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세스바예스에서 처음 본 여인이 

자신은 몸이 너무 힘들어

택시를 타고 바로 팜플로나까지 이동할건데

같이 타고 가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전혀 생각지 못한

너무 뜻밖의 제안

아니 그 무엇보다 달콤한 유혹이다.

안 그래도 밤새 쥐가 나서 

종아리 통증이 안 가라앉고 있던 참이었는데

.

.

.

론세스바예스에서 부르게테 마을까지

순례길 3일차

산티아고까지 790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

 운무가 가득한 세상.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아침

배낭을 챙기면서 조금씩 짐을 덜어낸다.

마을에 도착하면 쓰고 다닐려고 준비하였던 모자

바람과 햇빛을 가리기 위해 준비한 스카프

마을 도착 후 밖에서 차를 마실 때 몸에 두를 플리즈 무릎 담요

잠잘때 입는 잠옷 파자마

그리고 몇가지 약과 크림 

손가락 관절염 때문에 준비한  관절밴드 등등 . . .

짐을 덜어내고

배낭을 다시 챙겼지만

그래도 무거운 건 매 한가지

무얼 더 빼야 하는거지?

@,@

론세스바예스 수도원의 

아침식사가 제공되지 않기에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숙소를 출발

오늘은

수비리 마을까지를 목표로 하고

길을 나선다.

수비리를 가기 위해 자동차길을 건너야 하기에

자동차가 오는 지 살피는 데

옆에 있던 한 여인이  환한 미소와 함께 

부에노스 디아스~ 라고

스페니쉬로 인사를 하면서

혹시 팜플로나까지

택시로 가지 않겠냐고?

자신은 몸이 너무 힘이 들어서 걷기가 힘이 들어

택시를 타고 바로 팜플로나까지 이동할 거라며

같이 타고 가자고?

@.@

너무 뜻밖의 제안이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기도 하고?

안 그래도 밤새 종아리에 쥐가나서

혼자서 다리를 주무르기도 하면서

자다깨다를 반복하였는데 . . .?

그러나

내가 이 길을 떠나기 전

나 스스로 약속한 일이 있다.

그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산티아고까지의 여정중에

택시나 버스

그 어떤 운송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나의 다리로 걸어서

완보하리라.

만약 내 몸이 아파서

걷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면

회복될 때까지

그 장소에 머물었다가

다시 걷는 한이 있더라도 . . .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내 마음속의 소리.

그래서

노우....라고

간단히 대답을 하니

그녀는 약간 실망한 얼굴로

아디오스~  

굿바이 인사를 하며

헤어진다.

수비리로 떠나기 전

길앞에 세워져 있던

안내판

수비리까지 20.7킬로미터?

그러나  나는 그 거리에 대해

감각이 별로 없다.

얼마큼 멀다는 건지

아니면 가깝다는 건지?

다른 사람도 걷는 데

나도 걸을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 뿐.

노란 표시는

큰 도로가 아닌

샛길을 따라 가라고 가리키기에

자동차길로 걷지 아니하고

좁은 흙길로 걸어간다.

그 샛길을 따라가니

도로는 멀어져가고

오솔길이 나타나고 . . .

아침 공기

그 청아함이 왜 이리 좋은지 . . .?

��속을 울리는

 맑고 청아한 새소리를 들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는다.

숲속의 오솔길 옆에

의미가 있을 듯한  아담한 십자가가 눈길을 끈다.

무슬렘의 무어인과의 전투에서 장렬한 최후를 마친

스페인의 영웅 롤랑을 기념하는 십자가인 듯?

숲길을 벗어나니

마을이 보이고 . . .

길게 쌓아져 있는 길을 따라서

마을을 향해 걸어간다.

큰 길가에 나오니

슈퍼마켓이 보인다.

여기서는

슈퍼 마켓이라고 발음하면

현지인들은 거의 알아듣지 못하였기에

스페인 발음으로

슈퍼메르카도 . . . 라고

발음해야 알아듣고

어디에 있는지 잘 가르쳐 준다.

