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도로길을 건너서

제대로 된 순례자 표시

이 표시를 발견하였을 때

참으로 반가움이라니~ 

휴~ 

이 사람은

내가 큰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서

산길로 접어 들었을 때

저 멀리서 나를 보고

어떻게 길을 찾냐고 물었던

스위스 여인

그래서 

손으로 방향을 가리켜주며

돌아서 큰 도로로 나오라고

큰소리로 말을 하니

그대로 하여

내 옆을 지나가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며 지나간다.

"뭘요~

이까짓 쯤이야~~~~푸하핫~~~"

뒤따라오던

다른 여성 순례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길을 헤메고 있을 때

앞사람 따라서 길을 찾아 열심히 올라오고 ~

이들이 올라가며

왜 길이 없냐고

혼동하였다는 이야기를 하며

나의 앞을 스쳐 지나간다.

오르는 산길에

예쁜 꽃을 보았다.

색상이 참으로 곱다.

이 아이를 담기 위해 끙끙

촛점이 잘 안 맞혀진다.

비는 내리고

마음은 급하여 포기하고 지나가는데

아무래도 그 꽃이 걸린다.

그래서

다시 올라가던 발걸음을 돌려

다시 그 꽃 앞으로 돌아와

온 심혈을 다해 셔터를 누른다.

이렇게  마음을 끄는 이미지에 대해

집착하는  내가

가끔 이상하다.

그냥 가지 않고

왜 끙끙대는건지?

저 꽃이

나를 붙잡는건지

내가 

저 꽃에 대해

미련을 갖는건지?

이 길을 지나가면

언제 다시 돌아올 기약이 없는데 . . .

비가 내린다,

바람과 함께.

조금 전 스위스 여인은

배낭에서 우의 바지를 꺼내어 입는다.

아?

비옷이나 판쵸만 있는 줄 알았는데

비를 막는 바지도 있는거구나?

돌로만든

이상한 아지트?

무슨 담요도 있고?

순례자 대피소는 아닌 듯?

돌들위에 세겨진 글자들은?

걸으면서

재미있는 이미지들을 많이 만난다.

그냥 스쳐가도 그만일터이지만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보지 못하였던 풍물이나

생각지 못하였던 이미지들에 대한

호기심은

나의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하고 . . .

조금 전 까지

함께 하였던 사람들

그동안 모두 사라지고 . . .

이젠 비와 바람과  함께 걷는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이게 인생 이라는 걸

.

.

길 한 켠에 있는 또 다른

불에 탄 흔적있는 역사적인 느낌의

형상을 보며  . . .

무언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나도 모르게 

시선을 끈다.?

오늘의 목적지

비아나 마을까지 3.8킬로미터

이제 조금씩 감이 온다.

3.8킬로미터에 대해 어느 만큼의 거리인지를 . . .

빠른 걸음이면 한시간 일터요

해찰하면서 걸으면 두시간일터 . . .

나는 시계를 보지 않는다.

보는 게 사실 두렵다.

볼때마다 놀랐으니까.

왜 이리 시간이 빨리가는거지?

하고서

.

.

.

평탄한 길을 걸으며 . . .

양쪽에 흐드려지게 핀 하얀 봄꽃들의 인사를 받으며

퍼레이드 하는 것 같은

혼자만의 착각~

^.^

풀밭속에 숨어있는

순례자 표시를  발견하고

쓰윽 ~ 웃으며

길을 따라  걷는다.

너가 꽁꽁 숨어있어도

난 다 알거등~

^.^

저 멀리에는

눈산이 보이고 . . .

그리고

눈 앞에는

비아나 마을이 다가오고 . . .

비가 내리는 산길에서

방수되는 바지로 갈아입고

천천히 걷고 있는 스위스 여인이

저 만치에 보인다.

비아나 마을을 향해 걸어가는 그녀는

그러나 . . .

그녀뿐만 아니라

순례자라면

그 어느 누구나

바로 비아나 마을을 직선으로 다가오는 걸 허락하지 않고

다른 마을을 거쳐서

돌아서 오도록

순례자 표시는 소리없는

명령을 하기에

순례자라면

이 명령에 순종하며

작은 샛길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비밀 아지트같은

좁은 골목길로 다시 들어가야 하고 . . .

그 좁을 길을 통과한 후

다시 자동차길을 건너서

비아나 마을로의 입성을  허락한다라는

비공식적인 사실~ ^^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비아나 마을 도착~!!!

비이나 마을 초입에 있는

알베르게 안내표시

비아나 마을엔 

걱정하지 않을 만큼

많은 알베르게가 있다.

사립 알베르게

공립 알베르게

그리고

호텔 등등

나는 가능한 알베르게를 선택하지 않고

혼자만의 공간이 있는

호텔을 선택하였다.

공동적인 생활로 인해 자유함을

억압받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으므로

.

.

.

비아나 마을에서 거의 제일 높은 지점에 있는

호텔에 방을 정하고

오늘은 여기서 쉼을 갖도록 한다.

오늘 걸은 걸음수는 24882

로스 아르코스 마을에서부터

거의 20킬로미터의 거리구간

일반적인 사람에겐 딱 안성맞춤인 거리라고 하는데

나는 파김치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내 영혼은 여전히

기쁨의 조각들이

날아다니고 있는 것 같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