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정을 완주하였다는 기쁨으로

다시 거꾸로 걸어서 오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부러워 하는 새내기 순례자에게

베테랑 순례자는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을 한다.

"걱정하지 마십시요.

당신도 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린소아 인 마을에서 -

수비리 마을에 도착하며

순례길 3일차 

론체스바에스에서 수비리까지의

여정이 만만치가 않다.

산을 넘으면 또 산

계곡을 건너면 또 계곡

숲속길

돌무더기 속에 세워져 있는 검은 색의

작은 십자가

십자가를 보면

왠지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어

잠시 앞에 서서 바라본다.

다시 큰 도로가 나타난다.

길을 조심히 건너며

순례자 표시를 따라서

길을 걸으며 . . .

또 다시 시작되는 자갈길.

자갈길은 발바닥이 아프고

자동차가 다니는 길은

신호등이 없기에

차가 오는지 안 오는 지 살펴보고

빠르게 건너야 한다.

몇번의  자동차길을 건너며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내가 힘들다 싶으면

나타나 주는 

길가의 꽃들

마치 나에게

힘내라고

응원하는 것 같아~

어느 만큼 걸어가니

민들레가 지천에 만발한 풍경이 나타나고 . . .

또 다른 마을

린소아 인 마을을 지나가며 . . .

길가에 주차된 자동차가

장난감처럼 작네? @.@

그 마을 코너를 돌때쯤

반대편에서 오던 순례자 한 사람

왜 거꾸로 가냐고 물으니

자신은 집에 가고 있다고?

의아해 하는 나에게

무얼 보여 줄게 있다며

가던 길 멈추고 

길가 남의 집 현관앞에 털석 주저 앉는다.

이름이 띠리.....라며

자신의 크레덴셜에 찍은 스탬프를 보여준다.

자신은 지금 산티아고에서

돌아오는 중이라며

기쁨의 목소리로

자신이 들렸던 곳을 이야기 하고 . . .

(참고: 크레덴셜은 순례자 여권)

띠리씨는

생장 순례자사무실에서 등록할 때

나눠 주었던 도표를 꺼내보이며

피레네 산맥 넘은 코스가 제일 어려웠겠지만

앞으로 지나게 될

벨로라도 지역.....거기도 힘이 드는 곳이라며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도 해 주고. . .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왜 거꾸로 걸어서 집에 가냐고 하니

띠리씨의  대답

자신의 집이 프랑스인데

생장에서부터는 버스로 집에 갈거라고 . . .

그러면 산티아고에서 프랑스로 바로 가도 되는데

왜 다시 거꾸로 걸어서 가냐고 물으니

처음엔 다시 거꾸로 돌아갈 계획이 없었는데

산티아고 도착하고 보니 자신도 모르게

다시 거꾸로 걷고 싶었다며

자신이 받은 기쁨이 너무 커서 그렇다고?

산티아고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서 거의 프랑스 땅 가까이 거꾸로 걷고 있는

그 사람이 부럽다는 말을 하자

띠리씨의 간결한 대답

"걱정하지 마십시요.

당신도 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엔 까미노 ....라는 말을 하며

엄지 손가락을 올린다.

프랑스 남자 띠리씨와 헤어져 

린소아 인 마을을 벗어나려는 데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진다.

어?

비가 오네?

어떡하지?

한두방울 떨어지는 가 싶더니

어느 새 빗방울이 굵은 소나기로 변한다.

황급하게

길 옆의 누구집 처마밑으로 

피신할 수 밖에 . . .

배낭에서 판쵸를 꺼내 입으려는데

도무지 배낭 뒤에까지  손이 닿지 않아

판쵸를 제대로 입을 수가  없기에

누가 지나가면 도움을 청해야지 . . . 하는데

아무도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 . .

마침 지나가는 

 동네 강아지 녀석

나를  처량하게? 바라보네?

@.@

어느 집 앞에 앉아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둘러보는 데

나의 눈앞에 보이는 어느 집 발코니.

안에서 문이 열리더니

할머니가 나와서

급하게 빨래들을 걷은 후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필름처럼 느껴지고

왠지 모르는  여운을 남겨준다.

저게 바로 일상인데 . . .

일상이라는 게

평범하지만

그 평범한 게

바로 행복인데 

.

.

.

차가운 세멘바닥 엉거주춤 앉아

비가 멈추기를 기다린다.

 나의 정면앞에 보이는 풍경 하나.

녹슨 양철 판이 있고

그 옆엔 노란 민들레꽃 몇송이

그 위엔 하얀 봄꽃들이 만발하고 . . .

나 어렸을 때도

이런 풍경이 있었던 것 같아.

녹슨 양철 아래에

고물들이 있었고

그 옆엔 이름모를 잡초들이 있었고

그 잡초들 사이에 

노랑민들레 몇송이 있었던 것 같은

.

.

.

내가 앉아있는 길위로

빗물들이 냇가처럼 졸졸 흐른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내 언제 빗물들이

길위로  졸졸 흐르는  모습을

남의 집 처마밑에 청승맞게 앉아서 

바라  본 적이 있던가

수비리까지 7.5킬로.

