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허리가 많이 아팠다.

자면서 내내

끙끙

신음소리가 절로나고 . . .

허리부터 어깨죽지까지

쿡쿡 쑤시는데 

어?

이거 장난이 아닌것 같아?

이러다가

더 이상 못 걷는건 아닌가

하는 공포가 밀려오기도 하고 . . .?

아침에 눈은 떳는데

몸이 천근만근 같다.

더 이상 누워있기 보다는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일어났지만

다시 쓰러지고 . . .

오늘은 

이대로 쉬었으면 . . .하는

간절한 마음

그러나

안 돼~~~!!!!

라고

내 마음속에 들려오는 소리. . .

배가 고프다.

일단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아침식사를 하러 가기 전에

호스텔 주인을 만나기로 한다.

알베르게에 묵은 순례자들은

아침 9시까지는 숙소를 비워 두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호텔이나 호스텔은 오전 10시 혹은 10시 30분까지 머물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순례자들은 새벽처럼 떠나기에

숙소의 주인들은

8시나 9시전에는 방이 비어 있을 거라  당연히 생각하고

청소를 하기위해 문을 두드리므로

나는 아침 일찍 출발할 기력이 없어서

양해를 구해야 하기에 . . .

2층 숙소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의 모습

부채꼴 모양이 기하학적 예술처럼 느낄 지 모르겠지만

바닥 자체가 미끄럽기 때문에 중앙의 기둥을 꼭 잡고

발을 헛디딛지 않도록 조심히 내려온다.

 허리통증으로

팔 하나는 허리를 대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왼 발 하나

오른 발 하나

@~~

 하룻밤 묵은 숙소의 주인.

내가 일찍 출발해 주어야 하는데

몸이 아파서

늦게 출발할거라고 . . .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영어가 전혀 안 통한다.?

그래서 메모지에

시간을 10시까지 머물겠다는 뜻으로

벽에 걸린 시계를 가리키면서

10....이라고 적어도

이해를 못하고

내가 허리통증 때문에 아프다는 뜻으로

손을 허리에 대며 아픈 모습을 하니

하루 더 머물려는 뜻으로 해석하기에

아니다.....라고 하니

이젠 주인 할머니께서 

더 답답하나보다,

잠깐 기다리라고 하면서

밖으로 나가더니

어느 청년을 데리고 온다.

그리고

내가 한 말에 대해

스페니쉬로 통역을 부탁한다고. . .?

그래서 여차저차 . . .

말을 하니

청년이 그대로 스페니쉬로 통역을 하니

주인 할머니는

11시까지 머물어도 된다며

나의 허리 아픈 걸 걱정을 해 준다.

고맙웠다,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카페를 향해 간다.

그 카페앞에 있는 산 바돌로매 성당

성당의 시계가 9시20분을 가리키는 걸 보니

이미 많은 순례자들은

길을 떠난 듯?

거리도 조용하고

.

.

.

레스토랑이 아니기에

아침식사라 해서 특별한 메뉴는 없고

어제처럼

커피와 빵 하나.

시원한 김치콩나물국이나

우거지국 한 그릇 생각이 저절로 난다.

된장 시금치국 한그릇만 먹어도

허리통증이 싹 사라질 것 같은 . . .?

속이 좀 쓰려서

뜨거운 차 한잔 더 추가해서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런 상태로 길을 걷는다는 건 심각하기에

숙소로 돌아와 짐을 재정비 하기로 햇다.

모든 물건을 다 펼쳐놓고

몇가지 물건들을 빼내기로 . . .

운토 알베르게에서 가져왔던 책

뒷 부분을 다 읽지 못하였지만

빼기로 하고 

전기충전을 위한 USB 도

비가 올때 사용해야 할 판초와 스페츠

그리고

접으면 작은 공처럼 작게 접혀지는

보조가방

.

.

.

덜어내고

또 덜어내고

배낭을 챙겨서 숙소를 나와

수비리 마을을 떠나기 위해 길을 걷는데

숙소 주인 할머니의 통역을 도와 주었던 청년이

나를 보고 이제 떠냐냐고.....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청년이 일하는 등산용품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매장을 한번 돌아보며

조금 전에 통역을 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니

수비리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못하기에

이 청년이 여기저기 통역하러 불러다닌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자신은 수비리 마을의 공식 통역사 라면서 . . .

