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3번째의 순례길이라는

독일청년 한스는 

성당의 문이 열리는

오후 2시까지 기다리겠다며

뜨거운 햇살이 내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한다.

이 곳은

자신에게는 평안과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곳이라고 

한 낮의 뜨거운 온도로  앵두처럼 얼굴이 빨갛게 익어가는

독일 청년 한스.

그저 설렁설렁 걷고 있는 나에게

순례의 의미를 강하게 부여해 준

그의 말과 모습이 오래토록

기억이 되었던 . . .

- 에우나테 산타마리아 성당에서 -

미국 텍사스에서 홀로 온 올리비아씨가 

먼저 자리에 일어나서 떠난 후

나도  길 떠날 준비를 하고 카페를 나온다.

어느쪽으로 가야 에우나테 마을로 가는 길일까?

에우나테 마을을 가기 위해

다시 무루사발 동네 어귀로 걷고 있는 중에

사람의 눈에 확 띄이는

노란 배경에 적혀있는

검은 색 글씨와 화살표를 발견하였다.

반가움 마음으로 

화살표 방향으로 길을 걷는다.

무루사발 동네 밖을 나오니 푸른 벌판이 다시 반긴다.

에우나테 가는 표지판을 보고

화살표 방향대로 길을 걸으며 . . .

길위엔 아무도 없다,

지나가는 자동차조차도 . . .

햇살도 밝지 않고

구름이 많은 흐린 이런 날씨가

걷기엔 더 없이 좋다.

어젯밤엔 비록 잠을 제대로 못 잤음에도

지금 이 시간 걷는 작은 돌멩이들이 깔려있는 

돌길을 걷는마음은 

에우나테 마을에 대한 기대감으로

뭔가 설레이기도 하고 . . .?

얼마큼 걷다가 되돌아 본

무루사발 동네 풍경

역사깊은 수도원과 성당 그리고

내 마음속에 조용히 자리잡은 

수천년의 이끼꽃들이 피어난 그 위의

세개의 십자가를 만났던

의미있는 마을

그 아름다운 마을에게

굿바이 인사를 하며 

.

.

.

계속되는 노랑과 초록의 풍경

터벅터벅 걸어가는 

발걸음을 피곤치 않게 해 주는

자연의 선물 ~

길을 따라 걷다보니

작은 성당이 보인다.

작은 지붕위의 

소박한  십자가

성당 안을 들어가 보기 위해

건물의 뒷쪽으로 갔다.

들어가는 문을 찾기 위해서 . . .

나무도 된 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여

성당 주변을 둘러보면서 . . .

우물터 같기도 하고?

.

.

.

사람들도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에

왜 이런 조그만 성당을 세웠을까?

성당 벽에 새겨진

에우나테 가는 길 표시를 보며

다시 길위로 나선다.

다시 걷는다.

.여기 저기 헝클어진 실타래마냥 

자동차 바퀴 자국이 난 길을 따라서 . . .

늘 노랑색으로만 된

순례자 길 안내표시를 보았는데

생소한 주홍색 화살표?

화살표는 아무리 보아도

반갑고 기쁘다.

내가 바로 길을 걸어가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에 ~

한참을 걸은 길위의 어디쯤에서 . . .

동네 할아버지와 젊은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그 할아버지가 나보고

에우나테 산타마리아 성당에 가냐고 물었고 . . .

그렇다고 대답하니

친절하게 어떻게 어떻게 가라고

알려주었던~

사실 

에우나테 성당으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길은 한줄기 외길이었고

어디쯤에서 갈림길이 나왔는데

사진처럼 오르쪽으로 가라는 표지판이 있고

그 화살표대로 걸으면 되었기에

그럼에도 그 할아버지는 

무언가 친절을 베풀고 싶으신 듯~

큰 길가에 세워져 있는

에우나테 성당에 대한 안내표지를 보며 . . .

에우나테  마을 입구에서 

에우나테 성당 다가올 즈음 

벌판에 서 있던 플라타너스 나무들

싱그러운 여름

고요한 세상

그리고

평화 한 조각 

.

.

.

조그만 다리를 건너니

산타마리아 데 에우나테 성당 건물이 보인다.

이끼가 가득한 벽돌이 보이는 

이 건물은

부속건물인 듯?

