마을에 성당이 2군데나 있다.

산따 마리아 성당의 종을 보며 . . .

길을 지나면서

마을마다 성당이 있었고

성당엔 종들이 있었다.

종이 하나인 성당은 거의 없었고

최소한 2개는 있었다.

옛날에는 저 종들을 사람이 직접 타종하였을텐데

지금은 타종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다만 타이머를 설치해서 자동적으로 울릴 뿐 . . .

그럼에도 이 종들이 언제까지든지

이 자리에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

.

.

길을 지나면서

초록색의 낡은 벤치

어제 늦은 오후에  이 마을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기 전에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쉬었던 . . .

벤치가 많이 낡았지만

그래도 걸터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준

이 벤취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안녕히 . . .

 

계속 동네길을 걸으며 . . .

예쁜 고양이

사람이 없는 거리에 고양이를 보는 것도

반갑고 . . .

한마리도 아니고 ~

^.^

마을을 거의 빠져 나갈 때 쯤

큰 도로가 눈 앞에 보인다.

언덕을 내려오면서 바라보니

많은 순례자들이 길위에 있고 

카스텔델가도 마을을 빠져나와

홀로 걷고 있는 길위에서

비앙카를 만났다.

로스 아르꼬스 마을 오기 전

천둥번개를 만났을 때

같이 가자고 나를 불렀던 . . .

그녀도 나를 기억하고 반가워하며
어젯밤에 어디서 머물었냐고 묻는다.

자신은 그라뇽 마을에서 머물었는데

어젯밤 동네사람들의 축제가 있어서

성당에서 저녁미사를 온 동네사람들과 함께 드리고

성당앞 광장에서 동네사람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였다고

흥분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어제 그라뇽 마을에서 머물었다면

비앙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남고

동네 사람들의 축제에 함께 하였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

.

.

그때 그라뇽 마을 사람들이 왜 갑자기 나타났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는 어느 정도 풀리긴 하였지만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꿈결같은 일 . . .

비앙카는 스페인 사람이어서인지

스페인 문화를 잘 알기에

다른 나라에서 가이드북 한권 들고 걷고 있는 사람에 비해

순례를 더 알차게 잘 하는 것 같다.

비앙카와 함께 그라뇽에서 머물었다는

로즈 할머니가

걸어오고 . . .

얼굴에 미소를 보인 적이 없는

로즈 할머니 역시

어찌나 잘 걸으시는지? 

@.@

까스뗄델가요 마을에서 2킬로 정도 떨어진

빌로리아 마을 도착

이 마을은 까스뗄델가요 마을에 비해

무언가 말끔하고

현대식같은 분위기?

무엇보다 동네 분위기가 밝다~

마을 광장앞에

샘터가 있기에 목을 축이고

물병에 물도 가득 채우고 . . .

물을 마실 수 있는 샘터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물이 나오는 마을은 웬지 정감이 간다.

어느 집 담벼락에 붙여있는

빌로리아 마을의 그림지도를 보며 . . .

지도에 그려진 그림도 운치있지만

무엇보다 프레임 형상이 또한

인상적~

동백나무 2그루가 있는 화분이 있는 집을 지나며 . . .

5월인데도

동백꽃이 피어있다니 . . .?

낡은 벤치에 앉아있는

견공을 보며  . . .

이토록 도도한 녀석을 보았나?

지나가는 순례자들을 날마다 바라보았을 녀석

동네에 사람을 보이지 않을지라도 너가 이렇게 앉아서 바라봐 주니

고맙다......^^

마을의 끝자락쯤에 위치한

성모 승천 교구 성당

빌로리아 데 리오하 마을은

산또 도밍고 성인이 태어난 곳으로 유명하다고 . . .

그는 1019년에 태어나 

순례자를 위해 다리를 놓고 병원을 건축하는 훌륭한 일을 하다가

9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 . .

유서깊은 마을이어서인지

다른 마을에 비해 무언가 풍요로움이 있어 보인다.

성당 앞 마당에 탁구대가 보인다?

오랫만에 보는 탁구대 . . .

일상이 존재하는구나 한느 편안한 마음으로

느껴지는 탁구대의 모습

잠시 쉬면서 . . .

쉰다기 보다는

이 마을이 운치가 있기에 

바로 떠나기가 아쉬운 그런 마음 

.

.

싱그러운 마로니에 나무잎

그리고

아카시아처럼 보이는 마로니에의 하얀 꽃송이

그 나무 아래 앉고 싶었는데

마침 이 마을에 그런 자리가 있기에

아무도 없는 공간에

혼자서 쉬어보는 시간 . . .

마로니에 나무 아래서 바라보는

동네의 끝 길

처음이 있으면 끝이 나오고 . . .

순례자 세 사람이

부지런하게 지나간다.

나도 이제 출발해야지 ~

유럽에서 온 순례자들의 전형적인 모습

반팔과 반바지

그리고

경등산화

사람들은 순례를 떠나기 전에

신발을 결정 할 때에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할지 고민한다.

나도 그랬다.

어떤 신발을 신고 걸어야하지를 . . .

다녀온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중등산화를 신으라 하였고

경등산화를 신으라는 사람도 있었고 . . .

모두 옳은 의견들이었다.

그러나 나의 경험으로는

프랑스 생장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는

중등산화가 참으로 도움이 되었다.

론세스바예스 로 내려가는 아주 급격한 경사의 길에

경등산화를 신은 오스트리아 사람이 미끄러져서 넘어지는 바람에

부상을 입은 모습을 직접 보았다.

그러나 나는 중등산화를 신었기에 미끄럼이 없었다.

그리고 파르돈 언덕에서 우테르가 마을을 걸을 때

산의 내리막길이 돌길이었고

마침 비가 내려서 길이 미끄러웠을 때

중등산화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몇군데 더 미끄러운 길들이 있었고 . . .

그러나 그런 지역을 제외하곤

평면적인 들판을 걷게 되는 코스가 많다보니

중등산화가 무겁게 느껴지고

결국 발등이 아프게 되고

나중에 이 여정을 모두 마친 후

발등의 통증이 심하게 되었다.

결론은

나는 중등산화를 추천하고 싶지 않다.

경등산화로도 충분하다. 피레네 산맥을 넘거나

몇 군데의 미끄러운 코스를 제외하곤 . . .

사진속의 사람들이 신은 경등산화처럼 

.

.

빌로리아 마을을 벗어나며 . . .

San Pedro

낯익은 이름

성인 베드로보다

자주 다녔던 거리 이름이기에 . . .

마을 밖에 있는

동네의 공동묘지

항상 그랬듯이

난 묘지앞을 지날때 마다

잠시 머물고 가곤 하였다.

왜 그랬을까?

평화롭고 싱그러운

빌로리아 마을을 떠나며

다음 마을을 향해 길을 걷는다.

순례길 15일차

5/2/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