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큰 물병을 통째로 들고

물을 마시고 있다.

아.

지금 나는 갈증이 심하다.

내 물병엔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물이 남아있다.

그러나 나는

이 마지막 한 방울을  마시지 못하고

비상용으로 남겨놓고

입술이 바싹 마른 채 걷고 있는데 . . .

- 로르까 마을 근처에서 -

나무다리가 나왔다.

그냥 길이 아니라

이런 저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길들이 재미있고 . . .

거대한 배수관이 길게 지나가고 . . .

누군가의 죽음을 또 대한다.

항상 이런 모습을 만나면

저절로 숙연해지는 마음.

누군가 철조망 사이에 걸어놓은

화려하지 않은

겸손한 십자가   

라일락꽃 같은

보랏빛 꽃

이 꽃은 프랑스 생장을 출발할 때

현지인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선물 해 주었던

꽃이었는데

이 곳에서 다시 보다니?

반가운 마음에 미소가 절로 나오고 ~

나의 앞에서 걷던 여성 순레자가 

다리에서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녀가 

큰 물병에서 물을 마신다.

아.

지금 나는 갈증이 심하다.

내 물병엔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물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 마지막 한 방울을 나는 마시지 못하고

비상용으로 남겨주고

입술이 마른 채 걷고 있는데 . . .

그녀가 물을 마시는 저 모습은

나의 갈증을 더 고갈하듯

침이 넘어가고

.

.

그녀가 만약

자신의 물병을 건네주면서

나의 목에 걸려있는 카메라와 바꾸자고 제안한다면

나는 물을 선택할 것인가

카메라를 버릴 것인가?

 말도 안 되지만

최악의 생각까지 들 정도로

물에 대한 갈망이 극도로 달하다니?

다리 아래를 보니

물들이 흐른다.

시원하고 맑은 물들이

찰랑 찰랑 . . .

그러나 저 물 역시

내 갈증을 해소 해 줄 수 있는 건 아니고. . .

어디 샘물터가 있는지

주변을 살펴 보았지만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산길 어디쯤에 보였던

가리비

나무에 묶어 놓은 모습이

한국 영화에서 보던 . . .

당산나무에 오색칼라의 천을 묶어 두고

기원하던 그런 연상이 먼저 든다.

무슨 글인지 알 순 없지만

몇몇 읽을 수 있는 단어로 보아

이 길을 걷는 순례자들의 무사함을 기원하는

그런 뜻 같은?

걷다보니

2번째 굴다리 통과

돌로 만든 굴이어서인지

무척 시원하다.

그냥 이 곳에 주저 앉아 

눕고만 싶은 심정

숲속 길 

한켠에 서 있는

노랑 화살표

다시 힘내어 걷는다.

나의 앞에 두 사람의 순례자가 지나간다.

나도 영차 영차 

올라가며

.

.

.

드디어

로스까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은 멀리서도 보이지 않았고

숲속을 돌고 돌아

언덕을 오르니까

눈에 나타났다.

참으로 반갑다.

마을에 가면

바로 물부터 구입해야지 ~

로르까 마을의 순례자 길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길 하나로 이어져있었다.

반듯한 길을 따라서 걸어가니

알베르게가 나오고

그 앞에는 몇몇의 순례자들이 배낭을 내려놓고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모습들이 보인다.

호세네 알베르게.

아, 여기가 그 유명한

호세네 알베르게?

이 알베르게는 

한국인 여성이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나름 소문이 나 있었던 곳인데?

내가 듣기엔

한국인 여성이 순례길에

스페인 남성 호세를 만나서

결혼까지 하게 되어

산티아고 가는 어느 마을에서

순례자를 위한 알베르게를 한다는 것까지 알았지만

여기가 바로

그들의 알베르게 일 줄이야?!!!

지나가는 길일지라도

그들의 얼굴을 보고

인사도 나누고 물도 구입할텐데  . . .

안타깝게도 문이 닫혀 있네?

마을을 계속 걸으면서

혹시 열어져 있는 카페나 Bar가 있는지

사방을 둘러보고 . . .

아니면

샘물이라도 . . .

그런데  물을 구입할 수 있는 슈퍼는 커녕

지나가는 사람도 전혀 없고 . . .

마을의 거리가 거의 끝나 갈 즈음에

음료를 파는 간판이 보인다.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도 있는 걸 보아

카페나 슈퍼인지도?

한국어로

슈퍼  홀리오의 집 이라고~?

한국 순례자 여러분들

쉬었다 가세요~ 

라는 문구까지~

반가웠다.

너무 . . .

드디어

오아시스를 만나다니~

.

.

.

거의 밑바닥에 아주 조금 남아있는

물병을 입구에 있는 쓰레기통에 넣으며

( 누군가 그랬다. 입에 댄 물병을 계속 먹으면 세균이 옮긴다고~

그러면 배가 아플거라고.....

그럼에도 나는 이 마지막 남은 물 한방울을 버리지 못하고

배낭 옆구리에 넣어 가지고 있었다.)

아무튼

아이스 되어있는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슈퍼의 문을 열려고 하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가게 안을 들어다보니

아무도 없는 듯?

그때서야 눈에 들어오는 사인표

오후 1시부터 5시 30분까지

Closed

세상에 . . .

오후 5시 30분에야 문을 오픈한다고?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데?

그래도 혹시 안에

주인이 있을지 모를까 봐

몇번이나 더 문을 쾅쾅 두드려 보았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어....

맥이 다 빠진다.

이 허탈감이라니 . . .? 

가게의 한 켠에 묶어져 있던 바둑이 한마리

"아가야  너의 주인이 멀리 간거니?

너 혼자 지키는 거야?"

강아지는 그저 멀거니 바라만 보고 

.

.

바둑이 뒤 하늘색 물통안에 들어있는

물 . . .

저  물 이  먹 을  수  있 는

물 이 라 면 . . .

문이 닫혀있는 슈퍼를 나와

다시 길을 걷는다.

다음 마을인

비야뚜르타 까지는 4.3킬로미터  . . .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그 마을까지 가야 할 수 밖에 . . .

맑은 숲속길을 따라

발걸음은 계속되고 . . .

헉헉거리는 마음으로

로스까 마을을 떠나며

순례길 8일차

4/24/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