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개성이 다른

여자 친구 셋

어떻게 의기투합하여

이 길까지 

그녀들은 함께 걷게 되는 것일까?

그녀들의 우정이

아름답고 멋지게 느껴졌던  . . .

마네루 마을을 향해 걸으며

순례길 8일차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여정중에

머무는 마을

그 마을이나 숙소들은 각각의 특징이 있어서

좋았다.

푸렌테 라 레이나 마을에 머문 숙소는

어두운 분위기에 로비마다

구리항아리들이 놓여있었다.

그 느낌은

마치 오래 전 고대시절로 되돌아 간 듯한?

숙소에서 제공된 아침식사

별 다름없는 메뉴

카페라테와 토스트 2쪽

특별히 오렌지 쥬스까지? @.@

햄과 치즈도 주었지만

여정내내 치즈와 햄은 거의 먹지 않았다.

짜기도 하였고

원래 안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였고 . . .

웨이츄레스가 왜 안 먹냐고 묻는다.

오래 걸으려면 먹어야 한다면서 . . .

왜 안 먹냐 고 . . .

그 말 다음에

오래 걸으려면 먹어야 한다는 그 말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우리 엄마도 늘 그러셨는데 . . .

길 떠나기 전

많이 먹어두라고 . . .

어제 세탁하엿던 옷을

밤새 창가에 말리고 . . .

양말이나 목수건은

옷걸이에 걸어서

램프위 불빛에 말리고

그래도 다 마르지 않은 옷은 

배낭 뒤에 매달고 걷는다.

걷는 사이에 마르면

또 다른 목적지에 도착해서

갈아 입을 수 있으니까 . . .

.

아침마다 길을 떠나기 전

준비하는 시간이 대체적으로 길다.

제일 중요한 여권과 현금은 몸 깊숙이 간직해야 하고

두 다리엔 다리보호대를 각각 착용해야 하고

그리고 

발가락 양말을 먼저 신고

그 다음엔 두툼한 양말을 또 신고

양말은 항상 2컬레를 신고 다니기에 . . .

그 다음에

등산화를 신는데

등산화 끈이 억세어서

나중엔 오른손 집게 손마디에

칼집처럼 갈라지면서 피가 나기도 하였다.

나는 등산화 끈이 그토록 억센지

예전에는 몰랐다는~  ^^

옷을 모두 입은 후엔

배낭속에 슬리퍼를 넣고

마지막으로 

길 중간에 먹어야 할 과일을 넣고

배낭을 마무리하여 꼭 잠그고

그런 후

IPod을 셋팅하여

오늘 걸을 걸음 숫자를 카운트 시작하고

음악도 선곡해 놓고

귀에 이어폰을 꼿고

그런 후

카메라를 목에 걸은 후

배낭을 맨 다음

어깨가 짓누르지 않도록

두 어깨에 쿠션을 대고 . . .

어깨 쿠션은 집에서 안 쓰는 머플러를 잘라서

바느질 한 걸 사용하였는데

어깨 통증을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배낭을 매기 전

허리백을 착용하고

그 허리백엔 물병과 작은 컴팩트 카메라를 넣고

또 사진촬영에 필요한 필터와 여분의 밧테리와

여분의 메모리 카드를 넣고 . . .

이렇게 준비를 하는 시간이

거의 30여분 소요

빠르게 할수도 있지만

천천히 차근차근

혹시 빠진 건 없는지 체크하면서 준비하다보니

시간이 더 걸린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천천히 하는 게 좋다.

허겁지겁 챙기면

꼭 무언가 빠뜨리곤 하니까

.

.

.

푸엔테 라 레이나 다리에 비치는

산뜻한 아침햇살

자~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거야 ~

이제 이 왕비의 다리를 건너서

오늘의 목적지인

에스테야 마을까지 걷기 시작한다

저 멀리

스위스에서 어제 푸엔테 라 레이나에 도착해서

오늘부터 순례길을 시작한다는

스위스 사람 알탄씨가 걸어가는 모습이 보이고 . . .

푸엔테 라 레이나의 다리를 건너서

큰 길을 따라 걷다가 

길의 갈림길에서 순례자 표시를 따라 걷다보니

수도원이 나온다.

.

그 수도원 건물 사이로

순례자의 길은 이어지고 

.

.

.

.

푸엔테 라 레이나 마을을 완전히 벗어나자

산으로 오르는 길로 이어진다.

아무도 없는 산길

고요함과 함께 . . .

산길 어디쯤에서 만난 삼총사여인들

이 여인들은 이미

팜플로나 시청앞에서 보았던 인연~

세 여인들이

길 바닥에 배낭을 내려놓고

썬크림을  열심히 바르는 모습을 보았다.

그 바르는 모습들이 너무 진지해서

그 모습을 담고 싶었지만

그녀들에게 실례되는 것 같기에

대신

부엔까미노~ 라는

인삿말로 

또 만나서 반갑다는 말을 하니

그녀들도 상쾌한 모습으로

화답을 한다.