나는 가능한 이 길을 걷는 동안에

사용해야 할 스페니쉬 단어는 셀폰으로 찍어서

외우면서 걸었다.

그러다보니 스페니쉬의 쉬운 단어는

저절로 암기가 되기도 하고 . . .

수퍼마켓의 내부는

일반 시골�l 작은 가게같은 모습.

그래도 

순례길에 필요한 물품에 한해서는

거의 다 갖춰진 것 같다.

나는 바나나 한개

오렌지 한개

그리고 비상용으로 건빵 하나를 구입하였다.

바나나 하나를 저울에 올려놓고 무게를 재는데

그 모습이 생소하다.

미국의 슈퍼나 카페에서는 보통 

한개에 얼마? 이렇게 계산하였는데 . . .?

슈퍼메르카도 주인장은

얼마 안 되는 가격인데도

일일이 영수증을 발급해 준다~

수퍼마켓을 지나면

부르게떼 마을로 길은 이어진다.

마을모습이 그림처럼 예쁘다.

부르게떼 마을은

스페인 바스크 족의 중심지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집 현관의 모습부터 무언가 특이하게 보인다.

현관 문앞에 새겨져있는

AND DE 1860

참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집이구나~

부르게떼 마을의 중심을 걸으며 . . .

이 마을은 도시의 복잡함이 싫은 사람들이 휴가를 나오기도 하고

빅토르 위고며 어네스토 헤밍웨이처럼 유명한 작가들이 머물다 갔던 마을이라고 . . .

헤멩웨이의 대표작인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라는 소설을 집필한 장소로

이 마을이 더욱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 . .

이 마을의 중심부를 지나가는 나의 첫 인상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도시처럼 복잡한 그런 느낌이 든다는 게

솔직한 소감.

길가쪽으로 흐르는 시냇물.

물이 너무도 맑다.

저 좁은 물길위에 종이배 만들어

띄우면 어디까지 흐를까?

부르게떼 마을에 있는

16세기에 건축한 바로크 양식의

성 니콜라스 성당

그 옆에 카페가 있었는데

들어가지는 않았다.

슈퍼에서 구입한 몇가지 간식이 있었기에 . . .

그리고 앉았다 ...하면

시간이 소요될 것도 같고 .

이 성당옆에 카페가 있었다는 안내글이 있었다면

슈퍼에서 간식을 구입하지 않고

이 카페에 들려서 커피랑 빵으로 아침식사를 하였을텐데 . . .

분명 새벽시간은 아니었어도

이른 아침에 출발하였는데

성 니콜라스 성당의 시계는

10시 15분을 가리킨다?

얼마나 해찰을 많이 하였는지?

그러나

나는 이 해찰에 대해

전혀 부담이 없 ~

혼자....라는

자유함이

내 마음을 홀가분하게 하기에

나무가 예뻐서 가다 서고,

새 소리가 아름다워서 가다 서고 . . .

이제 나는

누구와의 약속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 길위에서만큼은

나를 아는 사람도 

거의 

아니 전혀 없을터이니

이 얼마나

 자유함인가?

.

.

.

성 니콜라스 성당 옆으로 

조금 아래 담벼락에 피어있던 

튜립송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 옆에

성당의 약수터가 있기에

물병에 물 가득 채운다.

부르게떼 마을을 빠져나가면서 본 초록색 문들

나도 모르게 시선이 끌린다. 

복잡하게 붙어있는 부르게떼 마을보다

더 평안하게 느껴지는 

진정 시골스러운 건물 하나.

 

부르게떼 마을을 통과마자 마자

언덕 아래로 나타나는

나무다리

물이 너무도 맑은 모습에

걷던 길 중단하고

물속을 한참을 들여다본다.

물속이 너무도 맑아~

순례길 여정중에

내가 보았던

첫번째 나무다리

그리고

맑은 냇가 .

자연적인 풍경이 참으로 좋다.

그 다리를 건너

흙길을 걸어간다.

바람한점 없이 

하늘은 왜 이리 푸르고

공기는 이토록 맑은건지 . . .?

두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