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세스바예스로 내려오는 급경사길에서

그만 발이 미끄려져서 몇바퀴 굴렀다며 . . .

자신의 찢어진 바지위의 상처와 

피가 흐르는 손을 보여준다.

그런 깔리씨에게

"NO PAIN, NO GLORY~"

당신은 걷기 첫날부터 영광스런 상처를 입었으니

산티아고까지 무사히 걸을 것 같군요~"

이 한마디에 씨익 ~웃으며

터벅터벅 돌다리를 건너 숙소를 찾아간다.

스페인 국경을 넘어서

순례길 2일차

피레네 정상에 오르자

조금 전까지

밝았던 하늘이

순식간에 시야가 안 보일 정도로 흐리게 변하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

순례자들은 우비를 입거나

판쵸를 입고서 길을 걷는다.

나 역시 서둘러 판쵸를 꺼내어 입으려 하는데

도무지 배낭뒤까지 나 혼자 힘으로는 덮을 수가 없어서

지나가는 순례자에게

도움을 구했다.

어디쯤에 가니

자동차가 보인다.

아마도 순례자들이

이상기후로 혹시나 사고가 있을지

살피려 하는 차량인 듯?

.

.

조금 전까지 환하던 세상이 

갑자기 흑암처럼 변하고 

쏟아 붓듯이 비가 내린다, 거센 바람과 함께 . . .

갑자기 불어오는 비바람,

그리고 시야가  안 보일정도로

뿌연 구름인지안개인지

앞이 잘 안 보일정도로 가득하다.

내가 판쵸 입는 걸

도와 준

한국의 영 레이디들

그녀들은

판쵸를 입은 후

배낭을 위로 매고 걷는다?

그 아이디어도 좋은 듯 하다.

배낭을 레인커버로 씌웠으니

큰 문제는 없을 듯~

빗속이기에 길을 잃지 않도록

 순례자 표시를 조심히 보면서

산길을 걷는다.

발 아래에 눈이 얼어있는 모습이 보인다.

눈이 없는 줄 알았는데?

너무 센 강풍으로 이 곳 기온은

워낙 추위를 잘 타는 나의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쯤 일 듯 . . .?

많이 춥다.

험한 언덕을 넘어오니 평평한 길이 나타나고

소나기는 멈추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비는 내린다.

길가 철조망 안에 

엄마말과 아가말이 서 있다.

차가운 비를 그대로 맞으면서 . . .

아가 말= 망아지?

천천히 이동하면서 풀을 먹고 있는 아가말의 모습이

어느 그림에서 본 것 같은......?

이 나라는 말의 형상이 뭔가 다르다?

비를 맞으면서

말들을 보고 있는 나에게

"Hey,  What are you doing~

Let's go~"

인사 대신

어서 가자는 말을 던지고

앞서가는 한 순례자.

비를 맞고 서 있는 동물들이 불쌍하지만

 내가 가야 할 길이 있기에

다시 걷는다.

프랑스 영토 끝나는 지점에서 . . .

여기까지 프랑스 말로 적힌 글자를 대한다.

Saint -Jacques de Compostella

성인 야고보에 대한 다양한 언어들이 있다는 걸

이 길을 걸으면서 알아간다.

그 유명한 롤랑의 샘

중세의 많은 순례자들이 이 샘터에서 물을 마시고

길을 떠났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같은 그 샘터.

내가 보았던 책에서는

이 곳의 맑은 날에

순례자들이 피크닉 온 것처럼 편안하게 쉬던 모습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비가 내리고 있는 험악한 날씨이니 . . .

바로 몇발 건너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인 경계석

이 비석에서부터

스페인 나바라 지역의 시작.

참으로 역사적인 땅에

내가 서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의 경계석 앞에서

.

.

.

조금전 까지 약하게 내리던 빗줄기가

또 다시 세게 내리고 . . .

눈길과 빗길을 교대로 걸으며 . . .

쓰러진 나무로 인해

길이 보이지 않고 . . .

그러나 나무 사이로 난

사람의 발자국을 찾아서

길을 찾아간다.

길위에 쌓여진 낙엽들이 

물과 함께 뒤섞여있어서

 낙엽을 잘못 밟으면

미끄러워서

조심 조심 걸으며 . . .

나무숲속 작은 길을 헤쳐

넓은 길이 보이는데

비가 더욱 세게 내린다.

조금 가니

대피소같은 작은 건물이 보이기에

비를 피하기 위해 그 안에 들어가니

두 사람이 비를 피하고 있다.

