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팡이 들고

편안하게 걷던 여인,

자신의 생일 때 Sister 에게서 선물로 받은

헝겁모자를 쓰고 숲길을 걷는 그녀에게

"모자가 귀엽운데요~ "

그 한마디에

자신이 좋아하는 모자라고

수줍은 미소로 대답하던 여인.

조금 더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면

여인의 코믹스런 모자를 

한번 써 봐도 되냐고 ~

물어보았을텐데~ . . .

아침 7시 30분

숙소에서 준비해 준 아침식사

카스테라 빵과 쥬스

나중에 우유를 넣은 카페라떼까지 마시고 . . .

무언가 허전하지만

그래도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았다고 

마음속에 주문 외우듯 하며

출발준비를 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스페인 나바라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팜플로나.

라라소냐 마을을 벗어나

다른 마을을 향해 걷는 길은

경사가 있는 자갈길

아침공기는 신선하고

마음은 상쾌하고 . . .

길 도중에

연세가 많아보이는 영국인 할머니를 만났다.

"굳모닝~"

그리고

부엔 카미노~

인사하며

각자 자기 페이스대로 걷고~

천천히 걷는 나에 비해

영국인 할머니는 저 만큼 멀리 가고~

플라타너스 나무?

이런 나무를 많이 보았는데

 보고 또 보아도

정겨운 마음은

여전하고 . . .

얼마큼 걸으니 마을이 보인다.

길가에 적혀 있는 마을이름은 아르케타.

어디만큼 한참을 걷다가

길의 커브를 돌아가려는 데

이상한 생각이 든다?

왜 이 길엔 아무도 없는거지?

분명 식수대 아래에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라도 나의 뒤에 따라 올 시간이 되었는데?

내 발걸음이 늦기 때문에

이미 그 사람들의 스피드라면

내 앞을 스쳐가야 갔을텐데?

아무래도 길을 잘못 걸은것 같아

다시 되돌아 가기 시작~

길을 잃어버렸을 때의 원칙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시작하는 것이

제일 빠른 지름길이라고 읽은 기억이 나기에 

.

.

.

조금 전 물병에 물 받았던 그 샘터 가까이 올 즈음

멋진 시베리안 허스키 한마리 데리고 산책에 나선

동네 사람을 만났다.

그래서

여차저차 

어디로 가면 산티아고 가는 길이 나오냐고 물으니

저쪽 길로 가라고? @.@

그렇지만 

 자동차길도 틀린 길은 아니고

그 도로하고

순례자 길하고 나중에 만나게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

.

.

나중에 만나게 된다하더라도

나는 차가 다니는 도로길은 참으로 싫어한다.

매연도 그렇고 차가 지나갈 때마다 조심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두루두루 평화가 없기에 . . .

동네 사람이 알려준 대로 찾아오니

노랑 화살표가 저쪽으로로 가라는 표시를>

조금 전 이 길을 통과할 때

 난 왜 이 표시를 못 본거지?

생각해 보니

이 화살표 앞에  여러 사람들이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그들의 몸으로 가려져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무심코  걷다가

안내표시를 못 보았는지도~?

다만 왜 사람들이

저기에 많이 앉아서 쉬고 있는거지?

그 생각만 하고

지나간 기억.

순례자 길은

작은 샛길로 이어지고~

쥐구멍처럼 아주 작은 문을 넘어~~@.@

만약에 캄캄한 이른 새벽이었거나

사람이 없는 시간대였다면

나는 계속 헤메였을 듯~

@.@

다시는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기 위해

노랑 화살표 가리키는 방향을 보면서 걷는다.

조용한 산길을

 사복사복

천천히

.

.

.

길을 막는 장애물이 보이면

장애물을 피해서

요리 저리

걸어가는 것도 재미?

호젓한 산길엔

한 사람

혹은 두 사람 지나가는 발길로 계속 이어지고 . . .

오늘로서 걷기 5일차인 나의 눈엔

젊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나이 많은 분들이 홀로 걷는 모습을 많이 보고 있다.

지금 나의 앞을 지나가는 순례자 역시

연세가 있어 보이는데

등에 짊어지고 가는 짐이 만만찮아 보이고 . . .

순례자 길 안내표시가 간혹 간혹

숲속에서 반겨준다.

그때마다 나 역시 반갑다.

순례자의 조가비 표시 비석

나 뿐만 아니라 이 길을 지나가는 모든 순례자들은

다 같은 마음일 듯 . . .

Bar 가 있다는 광고

그러나 이런 광고도 지쳐가는 순례자에겐

힘을 내게 하는 게 한 몫을 하고.....

나 역시 

조금만 더 걸으면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쉼터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 곳에 가면  두꺼운 겉 옷은 벗어셔 배낭안에 넣고

~진한 커피를 마실까

~시원한 쥬스를 마실까?

~ 그리고 . . .

*^^*

외지팡이 들고

편안하게 걷던 분~

"쓰고 있는 모자가 귀여워요~"

'오랫동안 즐겨쓰던 모자인데

자신의 생일 때 Sister에게서 선물로 받았다....' 며

수줍은 웃음으로 대답을 해 주던 여인.

귀여우면서

코믹한 모자를 쓴 그녀는

다시 자신의 페이스대로  앞서 길을 걸어간다.

그러다

조금씩 조금씩

 더 멀어져가고

.

.

.

잠시 후 . . .

그녀는

완전히 나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고

빈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괜시리 

공허해 지는 마음

.

.

.

터널같은 숲속을 나오니

민들레 벌판이 나타나고. . .

그리고 하얀 홀씨들

봄날의 아침이라는 건

 이런 분위기를 두고 하는 표현일거야~

팜플로나 11.3킬로

순례 5일차인데도

아직도 그 거리에 대해 감각이 없는

나는 느림보 순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