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특이하게 길을 걷는 커플을 보았다.

한 사람은 작은 자전거

한 사람은 키가 참으로 작고 . . .

두 사람이

그렇게 길을 걷는 모습을 

뒤에서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페달을 돌리지 않고

발로 걷고

옆의 여자는 좀 빠른 발걸음으로 걷고 . . .

- 로스 아르코스 마을을 떠나며 -

로스 아르코스에서 산솔마을까지

순례길 10일차

늘 길 떠나기 전에

준비하는 시간이 짧지가 않다.

두 다리엔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양말은 발가락 양말위에 등산양말을 더 신고

목에 카메라를 걸어야 하는데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가슴에 고정시켜야 하고

렌즈를 보호하기 위해 작은 비닐커버를 가슴에 부착하고 . . .

그러는 동안

늘 하늘이 점점 밝아온다.

오늘은 비가 안 내리길 바라며

.

.

.

 구입한 과일이 많아서인지

배낭 무게가 만만찮다.

더구나 물병도 너무 크고 . . .

오늘은 날씨가 덥지 않을 것 같아

물병은 빼기로 한다.

다음 마을에 도착하면

그때 작은 물병으로 구입하기로 하고. . .

어느 순례자의 배낭뒤에 걸려져 있던

알루미늄 컵을 보면서 . . .

처음에 나는

이 컵으로 저 사람이

길에서 샘을 만나면

물을 먹는 용도로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

나중에 알고보니

개 . . . 물줄 때 

쓰는 용도라고?

그리고보니

지난 번 에스떼야 마을에서 어느 마을까지 순례길 중에

개가  홀로 걸어가던데

그때 그 ?

개와 함게 순례하는 사람도 있는거구나?

^.^

어제 이미 동네를 산책하면서 돌아보았던

로스 아르꼬스 마을의 길을 거의 나오고  . . .

마을의 끝에 위치한 무니시팔 (공립) 알베르게를 지나서

동네 밖으로 나오니 . . .

많은 순례자들이 길위에 보인다.

그 중에

미국에서 홀로 왔다는 여성 순례자도 보이고 . . .

아침에 길을 나설때는

길위에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점점

사람들이 사라져간다.

오늘은

특이하게 길을 걷는 커플을 보았다.

한 사람은 작은 자전거

 한 사람은 키가 참으로 작고 . . .

두 사람이

그렇게 길을 걷는 모습을 

뒤에서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페달을 돌리지 않고

발로 걷고

옆의 여자는 좀 빠른 발걸음으로 걷고 

.

.

.

그 어느 순례자들보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두 사람의 모습이

점점 더 멀어져간다.

아름다운 여정 되시기를

.

.

.

오 늘 도 

바 람 은  세 게 분 다 .

들 판 의  바 람 결 이

상 큼 해 . . .

그런데

아침시간이어서인지

공기가 차다.

불어오는 바람이

내 머리위에 쓰고 있던 모자를 하늘로 날려보내더니

저 만큼 뒤로 날아가 떨어진다.

마침 뒤에 오던 독일 여성 순례자들이

주워서 건네주었다.

크크크 웃으면서 ~

내 모자를 주어 준 두 여성 순례자들

거센 바람으로 모자를 쓸수가 없어서

배낭에 묶고 길을 걷는다.

친절하였던

그녀들도

다시 점이 되어 사라지고 

.

.

.

또 점이 되어 사라질

사람들이

계속 나의 앞을 스쳐 가고 

.

.

.

내 걸음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걷는 편이 결코 아니다.

다만 내가 해찰을 하기 때문이다.

해찰.

바람결이 좋아서

바람이 일렁거리는 밀밭의 풍경에 해찰하고

푸른 밀밭속에 핀 빨간 양귀비 꽃송이에 해찰하고

발밑으로 지나가는 지렁이 한마리에게도

해찰하다보니

다른 순례자들에게 늘 처지고 늦지만

어제처럼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던 늦은 오후에

그때 나는 얼마나 빨리 걸었던가?

절대 해찰하지 않고서~

그러나

난 이 해찰하는 것을 즐긴다.

내가 평온하니까

내가 행복하니까

.

.

.

저 멀리

다음 마을인 산솔이 보인다.

스페인의 마을이 모두 이렇지는 않겠지만

순례길 위에 있는 마을의 풍경은

한결같이 아름답다.

마을 중앙엔 항상 성당이 있고

그 성당 꼭대기엔 십자가 . . . 가 있는

모습이

.

.

.

길에 걸려진

산솔 마을의 숙소 안내표지를 보며

오늘은 맑은 햇살과 바람

푸른 하늘과 함께 길을 걷는다.

한 송이의 빨강 양귀비꽃이

아침햇살에 눈이 부셔~

여러송이의 양귀비도

그 아름다움이 더 하고

.

.

땅과 하늘이 맞닿은 것 같은 착각을 하며

길을 걷는다.

그 길 속으로 빨려들어가듯이 . . .

언덕길을 올라가는 데

무지개가 보인다.

와~ 무지개네?!!!!!

그 무지개는

큰 도로로 나올 때까지

계속 보여주고 . . .

기분이 좋아진다.

무지개를 보았다는 게 . . .

누구에게는

흔하게 보이는 무지개일지라도

이 길에서 처음으로 보는 무지개가

나의 앞에 정면으로 보여 주었다는 게

가슴을 설레이도록

기쁘게 한다.

서광처럼 빛이 나는 밀밭으로 보이는

노랑 화살표따라

계속 길을 걸어간다.

또 하늘이 맑게 개이고

풍경은

마치 아프리카 초원지대를 연상케 하고 . . .

나무 한 그루

그 멋진 자태에

시선을 거둘수가 없어 . . .

돌로 만들어진 

저것은 무엇일까?

역사가 오래된 만큼

유적지가 많은 땅인지라

알아도 곧 잊어버리지만

그래도 궁금~ @.@

몇발자국만 걸으면

곧 도착할 것 같은

산솔마을은

쉽게 도착되지 아니하고 . . .

산솔마을로 올라가는 언덕

어느 새 내 몸은 땀에 또 젖어있다.

로스 아르꼬스마을을 출발할 때는 추웠는데

걷다보니 땀이?

마지막 힘을 내어

언덕을 오른다

로스 아르꼬스 마을에서

산솔마을까지는 7킬로미터

일반적으로 2시간 정도면 걷는거리

그러나 천천히 걷는 나에겐 3시간 소요

아침을 먹지 않았더니

배가 고프다.

.

.

순례길 10일차

산솔마을에 도착하며

4/27/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