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팡이 하나에 의지하면서

언덕길을 오르는 두 노인의 모습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왜 저 분들은

등에 무거운 짐을 지고서

이 길을 걷는걸까?

고통의 길도 함께하는

인생의 동반자 라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아름다운 두 사람 . . .

- 이라체 수도원을 지나며 -

에스테야에서 아스케타 마을까지

순례길 9일차

아침마다 일어나면 체크하는 날씨와 온도

셀폰의 날짜와 시간은 

미국 시간으로 그대로 설정되어 있지만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창밖을 보니

아직 어둠은 가시지 않았고

비는 계속 내린다.

오늘의 목적지는 

로스 아르꼬스

약 20여 킬로미터의 구간의 거리.

조금이라도

배낭의 짐을 줄이기 위해

수비리에서 판쵸도 도네이션 하였던 터라

배낭엔 방수 커버를 씌우고

옷도 방수되는 자켓으로 입는 정도로 

비에 맞서기로 하였다.

메인 카메라 역시 배낭안에 넣고

작은 컴팩트 카메라만 앞 주머니에 넣고 . . .

자 ~  이 제  

출 발 하 는 거 야 ~ ! ! !

- 길 떠나기 전 숙소에서 -

숙소를 나와 골목길을 걸으며 . . .

동네주민이 우산쓰고 천천히 걷는 모습

그때 나는 이 모습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 . .?

어제 알아봐 두었던 순례길을 찾아 

그 길에 합류하니

이미 다른 순례자들이

예수님 사진 아래

아치형 거리에서

기념사진 촬영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른 알베르게 숙소에서도

순례자들이 나오고 . . .

여기 저기에서 나온 순례자들을 보면

마치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들처럼 느껴진다.

복잡한 큰 길을 걸은 후

어느 가스 스테이션을 지나

에스테야 마을을  벗어나니

조용한 외곽의 길로 접어 들고 . . .

때 마침 나타나준

반가운 순례자 표시를 따라서

걸어간다.

길로 외출나온

지렁이 한마리 보았다.

처음엔 징그러웠지만

지렁이를 너무 오랫만에 보았던 터라

신기하다.

길가 어디쯤에 세워져 있던 자동차.

낯익은 글자 

이라체 라는 스펠링에 시선이 끌려서 . . . @.@

완전 무장한 순례자

그런데 신고 있는 신발은 샌달?

핀란드에서 온 포클 할아버지

이 할아버지와는 산티아고 다가 올 때까지

마주치면서 길을 걸었다.

어느 마을의 카페에서 만나면 

서로 배낭을 지켜주기도 하면서 . . .

새 모이 주는 할아버지 집에서 보았던

건너편의 풍경

지붕위에 걸어져 있는

빨강꽃 화분들과 함께

그림처럼 아름다워 . . .

비를 맞으며  일렬로 걷고있는

순례자들의 모습

이제 에스테야 마을을 완전히 벗어나고

순례길은 산길로 접어 들었다.

외지팡이 하나에 의지하면서

언덕길을 오르는 두 분의 모습

정말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왜 저 분들은

등에 무거운 짐을 지고서

이 길을 걷는걸까?

어 려 움 도  함 께  하 는

인 생 의  동 반 자 라 는  말 이

갑 자 기  스 쳐 간 다 .

어떤 이는

작은 물컵으로 담기도 하고 . . .

어떤 이는

물통에 가득 담기도 하고 . . .

나는 작은 물컵으로 맛을 보는 정도로 

이 곳을 지나는 기념의식을 ~

맛은

그저 그런 . . .

그러나

수 많은 순례자들을 위해 

포도주를 무료로 무한하게 제공하는

수도원측의 마음이 고맙다.

나는 포도주 대신

미리 준비해 온 빈 물병에

생수를 가득 채우고 

다시 길을 떠나고 . . .

조금 걸어가니

아주 조그만 아예기 마을 도착

길은 두 갈래

왼쪽 화살표가 가리키는 길로 가면 17.4킬로

오른쪽 화살표가 가리키는 길로 가면 19.1킬로

그러나 왼쪽은 산길로 이어지는 길이고

오른쪽 길은 마을을 통과하면서 쉬어 갈 수 있는 길이다.

가이드 북에 의하면

조용히 명상하거나 묵상하는 마음으로 걸으려면

호젓한 산길이 있는 왼쪽 길로 가라고 하였고 . . .

좀 더 멀더라도

여러사람들과 같이 걷고 싶다면

오른쪽 길로 가라고 . . .

아 . . .

잠시 갈등

그러나

지금 산길로 걷는 다는 건 위험한 일 인 듯하다.