청년은 올해까지만

이 가게에서 일을 하고

내년에는 영국으로 떠날거라고 한다.

자신의 꿈인 화가.....가 되기 위해서라고 . . .

그러면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준다.

수비리는 너무도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자신은 이 곳에 머물고 싶지 않다는 청년에게

꼭 화가의 꿈을 이루길 바란다며

굿바이 인사를 하고 

.

.

.

마을 입구에 있는

아담한 팬션.

어제 이 곳에 방이 있냐고 하였을 때

Full . . . 이라고 하였던

그 팬션을 지나고 . . .

오전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다리를 건넌 후

등산화끈을 다시 매고

이제 수비리 마을을 떠난다.

이런 저런 사연들을 남겨 둔 체

.

.

.

이제 막 수비리에 도착한 순례자들.

나는 이제 수비리르 떠나는 데

저 사람들은 도착하다니?

얼마나 빨리 걸었길래?

오는 도중에 비를 만났는지

레인커버를 씌운 배낭과

손에 든 우산.

우산까지 준비한 사람도 있었구나? @,@

수비리와 팜플로나의 구간 

22.8킬로?

나는 아무래도

그 곳까지는 걷기가 무리일 것 같다.

오늘은 조금만 걸어야지.

어차피 시간도 늦은 아침인 데 . . .

수비리 마을을 벗어나는 데

어제 보았던 오스트레일리아 3총사를 만났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나를 보더니

무척 반가워 한다?

어제 어디서 머물렸나고?

자신들은 수비리 오기 전  린소아인 마을에서 묵었다고~

"그랬었군요?

그래서 나중에 보이지 않았군요~"

나 역시

여차저차

늦은 저녁시간에 수비리에 겨우 도착해서

숙소도 겨우 찾았노라고~

서로 앞서거니 뒷거서니

하면서 걸었을 뿐이었는데

다음 날 다른 장소에서 만나게 되면

많이 반가워 하는 이런 현상을 무어라 하는건지?

.

.

.

노신사의 배낭옆에

아기 고양이 녀석이

살금살금 다가오네?

귀여운지고~

숲향이 가득한

오솔길을 걸으며 . . .

저 멀리

수비리 마을이 보이고

공장지대도 보이고 . . .

노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천천히 걷는다.

언덕 어디쯤 올라왔을까?

일명 택시라고 하는 밴 한대가 보인다.

몸이 힘들거나

시간이 없는 순례자를

원하는 목적지까지

태워주거나

혹은

배낭만 어느 곳으로 배달해 달라고 하면

정해진 장소로 배달도 해 주고 . . .

지금 내 상태가

저기 서 있는 밴택시를 이용해서 어디만큼 이동해야 할 만큼

허리통증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내 자신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기에

눈 딱 감고 그냥 지나친다.

조금 더 오르니

끝이 안 보이는 계단이 나타난다.

108계단?

온 갖 번 뇌 와 

시 름 을  버 리 라 는 듯 이 

한 계단  한 계단

스틱에 의지하여 오른다.

큰 길이 끝나고 

다시 숲속의 오솔길로 접어들기 전에

조그만 다리가 있고

왼쪽에 무슨 안내글이 보인다.

수비리의 공장지대가 끝났다는 말 끝에
. . . Good Journey.

그래 . . .

산티아고 길을 걷는 건

여행이나 관광이 아닌

Journey

어떤 목적으로 이 길을 걷든

길고 고된 여정.

천천히 걷고 있는 내 앞을 

바람처럼 지나가는 사나이 둘

자신들은 한국에서 왔다며

나보고

한국사람이냐고 물은 뒤

28일만에 산티아고 도착 일정이기에

바쁘게 걸어야 한다며

번개불에 콩볶아 먹는 사람처럼

말을 하면서 발은 이미 저 만큼 날아가고~ 

@.@

수비리 마을에서 이미 한번 마주쳤던

수비리 여인들

벌써 동네 한바퀴 돌고

숲속길로 다시 뛰어가는 그녀들이

또 만나서 반갑다고

엄지 손가락 올리며

인사하고

,

,

,

바람같은 한국의 사나이들보다

더 빠르게 달려가는 레이디들~

@.@

모두들 

부지런히 지나간

숲속에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천천히

천천히

걸으며

.