성당 들어가기 전

주차장에 있던 안내의 글

이 분은

조금 전 동네 어디쯤에서 만났던 할아버지

그때 나에게 에우나테 성당 가는 길을

친절하게 알려주었던 ~ 

그런데 이 할아버지와 동네 사람이 자동차로  오더니

마침 걸어서 들어오는 나와 함께 거의 도착

그런 후 자동차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안내판을 보며

에우나테 성당 구조에 대해 또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고?

스페니쉬로 말씀하시는 이 분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대충 짐작하기는

자신은 이 에우나테 성당의 관리자이고

이 성당은 산티아고 순례길 중에 있는 성당중에서

제일 아름답고 훌륭하다고 하다는 듯?

이 부분은 지난 번 머물렸던 라라소냐의 이레네 할머니의

이야기와 거의 비슷하다.

그 성당 입구에서

한 젊은이가 홀로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 성당을 찾아오는 이는

나 외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한스라는 이름의

독일 청년

나보다 훨씬 먼저 도착했는데

성당문이 닫혀있어서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고~

나 역시

성당문이 열리지 않아서 밖으로만

돌아볼 수 밖에~

관리인 할아버지와 동네 사람이

들어간 부속건물

창문에 레이스로 된 커텐?이 보인다.

                                         산타마리아 데 에우나테 성당의 아름다운 모습

성당 꼭대기에 있는

2개의 종

그 종위에 새겨진 작은 십자가

그 형상 하나하나가

진실로 아름답다.

성당 지붕 아래로 보이는

유리로 된 창들

그 창들을 통해

성당 안에는 아름다운 빛들이

들어간다고 . . .

성당의 관리자이신  할아버지께서

설명해 주고

나는 이  관리인 할아버지께서

성당문을 오픈해 줄 줄 알았는데

성당 오픈 시간은 오후 2시라며

지금 성당을 오픈 할 수 없다고?

자신은 성당에 일이 있어서 돌아보고

다시 마을로 돌아간다고?

@.@

하루에 한번 혹은 두번

성당을 둘러보고 가신다는

관리인 할아버지와 동네사람

아직 오픈 시간이 아니기에

성당내부를 보여줄 수 없다며 떠나가는 

저들의 뒷모습을

멀거니 쳐다보며 . . .

멀리서 일부러 여기까지 왔는데

이른 시간이지만

잠깐이라도 성당안을 보고 가라고

배려해 주면 안 되는걸까?

그게 나쁜걸까?

이번이 3번째의 순례길이라는

독일청년 한스는 

성당의 문이 열리는

오후 2시까지 기다리겠다며

뜨거운 햇살이 내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한다.

이 곳은

자신에게는 평안과 영감을 주는 특별한 곳이기에

꼭 이 곳을 들려서 다른 마을을 걸어간다며 . . .

잠시 나도 생각에 잠긴다.

지금 시간이 낮 12시

앞으로 2시간을 더 머물면서

성당을 오픈하는 걸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푸엔테 라 레이나 마을을 향해 걸어야 할지?

나는 독일청년 한스처럼

에우나테 마을의 산타마리아 성당에서 

영감을 받은 적도 없고

성당문이 열리길 기다릴 만큼

애타는 심정도 아닌데 . . .?

에우나테 성당위의  언덕을 올라가서 보니

저 멀리 자전거를 탄 엄마와 아가가 

들판을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

이 곳에 오래 머무르지 말고

 떠나자

달리지는 못해도

내 발걸음 움직이는대로 

계속 걷는거야 . . .

성당을 떠나

길을 걸으며

내 자신에게 물어본다.

나는 왜 

순례자길에서 빠져  

외곽으로 걸어서 여기까지 왔는가?

오로지 성당만을 보기 위해?

내가 이 곳을 온 까닭은

처음엔 이레네 할머니의 권유에 의해서였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이 순례자길 위에 있는

그 어떤 것에 대한 끌림이라는 것을 . . .

내 마음속에 이끄는 

알수 없는

그 무엇이 있었다는 것을 . . .

비록 성당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겉모양만 보고 떠나지만

이 성당까지 오는 동안 

내 마음속에 

잔잔한 파도같은 평화가 

스며 들었다는 것을

.

.

.

걷기 7일차

무루사발에서 에우나테까지

4/23/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