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개의 크고 작은 종들

저 종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 . .

푸렌테 라 레이나의 산티아고 성당에서는

30분마다  들렸을 때

그 건 사람이 타종을 하는 게 아니라

기계적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의 실망감

그런 현대식이 아닌

자연적인

진실로 정감이 가고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숙연함이 느껴지는 그런 종소리를

듣고 싶은 . . .

성 베르문도의 상

들고있는 지팡이의 이미지가 달팽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한번 웃으며

 베르문도성인이시여 ~  굿 바 이 ~

- 그때는 이 성인에 대해 잘 몰랐지만

나중에 이 분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한번 스쳐간 이름일지라도

다음에 듣게 되면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되더라는.....^^

성당 앞에 서 있는 안내표

에스떼야 3.2킬로

지금은 3시가 넘어 오후 4시로 들어가는 시간.

해지기 전에

에스테야에 도착할 수 있을까?

조금 걸어가니

낡은 건물의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올리브 나무들 안에 둘러싸인

저 건물은

무슨 성당일까?

나중에

가이드 북을 통해서 알아 본 바로는

산 미겔 소성당 (Ermita de San Miguel)

순례길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되는 거리였기에

그 곳을 향해 가 보니

거의 형체를 알 수 없는 설명문

비아뚜에르따 마을에서 관리하는 성당인 듯?

Ermita de San Migue

오랜 세월의 흔적을 알 수 있다해도

방치하는 듯한 느낌

조금 더 보수를 하였으면 하는 . . .

앞으로 걸어야 할 거리는 2.4킬로

힘내서 영차 영차~~

다시 산길로 접어 들고 . . .

이젠 시간이 늦은 오후시간대여서 인지

걸어가는 순례자는 거의 보이지 않고 . . .

고요한 숲속길을 걸어 갈 때는

조금 무서운 마음도 . . .

그래도

귀에 꼿은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마음을 다지고 . . .

이번 순례길 준비하면서

아이팟에 음악을 1000여곡 선곡해서 저장했다.

여러 장르의 음악중에

한국의 가수 조용필의 음악을 좋아해서

그의 노래를 많이 저장하였는데

마침 내 귀에 흐르는 노래는

조용필의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숨결이 느껴진 곳에

내 마음 머물게 하여 주오

그대 긴밤을 지샌 별처럼

사랑의 그림자되어

그 곁에 살리라

아 지금 내곁에 있는 모든 것들이

정녕 기쁨이 되게 하여 주오

그리고 사랑의 그림자되어

끝없이 머물게 하여주오

한순간 스쳐가는 그 세월을

내 곁에 머물토록 하여 주오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을

사랑은 영원히 남아

언제나 내 곁에

.

.

.

또 굴다리를 지나고 . . .

농가의 빈 창고인 듯 . . .

그 건물벽에도

순례자 노랑화살표가 있고 . . .

볼때마다

반갑고 고마운

노랑 화살표.

지금 내가 제대로 걸어가고 있구나 . . . 하는

안도감을 주며 

다리를 건너고 . . .

그런데 다리 노면이 미끄러워서

조심히 . . .

다리 위에서 바라 본

냇가의 물

검푸른 빛 . . .물살은 세지만

흐르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다시 발걸음 옮기고

.

.

사람이 사는 집일까?

노랑 화살표따라

터벅터벅 걸어간다.

어느 집 담벼락 밑에 곱게 핀

붓꽃

그만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해 . . .

우리집 앞뜰  현관옆에도

지금쯤 이렇게 똑같은 보라색 붓꽃이 피었을까?

다시 숲길로 들어가고 . . .

이미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싱그런 칼라의  나뭇잎들을 보면

발걸음이 다시 가볍게 되는 현상~

또 평지가 나타나고 . . .

내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시선을 어찌하지 못하고 

잠깐 해찰을 ~

^.^

숲속에 좁은 폭의  다리가 나타났다.

내리막길 계단을 조심스럽게 걸으며 . . .

오래 전 한국에 살았을 때

대둔산의 그 다리가 생각난다.

밑을 내려다보면 앗찔하였던

그 스릴있던 구름다리가. . .

그러나 

이건 뭐......

숲 사이로

큰 건물이 보이는 걸 보니

예스떼야 마을이 다 왔나보다~

배낭 포켓에 넣어 두었던 물 2병

이젠 거의  바닥

그리고보니

오늘 거의 먹지 못하고

걷기만 하였네 . . .

지난 번 론세츠바예스를 떠나면서

수퍼에서 구입하였던

건빵 몇개만 먹었을 뿐 . . .

무슨 학교같은 건물이

숲속에 ?

예스떼야 마을 입구에 있는

알베르게 안내표

이 마을은 작은 시골이 아니라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마을인 듯 . . .

순례자길에 대한 안내길도

간단하게 그려져 있고 . . .

무언가 친절함이 느껴져~

이제 예스떼야 마을 향해 들어간다.

이 곳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평온과 감사의 마음으로 . . .

그날 나의 발가락에 맺힌 물집들 . . .

시리고 아팠다.

일단 저 물집을 터트려야 하는데

달리 도구가 없어서

옷핀으로 터뜨리고

후시딘 연고를 바르고 . . .

집에서 출발할 때

후시딘 연고를 준비하였었는데

이 연고는 진실로 효자역할을 하였다.

나의 발가락 물집뿐만 아니라

어느 상처에도 만능치료제로 . . .

순례길 거의 마쳐갈 즈음에

후시딘 연고가 다 닮아졌을 때

짜고 또 짜고  . . . 끝까지

나의 상처에 도움을 주었던

고마운 약품

오늘 하루 걸었던 발걸음 수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작은 수일지라도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았던 나에겐

아마도 일생 최고의 숫자일 듯?

고생은 되었지만

흐믓~~~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부터 예스테야까지

순례길 8일차를 마치며

4/24/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