.

.

평화로운 숲속 오솔길을 오르는 중에

한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나무지팡이로 연주하는 모습으로~

숲속 특유의 향과

들꽃들이 예쁘게 피어있는 오솔길을

꿈길을 걷듯 사복사복 걷는다.

 숲길을 벗어나 큰 길가를 얼마쯤 걸으니

예쁜 마을이 나타난다.

동화속 마을처럼~

마을 입구에 식수대가 있기에

나도 물을 채우기 위해 들른다.

식수대에서 물을 채우려고 꼭지를 눌렀는데도

물이 안 나온다.

나보다 먼저 물을 채우고 배낭을 챙기던 사람이

수도꼭지를 세게 눌러주기에

빈 물병에 물을 가득 채웠다.

 

식수대에서 잠시 쉬면서

인사를 나눴던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 곳은 사람이 따로 걷는 길이 없기에

자동차 길로 걸어가고 . . .

조금 전 숲속 오솔길에서

나무 지팡이 하나만 들고 있던 사람이 이 사람들과 일행인 듯

3사람이 가벼운 차림으로

경쾌하게 앞서 걷고 . . .

한참을 걷다가

길 어디쯤에서

앞에 함께 가던 사람중

나무 지팡이를 든 사람이 다른  길로 내려간다.

그래서

그 길은 까미노가 아니다라고 알려주니

자신은

몸이 불편해서

자동차 있는 곳으로 다시 되돌아간다고?

발음하기가 좀 까다로운

에스키로츠 마을을 지나며 . . .

그 마을 통과하는 중에 . . .

처음으로 보는 낮은 문의 정체

-저 안에 뭐가 있을까?

-왜 저렇게 땅에 낮게 입구를 만들었을까?

전기계랑기?

사람사는 느낌이 나면서

뭔가 정겹기도? 한 

소소한 풍경을 대하며 . . .

라라소냐  2킬로 ~

오늘은 라라소냐 마을까지만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

.

.

 

돌담사이로

보이는 싱그러운 풀?

야생갓? 같기도 하고

침이 돈다....나도 모르게 . . .

싱그러운  숲속의 오솔길을

배낭도 아니고 개나리 보따리? 같은 걸 매고 

등산용 바지 대신 청바지를 입고서 걸어가는

순례자를 보며 . . .

순례자의 복장도 가지가지.....

등에 매고 가는 배낭도 가지가지 . . .

나처럼 가이드 북에 적힌대로

일일이 체크하면서 성실하게 챙겨서 바리바리 싸 가지고

걷는 사람보다는

자유로운 복장으로  간편하게 걷는 사람들도 많고 . . .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를 건너며 . . .

또 다시 숲속으로 길은 이어지고 . . .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 새

라라소냐 마을 입구에 도착.

오늘은 더 이상 걷지 않고

이 마을에서 쉬리라 . . .

생각하며

노란색으로 된 마을 안내글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 . .

오전에

수비리에서 만났던 오스트레일리아 삼총사들과

딱 마주쳤다.

수비리에서 만났던 것보다

더 반가워 하는 그들과 유쾌한 해후를 한 후

그들은 다른 마을까지 걸으려 한다며

나를 보며 함께 가지 않겠냐고

호의적인 제안을 한다?

그들도 나처럼 천천히 걷는다는 걸

어제 론세스바예스에서 부터 걸었을 때

알았기 때문에

내가 그들과 같이 걷는다해도

사실 별 무리가 없겠지만

지금 나는 허리통증으로 인해

더 이상 무리하게 걸으면 안 될 것 같기에

오늘은 이 곳에서 머물겠다고 하니

그들은 이해를 한다면서

먼저 떠난다.

라라소오냐 마을에 있는 

카페의 커피가 맛있었다고

전해주면서

.

.

.

라라소냐 마을 들어가는 입구

오래 전

도적들이 이 다리밑에서

순례자들을 기다리며 물건을 빼앗기도 하고

나쁜 짓을 많이 했다는

악명 높았던 라라소냐 마을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은

무서운 생각은 없고

흐르는 강물은 싱그럽고

다리는 운치스럽게

느껴지고

.

.

.

라라소냐 마을에 도착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