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의 창밖으로 

내려더보는 광장의 풍경

바람도 없이

조용히 내리는 비를 보며

마음은 차분해 진다.

한편으로는

내일 아침 길 떠날 일이

걱정이 되면서도 . . .

- 에스테야 마을에서-

늦은 오후 시간

하늘이 조금씩 검게 변해 가고 바람이 분다.

4월 하순의 바람

이 촉감이 좋다.

지금 머물고 있는 순례자의 길에 위치한

예스테야 마을에서의 바람이기에

더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다른 마을에서 출발하였던 순례자들이

오후 시간이 되자

계속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을 지켜보는 내 마음은

웬지 학교 다닐 때

땡땡이 친 그런 기분?

그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지금 내가 이 시간

이 곳에 있다는 현실이

내 자신을 감미롭게 하고 있다는 것

.

.

예스테야 마을의 순례자길을 걸으며 . . .

야곱에 관한 무슨 의미가 있는 집인걸까?

현관 문 위에 걸여진 문패들이 흥미롭다.

내일 걸을 길을

미리 가 본다.

이 길을 통해서 순례자길로 들어가야 하므로 . . .

워낙 방향감각도 없고

길치인 나는 미리 알아두어야 함이 필수

그럼에도 간혹

다른 쪽으로 가기가 허다하였쓰 . . .

아치형의 길

그냥 바라만 보아도

예술스럽다.

그 문위에 걸어져 있는

예수님의 모습

예수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제가 이 길을 걸으면서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혹여

당신의 음성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요?

순례자의  작은 골목길이 끝나고

로터리가 나타났다.

여기까지 미리 와 보고

내일 아침에 순례자 표시 보고

걸어가리라.

로터리 중심에 있던

순례자 타워

그 꼭대기에 있는

십자가위의 형상이

코믹해~

어느 순례자의 모습을 보며 . . .

면수건이 아닌

하늘 색 스카프를 목에 두른 모습이

인상적~

강을 보고

다리를 건너니

푸른 잔디위에 하얀 꽃들이 가득한 공원이 나온다.

아직 진한 녹색이 되지 않은

연두색의 나뭇잎들이

참으로 싱그러워서

공원에서 오래 머물렸다.

미구엘씨가 손으로 가리킨 방향으로 걸어갔다.

유명한 수도원인가 보다 . . .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였지만

밖에서 보기만 해도

그 기품이 느껴진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빵을 들고 가는 사람들이 자주 보였다.

빵을 한 봉지가 아닌 걸 보니

가족수대로?

빵.

빵처럼 

구수한 말이 또 있을까?

예전에도 빵을 좋아하긴 하였지만

순례중에 맛보는 빵은

평상시 집에서 먹는 빵과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

그건

그냥 빵이 아니라

생명이었고

감사같은

.

.

내일을 위해

슈퍼마켓에서

오이2개와 오렌지 2개를 구입

오이는 

늘 2개를 배낭포켓에 넣어가지고 다녔다.

물이 필요할 때

오이를 먹으면 도움이 되었기에 . . .

여러 종류의 과일들을 보며 . . .

하나 하나 먹어보고 싶지만

과일 하나의 무게가

얼마나 큰건지

그 모든 게 

이젠 나에겐 짐이라는 사실

순례자길을 걸으며

이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는 게

참 . . .

지금이라도 깨달았다는 게

다행이지만 . . .

저기 길 끝으로 보이는 건물이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

팬션 안드레스

팬션이라 해서

주방이 설비되어 있는 곳이 아닌

그냥 일반 호스텔과 비슷한 숙소.

벽에 새겨진

거북이 모습?

그 아래의 두 동물 형상

특이한 문양

저 창문이 보이는 곳은

숙박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쉴 수 있는 공간

로비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런 곳도 아니고  . . .

오로지 WIFI 가

그 장소에서만 잡히므로

인터넷 접속을 위해서

그 자리에 가야만 하는 . . .

안드레스 팬션 주인인

마리아 할머니

아침에 문을 두드리기에

무슨 일로 그러냐고 하니까

혹시 필요한 물품이 없냐고?