작은 대피소의 모습은

벽옆으로 배낭을 내려놓을 수 있는 선반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는데

칙칙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곰팡이 같은 그런?

그래도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첩첩산중에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 . .

비가 주춤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내 카메라의 뚜껑이 사라진 걸 발견.

어?

조금 전까지 있었는데

어디서 떨어진거지?

산속에 떨어진 카메라 뚜껑을 찾기위해

다시 되돌아 간다는 건

무모한 일이다 싶어서 포기한다. 

맑은 날씨였다면

되돌아 갔을텐데 . . 

잠시 후 대피소에 미리 와 있던 

한 사람이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떠날 준비를 한다?

나도 쾌쾌한 냄새나는 공간보다는

이왕 젖은 몸인데 더 머물려 있은 들 뭐하랴 싶어

그 사람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

대피소에서 조금 걸어 나가자

눈에 쌓인 길이 눈앞에 보인다.

저 눈길을 통과해야 하는데 . . .

앞서 가던 사람이 눈길을 조심조심 걷다가

아무래도 힘이 들었는지

갓길로 나온다?

나도 갓길로 걷는 것이 더 안전할 것 같아서

눈길에서 내려와  

조심 조심 걷고

계속 오르막 길을 걷는다.

또 다른 산모퉁이를 돌때

판쵸를 입고 빗속을 걸어가는

고독한 순례자의 등이 보인다.

순간 마음이 찡하였슴을 . . .

오른막길을 걸으며

계속 . . .

구비구비 돌고 돌고 . . .

저 눈을 어떻게 건너야 하지?

하고

생각하는 데

앞 서 가던 스위스 할아버지가

내 눈앞에서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들리는

비명소리

아아아아~~~!!!!!

순간

놀랐다.

저 사람이 어떻게 된거지?

잠시 후

밑에서 그 사람이 나타나더니

 나를 향해 외치는 소리

실수로 슬라이딩 하였다고...?

어디 다친 데 없냐고 물으니

다치지는 않았다며

 두 손을 크게 저으면서

그 눈길위로 내려오지 말라고?!!!!

그 눈길을 피하기 위해

나는 다른 길쪽으로 돌고 돌아서

다시 제 위치 찾아서 내려온다.

눈길 밑에 서 있는

론체스바예스 가는 방향을 가리키는

비석을 본 순간

안도의 한숨.

휴....

눈길이 끝나자

벌거숭이 너도 밤나무숲이 어어진다.

그리고 무척 가파른 내리막길.

 경사가 무척 심하여서

지그재그로 . . .

양 손에 스틱을 꽉 잡으면서

조심히

조심히

.

.

간간히 나타나는

노란색 화살표

운무가 가득한 숲길

환상적이긴 하지만

그때는 너무 힘이 들어서

이 길이 어서 끝났으면

하는

바램만 가득 . . .

길 어디쯤에 있던

어느 순례자의 비석을 보았다.

2013년에 사고를 당했다니?

최근인데 .  . .

누군지 몰라도

마음이 아프다.

삼가 명복을 빌며 . . .

론세츠비예츠 마을이 다가왔다는 표시에

반가움 가득~

눈 앞에  나타나는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내 뒤에서

급하게 따라오는 발소리 

오스트리아에서 왔다는 깔리씨

나를 보자마자

하는 말

론체스바예스 오는 내리막길에서

그만 발이 미끄려져서

몇바퀴 굴렀다며 . . .

자신의 상처와 피가 흐르는 손을 보여준다

오늘 아침 프랑스 생장에서 출발

중간에서 하루를 쉬지 않고 바로 피레네 산맥을 통과해서 오는 길이라며 . . .

언제쯤이면 론체스바예츠에 도착되냐고?

이제 다 온 것 같다고 . . .하니

.깔리씨도 론체스바예츠에 거의 다 왔다는 걸 알지만

이젠 걸을 힘도 없어서 그렇다고 . . .

그런 깔리씨에게

"NO PAIN, NO GLORY~"

당신은 걷기 첫날부터 영광스런 상처를 입었으니

산티아고까지 무사하게 걸을 것이오~"

라고 말해주니

고맙다면서 씨익  미소를 띠며

터벅터벅  앞서 걸어간다.

휴지로 대충 닦은 몸이라고 하지만

몸의 상처가 아프다면서

돌다리를 건너 숙소를 찾아가는

깔리씨

어느 덧

목적지에 도착

중세풍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저 건물이

 론세스바예스 수도원.

거대한 성처럼 안개속에 잠겨있는

수도원의 모습이 중압감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