두세시간 걸리는 거리일까?

아니면

서너시간?

아직도 거리에 대해 감이 없는

순례 3일차 초보.

누군가 이 길을 지나가면서

바위에 이름들을 적어 놓았다.

2015 라는 숫자를 보니 최근인 듯~

그들은 왜

자신들의 흔적을 

이 곳에 남기고 싶어 하였을까?

어디쯤에서

산 아래 마을이 보인다.

저 마을이 수비리인가?

하였는데

.

.

.

아니었다? 

다시 오르막길을 걸으며 . . .

비는 그쳤지만

물기에 젖은 노면이 미끄러워~

어느 만큼에서

또 한 사람의 죽음을 접한다.

사진까지 붙여져 있는 . . .

벌써 몇번째인가

죽음에 대한 모습들을 대하는 것이?

이 길이

순탄치 않다는 뜻이리라 . . .

촉촉한 산길

나무향이 너무도 싱그러워~

또 다시 문이 나타난다.

문고리로 닫힌 문은

문고리를 열고 들어가고

.

.

.

어디쯤 걸으면

또 문이 나오고 . . .

이젠 

부지런히 걷는다.

조금 더 속도를 내면서 . . .

날씨가 흐려서인지

해가 보이진 않지만

시간은 이미 저녁때 쯤

되었으리라.

나는 시계를 보지 않았다.

시계 보는 게 솔직히 두려웠다.

내가 생각한 시간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이 지났다는 걸 알때는

마음에 걱정이 되곤 하였으므로 

.

.

.

비기 내려서 미끄럽기도 하고

급 경사인 가파른 내리막길을

넘어지지 않도록 정신 바싹 차리고

빠른 속도로 내려오다보니

수비리 마을 입구가 나온다.

휴~

진 정 으 로

기 진 맥 진

수비리 마을의 상징인

라 리비아 다리를 건너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저녁시간 무렵에 도착한 수비리마을엔

인적이 안 보이고 . . .

순례자 숙소가 있는 중심거를  걸으며

숙소를 찾는게 급선무.

사립알게르게가 보이기에 찾아가니

이미 Full이라고.

그래서 어디로 가면 방을 구하겠냐고 물으니

바로 앞 건물의 작은 호스텔을 알려준다.

알베르게 직원이 알려준대로

길 건너 호스텔을 찾아가니 문이 잠겨있다?

그래서 문을 쾅쾅 두드리니

안에서 사람이 나오는 게 아니라 

호스텔 옆 가게 사람이 나온다?

내가 방을 구하는 줄 알고서는

호스텔 주인을 찾으러 어디론가 급하게 가면서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른다.

아마도 호스텔 쥔장의 이름인 듯한.....

잠시 후

나타난 호스텔 주인 할머니는

나에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라오라고?

계단이 경사가 45도인것도 문제지만

너무 좁아서 배낭을 매고 올라가려니

몸이 움직이기 조차도 버겹다.

그래서 이 호스텔에서 숙박 안 하겠다고

다시 나가려고 하니

이 동네에 방이 없을거라고?

다리도 아프고 몸도 지치고

더 이상 다른 숙소를 찾아갈 힘이 없가애

할수없이 

할머니가 안내해 준 방을 따라가니

방이 너무 좁다.

조그만 공간에 달랑 침대하나

그리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 정도.

내가 실망한 빛을 보이자

쥔장 할머니는 큰 인심을 쓰듯

원래 이 호스텔의 하룻밤 사용료는 30유로인데

25유로만 지불하라고?

@.@

Deal 을 원한것도 아닌데~?

일단 배낭을 내려놓고

오늘 밤은 이 곳에서 쉬기로 한다.

땀으로 젖은 몸을 샤워를 한 후

양말과 옷을 세탁한 후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레스토랑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수비리 마을엔 레스토랑이 없다?!!!

다만 카페만 있을 뿐?

마을의 끝에 있는 카페를 발견.

아마도 이 마을에서는 유일한 카페인 듯?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이 곳에서 저녁식사를 해결하기로 하고 들어간다.

너무도 작은 시골마을이어서인지

와이파이가 잘 안 되기에

와이파이 되는 장소엔 의레히 몇몇이 순례자들이 모여서

각자의 셀폰을 보기도 하고 . . .

딱히 고를 수 있는 식사메뉴가 없기에

진열되어 있는 음식중에

오믈렛 비슷한 걸 주문해서 따뜻한 차와 함께 먹는다.

그런데 맛이 너무도 느끼하고 달고 . . .

배가 고파서 억지로라도 먹으려 했지만

결국 반은 남겼다.

카페의 벽에 걸어져 있는

부채를 들고 있는 여인들을 보며

따뜻한 차 한잔  추가해서 거듭 마신다.

수비리의 여인들이여~

공작새 깃털처럼 우이한 부채를 들고만 있지 말고

풍악을 울리며 

고단한 나그네를 위해 춤을 추어 보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