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사람이 모인

한 테이블에 와인 2병과

바구니에 담긴 빵이 나오고  . .

메뉴에 대해서는 

각 사람들에게 물어보지 않고

똑같이 나온다?

처음으로 들어보는

순례자 메뉴 

라는 새로운 말.

-론세스바예스 숙소에서

순례길 2일차를 마치며

 저녁이 다 되어가는 

늦은 오후에 도착한 론세스바예스.

숲길에서 나오자 마자 이어지는 길은

바로 수도원으로 향하게 되어 있었다.

저녁안개에 쌓여있는

수도원의 풍경이 무척 고풍스럽다.

수도원 앞에 가니 두 갈래길이 나타난다.

한쪽은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길이며

오른쪽에 수도원에 대한 안내판이 서 있고

반대쪽은 호스텔과 레스토랑이 있다는

안내판이 서 있으며 화살표까지

친절하게 그려져 있다.

수도원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이미 심신이 아주 지쳤고

따뜻한 온수가 나오는 개인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그저 쉬고 싶은 심정.

그러나 고행하는 마음으로  순례길을 걷는 

진정한 순례자라면

 수도원에서 제공하는 알베르게 (순례자숙소) 로

갔었으리라 . . .

나는 구도자의 심정으로 이 길을 택한 참신한 순례자가 아닌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이 길을 선택하였기에

수십명이 한꺼번에 잠을 자는 숙소를 택하는 대신

파김치 되어버린 나의 육신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작은 싱글룸 을 구하기 위해 

순례자 숙소의 반대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길 안내표지가 있는 곳에서

코너를 돌아 조금 걸어가니

호스텔이 보이고 . . .

순례자 지정 숙소

라 포사다 호스텔

안에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Bar 에서 쉬고 있었는데

그 중에 오리송 알베르게에서 안면을 익혔던

독일 여인들이 나를 보고 반갑게 맞이하며

방을 구하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하니

친절하게도 주인을 불러준다.

잠시 후 그 곳에서 일하는 젊은 청년이 열쇠를 주면서

2층 방 끝으로 가라며 . . .

 숙소 올라가는 계단 앞까지 안내해 주고 돌아간다.

2층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모습

나무계단이었는데

이미지가 독특하다.

리듬을 타는 듯도 하고

아라비아 풍 느낌도 나고?

이 호스텔의 복도도  

프랑스 바욘의 그 호텔처럼 캄캄해서

방 번호를 찾기가 힘이 든다.

다시 입구까지 나와  혹시 복도의 불을 켤 수 있는 스위치가 있는가 살펴보니

스위치가 보이기에 누르니

그제서야 복도가 환해진다.

혼자 사용하는 일인용 침실

배낭을 내려놓고 

그대로 큰 대자로 눕고 싶었지만

피레네 산맥을 넘으면서 비에 흠뻑 젖었던 옷들을 벗고

샤워를 하고 

젖은 옷들은 세탁을 하고  . .

세탁한 옷들은 스탠드 불 위에 올려서

조금이라도 그 빛으로 마르기를 바라고 . . .

양말이나 바지는 옷걸이에 걸어서

문고리에 걸쳐놓고 . . .

샤워와 세탁을 마친 후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으니

다소 피곤이 좀 풀린 것 같다.

침대 머리맡에 걸어져 있는 유화 한점

론세스바예스의 가을 풍경인 듯?

그런데 빨강색 벽의 조명이 

야스스~~ @

숙소 체크인 할 때 이미 저녁식사를 예약해 두었기에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

1층 레스토랑으로 내려간다.

이미 테이블이 세팅이 되어 있고

직원이 앉으라는 곳으로 가니

 어제 오르송 알베르게에서 함께 지냈던 사람들과

처음보는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다.

벽에 붙어져 있는

순례자 상징인 조가비가 엄청 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왔다는 두 사람과

오리송 산장에서 함께 식사를 하였던 독일 여인들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면서 . . .

한 테이블에 와인 2병과

바구니에 담긴 빵이 나오고  . .

메뉴에 대해서는 

각 사람들에게 물어보지 않고

똑같이 나오고?