프랑스에서 왔다며 . . .

한 여인은 화가

한 여인은 학교의 선생님

한 여인은 프리랜서 라며 자신들을 소개한

유쾌한  삼총사 여인들이

다시 배낭을 매고 산을 오르고 . . .

각자 개성이 다른

여자 친구 셋

어떻게 의기투합하여

이 길까지 그녀들은 함께 걷게 되는 것일까?

그녀들의 아름다운 우정이

멋진게 생각된다.

.

.

.

함께 한다는 것

팀원이 있다는 것

때로는 부러울 때도 있지만

그건 잠시

혼자만의 자유로움이

나는 더 끌린다.

저 산을 넘어야 하는 걸까?

 숲길은 조용하고 . . .

마침 이어폰을 통해 귀에서 들리는 음악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 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은 

눈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나면 위대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먕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한복판에 이렇듯 철저하게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흐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

.

.

산 어느쯤에

오늘 아침에 나보다 앞서 걷던

스위스 사람 알탄씨가

나를 보고 반갑게 웃는다.

다른 순례자들은 등산복 차림인데

이 사람은 청바지차림~

그 소탈함이 좋아보인다.

알탄씨는

가이드 북을 보면서

오늘 어디쯤 걸을지 생각중이라고?

.

계속 더 쉼을 갖겠다는 알탄씨와

굿바이 인사를 하고 

먼저 길을 떠난다.

산길 옆으로 펼쳐지는 

노랑 유채화

스페인의 4월은

노랑색의 계절인 듯~

오르막길

스틱에 의지해서  한 걸음 한 걸음 오른다,

이미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고 . . .

갑자기 도마뱀 한마디

쓰윽~

꼬리가 꽤 길다?

예전에 우리집  현관앞으로

고양이가 선물해 주었던

도마뱀은 작았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도마뱀은

순식간에 수풀속으로 사라지고~

다시 걷는다

천천히

천천히 

거북이처럼

.

.

.

산을 벗어나자 다시 펼쳐지는

노랑 유채화와

초록의 밀밭 풍경들

빨리 걷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 아닌데

이런 풍경을 보고

어이 해찰을 하지 않겠냐고?

@.@

그 밀밭 사이로

노랑 화살표는 이어지고 . . .

산 하나 넘고

길을 따라 걷다보니

조그만 마을이 보인다.

마을 이름은

마네루

마네루 마을 들어가기 전

노랑 화살표 아래

낯익은

대한민국 태극기

애국심에 불타는 한국인이

붙였으리라 . . .

그 태극기를 바라보며

잠깐 

묵 념

.

.

.

사는 곳은 한국땅이 아니더라도 

또한 엄밀하게는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나는 한국인이라는 걸

내 조국이 한국이라는 걸

.

.

.

큰 도로를 건너니

마네루 마을에 대한 소개의 표지판이 보이고

그 옆에 붙여진

작은 화살표 따라 걷는다.

마네루 마을의

어느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고 . . .

누구는 열심히 일을 하고

누구는 땀흘리면서 열심히 걷고

그 차이는 무엇일까?

길을 걸으면서

일하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나와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곤 하였다.

내가 길을 걷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 일을 하고 있을텐데

그러나

나 역시 많은 걸 중단하거나 포기하고

지금 이 길위에 있다는 것 . . .

겉으로는 한량스럽게 보이질 모르겠지만

나 역시 의미있는

노동을 하고 있다는 걸~

마네루 마을의 어느 집 벽을 보며 . . .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각각 사이즈도 다르고 

칼라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데 

어떻게 하나로 통일되어

벽이 되어가는지?

심지어

저 벽이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스타일의 벽을 다른 동네에서도

간혹 보곤 하였는데

스페인만의 특색일까?

마네루 마을에 있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견고한 성당을 보며 . . .

마을 중앙에 있는 길을 따라 . . .

목마른 순례자를 위한

밴딩머신 안내글

마을을 지나가는  지친 순례자를 위하여

잠깐 쉬어갈 수 있도록

의자도 있었고

와이파이도 된다는

 밴딩머신 존(Zone)

이 마을엔 

Bar 나 카페가 없었기에 

이런 작은 편의를 만들어 준 듯 . . .

그 앞에 있던

마녜루 마을의 알베르게

아침시간이어서인지 문이 잠겨있나보다~

마을 어느 집에 활짝 피어있던

연분홍꽃의 나무?

나무잎도 없고

나뭇가지에 피어있는 

신비한 나무?

예쁜  아프리칸 데이지 꽃들이 피어있는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걸어가며 . . .

어느 집 앞에

냄비와 식기들이 벽에 걸어져 있기에 . . .

우리네 그릇문화와 비슷한 것 같아 

정겨워 보인다.

나도 모르게

집안으로 들어가

주방을 보고싶은 충동

어쩌�� 이 집 주방엔

부뚜막이 있을 것 같아~

그러나

거기까지 . . .

^.^

순례자 안내표시를

따라 걷다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