그러면서

내가 세탁한 빨래들이

여기저기 옷걸이에 걸어져 있는 걸 보고

걷어가시더니

저녁에 말려서 주겠다고 하던 . . .

그래서 저녁에 가니

깨끗하게 개어서

나에게 건네 준

상냥하고 친절하였던

마리아 할머니

나의 크레덴시알에 도장을 찍어주며

날짜를 적고 있는

마리아 할머니

"얼굴 한번 보여주세요~"

하니

씨익~ 

고운 미소로 ~

마리아 할머니 동네 친구

이레네 할머니

마리아 이름도 쉽고

이레네 ....이름도 쉬운.....

이레네 할머니는

무어라 무어라 웃으시면서

계속 말을 하였는데

아마 예스테야 마을에 대한 자랑같기도 하고

마리아 할머니에 대한 자랑은 알아 들었지만 . . .

당신 집은 저쪽 건너에 있는데

늘 이 곳에 놀라온다고   . . .

나는 오늘 하루 이 곳에 머물고

이제 떠나면 언제 볼 수 있는 기약이 없는데도

마치 오래 전에 알았던 이웃처럼 대해주는

편안함이  좋다.

저녁이 되고

어둠이 밀려오는 시간

광장앞에 있는

성당의 십자가 셋

성부 성자 성령의  의미일까?

성당의 시계는 밤 9시가 되어간다.

이곳은  밤 9시부터 레스토랑이 오픈한다.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  . . .

정식으로 저녁식사를 원하는 나는

레스토랑으로 안내 되었다.

바와 구분이 되는 공간으로 . . .

빵이 나왔다.

숭고한 마음으로 빵을 대한다.

포도주 한병

웨이츄레스는 와인잔에 포도주를  따라주고 . . .

언젠가 어느 순례자가

예스테야 마을에서는

와인을 마셔보라고 하였다.

예스테라 와인의 맛은 최고라고  . . .

스페인 나바라 주에서 생산된 2012년 산

 와인의 맛은

참으로 좋았다.

 

음식을 주문할 때

 사실 잘 몰랐다.

스페니쉬로 되어 있는 메뉴에 대해 이해도 어려웠고

어떤 음식이 어떤 음식인지. . .

그래서 늘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면서

음식을 주문하곤 하였는데

오늘은 이런 샐러드가 나온다?

베이비 양배추위에 멸치조린 것?

이런 샐러드 먹어 본 적이 없었기에 . . .

멸치같은 생선 하나를 먹어보니

으윽~~~~ 엄청 짜다.

멸치 젓갈도 이만큼 짤까???

그러나

반전의 맛~

베이비 양상추위엔 발사믹 식초가 뿌려져 있어서

짜디 짠 멸치와 함께 먹으니

이 맛 또한

환상~~~

깨끗이 비웠다,

샐러드 한 접시를 . . !!!

메인 요리

소 갈비는 아니었지만 . . .

맛은 참으로 좋았다.

사이드로 곁들인 감자칩은 알겠는데

빨강피망 오리인듯한 저 것은 무엇이지?

이 식품에 대해

궁금하여 물어보니

스페니쉬로 무어라 하였는데

기억이 없~~~

이 역시 맛이 참 좋았다.

고기와 같이 먹으니 . . .

마지막으로 디저트

파인애플 위에 올려져 나온 

두 스푼의 바닐라 아이스크림

블랙 큰 접시 위에

하얀 우주같은 접시

그 위엔 노랑 파인애플

그 위에 아이보리 아이스 크림 

그 아이스크림 사이에 정체모를 푸른 잎 하나

그대는

디저트를 이토록 정성스럽게

받은 적이 있는가?

눈으로 먼저 먹고 

.

.

.

식사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광장의 사람들이 아무도 없 . . .?

요술의 세계처럼

그 많던 사람들이 모두 어디로??

거리에도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거리에 

비가 내린다.

부슬 부슬 . . .

그러더니 점점

빗줄기가 세어지고 . . .

숙소 앞의 또 다른 광장

역시 아무도 없 . . .

왜 갑자기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거지?

빗줄기가 세어져서

모두 사라진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