산행에 대해 초보이지만

비가 오는 날은 미끄러질 수가 있다는 건 알 것 같아서 . . .

더구나 다리 한쪽이 아직은 통증이 있기에

좀 더 돌아서 가더라도

오른쪽 길을 선택하고

계속 전진.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고

이제 머리위에서도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톡 톡 ~

몸에 한기가 느껴지고

춥다.

추울 때는

좀 더 빨리 걸어야지.

그래서 몸에서 열기가 나면

더워질거야 

부지런히 걷는다.

속도를 좀 내어서 . . .

아예기 마을을 지나며 . . .

굴다리를 만났다.

동그라미 안에서 바라보는

조그만 풍경이 재미있다.

산 안개 자욱한 풍경을 보며 . . .

에스테야 마을 벗어날 때

두 갈래 길중에서

왼쪽 길을 선택하였다면

아마 저 산 어디쯤을 지나갔을 것 같은 . . .

내 마음을 끌었던 풍경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왜 이 풍경이 내 시선을 끌었을까?

가시가 있는 철조망이 걸린걸까?

비와 함께

오솔길을 걷는 이 느낌을

무어라 해야 할까?

상큼하다?

그것보다는

신선하다?

그것보다는?

아무튼

내 마음속에 새로운 에너지가 나오는 듯한

산소적인 느낌?

길은 진실로

호젓하였다,

오솔길 같은 산길에

우산을 쓴 마을 사람이 지나간다.

손이나 몸엔 아무런 물건이 없이

아주 편안한 발걸음으로 . . .

사람이 가볍게 길을 걷는 다는 게

얼마나 자유로운 것인지 . . .

단비를 맞으며

더욱 싱그러운 칼라의

밀밭을 바라보며 . . .

그 푸르른 밀밭 옆엔

하얀 봄꽃들이 만발하고 . . .

마치 무릉도원같은

풍경을 어떻게 표현할까 . . .

홀로 걷는 여성 순례자

이 길에서 홀로 걷는 여성 순례자들이 생각보다 참 많았다.

그래서 위안이 되기도 하였고 . . .

미국에서 왔다는 이 여성 순례자와는

며칠 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었다.

+ + +   + + +

여기까지만 글을 적어도 되는데 . . .

많은 분들이

순례여정중에 화장실문제를 물어보곤 하였기에

이 부분에서 몇자 더 붙인다면 . . .

위 사진의 핑크색 자켓을 입은 며인이

나의 앞을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른쪽으로 사라지더니

밀밭속 하얀 봄꽃 아래에서

볼일을 보더라는 말을......

자신이 급하다보니까

주변이 모두 오픈된 상태임에도?

그리고 다시 

가던 길을 저렇게 당당하게 걷고 있더라는 말을 . . .

나하고 눈이 마주쳤는데

씨익~ 한번 웃음주고는

전혀.....부끄러움 없이 

태연하게 걸어가더란라는 말을 . . .

하여

나도 그 후로 용기가 났더라는 뜻은 아니고

진실로 오픈된 상태에서는

볼일을 보지 못한 소심한 성격이었다라는 말을 . . .

화장실 이야기를 쓰는 김에

한마디 더  붙인다면 . . .

사진속의 우산 쓴 젠틀맨

저 양반도

가다가 

볼일을 보더라는 말을 . . .

미국에서 혼자 온 핑크색 자켓 여성은

그래도 길에서 벗어나 밀밭속으로 걸어가서

실례를 하였는데

저 양반은 길 한가운데서

@.@

만인들이 지나가는 통로에서 . . .

진짜 대단한 심장을 가졌더라는 말을 . . .

#$%$^%^#$

그래서 같이 걷고 있던 연두색 베닝의 남자는

그 후부터 우산 쓴 양반과 떨어져서

혼자서 걷더라는 말을 . . .@.@

^.^

다시 노랑 화살표를 따라 길을 걷는다.

또 다시 나타나는 아름다운 이미지.

동그라미를 만들어 주는

자연의 예술 때문에

마음이 환해진다.

예스테야에서 아스께따 마을까지 가는 길은

많은 순례길 중에

평화롭고 운치있는 몇개의 길중에 하나라고

나는 생각된다.

이제 산 위로 올라 길을 걷는다.

어느 새 비는 멈춰지고 . . .

개 한마리 보았다.

주인이 없는 개 일까?

궁금하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 . .?

어디서 나타난 순례자들 중의

한 사람이 주인이라는 걸 ~

그런데 개에게 줄을 묶지 않고

따로이 걷게 하다니?

휘파람을 불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던

이탈리아 사람

" 행 복 하 시 오 ? "

하고 지나가는 말처럼 

물어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