처음으로 들어보는

순례자 메뉴 

라는 말.

처음에는 파스타가 나오고  . . 

식당 직원은

이 음식을 모두 먹은 걸 확인하면

빈 접시를 걷어 간 후

메인 요리가 나오고.....

닭고기 가슴살에 감자튀김 요리.

새벽에 오리송 알베르게를 떠난 후

점심은 먹는 둥 마는 둥 

그 후부터 내내 아무것도 안 먹다보니

시장이 반찬인 듯

평소에 먹지 않는 감자튀김까지 모두 먹었다.

역시 메인요리도 다 먹을 걸 확인한 다음

빈 그릇을  걷어 간 후

마지막으로 나오는 디저트.

처음으로 대하는 이 음식은

쌀이 들어가 있기에

한국식 식혜인가? 하였는데

그것도 아닌

무척 달디 단.....설탕 범벅된 요구르크같은 맛?

라이스 푸딩이라고 하는 이 음식은

보기엔 먹음직 스러웠지만

한 두 스푼 먹다가 그만두었다.

하지만

앞으로 순례길을 걸으면서 

어떤 음식을 만나게 될지 흥미롭다.

^.^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그 옆의 바에 가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 . .

어젯밤 같이 지냈던

독일 3인방 여인들 (왼쪽에 나에게 샤워는 3분만 하라고 하였던 여인이 보이고) 과

캐나다 영 레이디 줄리가 오늘 하루 피레네 산맥을 넘으면서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고 있는 중.

그때는 고생이었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는

추억이 되고

기쁘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해~

계속 이야기 하는 그들과 굿나잇 인사 후 

나의 방으로 올라와서

오늘 하루를 되돌아본다.

음악을 들으면서

카메라 밧테리 충전도 하고

일기를 적기도 하고 . . .

생장의 순례자 사무실에서 나눠 주었던

피레네 산맥 가는 길의 지도와 

노란색으로 그려진 길 안내도

론세스바예스로 가는 길이 쉽게 보이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길을 잃어버리고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론세스바예스로 가는 2갈래의 길

빨간색은 피레네 산맥을 통과해서 론세스바예스로 넘어가는 코스와

초록색은 피레네 산맥을  옆으로 해서 약간 덜 위험한 발카를로스 코스

순례자 사무실에 등록할 때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자원봉사 하는 분들이

절대 피레네산맥쪽으로 가지말고

초록색 코스인 발카를로스 길로 넘어가라고 당부한다.

이 말을 어기고 눈보라속의 피레네산맥을 넘다가

사고를 당하거나 죽음을 당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길에 대한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할 것 같다.

생장 순례자 사무실에서 나눠 준 또 다른 페이퍼

생장 마을의 순례자 숙소에 대한 안내표.

그런데 나에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알베르게를 찾아가는 사람들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순례자 사무실 앞에 많이 있으므로 . . .

-밤안개속의 수도원의 모습

밤 9시가 되어가는  시간인데도 아직도 창밖엔 안개가 가득하다.

고요와 정적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작은 산골 마을.

내가 지금 이 곳에 머물고 있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으면서 묘한 마음이 교차된다.

내가 어떻게 이 곳에 와 있는거지?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나는 가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거나

저녁시간만 되면 집 앞으로 찾아오는

길고양이 녀석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녀석들과 이야기를 하였었는데 . . .?

숙소 창문의 레이스 커텐이 

스산한 저녁시간에 맞물려서  향수병을 도지게 한다.

어린시절 어머니는

뜨게바늘로 늘 수를 놓으시거나

시장에서 천을 사다가

커텐은 아니지만

재봉틀로 저런 비슷한  옷덮개를 만드시곤 하셨는데

.

.

.

화장실 안의 작은 라디에이터에서 약한 스팀이 나오지만

그것으로는 방의 추위가 가시지 않아

플리즈로 된 따뜻한 촉감의 옷을 2겹 겹쳐입고

오리털 침낭안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오늘 밤은 

단잠을 잘 것 같은 . . .

스페인 땅의 첫 마을인

론세스바예스에서

순례길 2일차를 마치며

4/17/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