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벗고

긴 다리를 편안하게

햇빛과 바람에게 선 보이며

갈가의 오래 된 벤치에

편안하게 쉬고 있는 여성 순례자.

이른 새벽에 

비아나 도착하기 전 마을에서

하룻밤 쉬고

이른 새벽에 출발해서 걸었다고 . . .

옆에 세워놓은

그녀의 배낭 무게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 로그로뇨 가는 길에 -

로그로뇨를 향해 걸으며

순례길 11일차

아침에 일어나

배낭을 챙기며 떠날 준비를 해 놓은 후

떠나기 전에 늘

그날 날짜와 이동하는 마을이나 도시이름을 적어서

카메라에 찍는다.

그래야 다음에 사진정리를 할 때

구별하기 쉬울 것 같아서 . . .

^ .^

이런 저런 준비를 마친 후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늦은 아침시간.

어제 보아 두었던

순례길을 통해  비아나 마을을 떠나간다.

오늘 도착 예정지는

로그로뇨 인데

비아나 마을에서 10칼로 정도의

부담없는 거리

그래서 마음이 느슨해지고

거의 부담이 없는 자유로운 느낌~

앞에 걸어가는 사람은 한국분

처음엔 잘 몰랐다가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어

서로가 한국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고 . . .

마을을 나오면서 본 노랑색 트랙터

이 마을의 농부인가보다~

부엔 까미노~ 

라는 인사를 받으며 . . .

마을을 나오며 

어느 코너의 벽에 그려진

부엔 까미노 이미지를 보며 . . .

여기서 잠깐 해찰을 하는데

뒤에서 오는 한국인 부부가

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국사람인지 일본사람인지 잘 모르겠다며

한국말로 물어보기에

한국사람이라고 대답하니

반갑다고 . . . 인사한다.

이 두사람은

어제 비아나 마을에 도착해서부터

내내 냉전중인듯

.

.

.

옆에서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걷노라니

내 마음이 불편해진다.

나름 위로 한다고

몇마디 하지만

부인이 의외로 무척 강경하다.

남편이 한마디하면

부인은 백마디?

어느 새

한국인들이 계속 다가오고

서로 한국인이라고 반갑게 인사하면서

함께 걷는다.

그러는 사이에 부인은

다른 한국이들과 함께 걷고

남편은 뒤에 한참 떨어져 홀로이 걸어가고 . . .

비아나 마을에서 로그로뇨 가는

이 길 위에서

한국인들을 많이 만났다.

미동부에서 홀로 순례길인 젊은 청년

한국 전국 곳곳에서 순례길 온 30대 그리고 40대

한결같이 모두 혼자씩 떠나왔는데

(티격태격하는 부부만 제외하고)

어느 새 그룹이 되어 걷고 있다.

얼마 쯤 걷다보니

건축한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나무다리가 나타났다.

자동차길이 위험하여

순례자들의 안전을 위해 만든

배려인 듯 . . .

다리 난간에 적어진 글들을 보며 . . .

한글도 보이고 . . .

한글이 많이 보인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많이 걷는다는 의미?

그런데 낙서가 유난히 많은 건

상쾌한 느낌이 아닌 듯 . . .

육교위에서 바라 본 도로의 풍경

저 멀리 오늘 떠나 온

비아나 마을 모습이 보인다.

비아나 마을이여

잘 계시게나~

함께 걷던 한국인들이

좀 쉬어가자고 한다.

그런데 나는 쉬는 것에 편하지 않다.

일단 배낭을 내려놓을 때

배낭의 끈에 묶은 카메라부터 줄을 풀어야 하고

어깨통증을 방지하기 위해 받쳐놓은 두개의 쿠션도 빼야하고

등등 . . .일들이 복잡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비아나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은 거리이기도 하여

그냥 걷겠다고 하고

홀로 걷기 시작

.

.

여기서부터

그동안 걸었던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의 피레네 산맥에서 부터 시작된

나바라주가 끝나고

이제 새로운 스페인의 다른 주인

 라 리오하 주가  시작되는 지점

그리고

이 곳에서 처음으로 본

색다른 산티아고 순례자 표시

길을 걸으면서 각 주마다 다른

무언가 변화가 보이는 모습이

흥미롭다.

굴다리를 지나고 . . .

깨끗하게 다듬어진 언덕길을

빨간색 옷을 입은

할아버지 바이커가  경쾌하게 지나간다.

다시 고요가 찾아오고 . . .

여럿이 함께 걸었을 때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기 위해 신경을 쓰다보니

주변의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걸었는데

이제 다시 혼자되어보니

여럿이 대화를 나누며 걷는것 보다

나 홀로 조용히

사색하며 걷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파란 하늘을 향해 하늘거리는

보라색 엉겅퀴를 바라보며 . . .

내 약한 마음속에 누군가 속삭이는 듯한 . . .

조금 전 한국인들이 같이 쉬자고 하였을 때

그들의 제의를 거절하였다는 것이 . . . 걸린다.

에효~

어차피 혼자였는데 무얼~

보라색 엉겅퀴가 

가을날의 코스모스처럼 하늘거리는

오르막 길을 계속 걸으며 . . .

비아나에서 로그로뇨 가는 길에

순례길 11일차

4/27/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