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 마을이 있고

마을 나무엔 봄꽃들이 활짝 피어있고 . . .

이 마을 이름은 

수리아인 (Zuriain)

먼저 도착한 순례자들이 편안하게 쉬고 있는 모습들이 보이는

이 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간단한 빵과 커피를 주문하고 . ..

카페 한쪽에 놓여진 수동식 전화.

이 전화기가 사용 가능하냐고 카페 주인에게 물어보니

사용 가능하다고?

@~~

카페 밖 테이블에 앉아

 물을 마시려고 하는데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프랑코씨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자신은 물에 비타민을 넣어서 마신다며  . . .

원한다면

한 스푼 나의 물병속에 넣어주겠다고?

프랑코씨는  한스푼이 아닌 두 스푼의

오렌지색 비타민을 물병속에 넣어주기에 마셨는데

달콤하고 새콤한 맛.

자신은 이번 산티아고 길을 걷기위해

약국에서 이 비타민을 구입했다고

나보고 팜플로나에 가면

약국에서 구입해서 물에 넣어 마시라고 한다.

건강에 좋다며?

자신의 아들과 함께

산티아고를 가고 있다는 프랑코씨

그런데

자신은 걸어서 가고

아들은 친구랑 함께 자전거로 가고 있다고 . . .

편안하게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데

무언가 나를 보고 있는 느낌~

고개 돌아보니

노랑 눈을 가진

괭이 친구~

동네 터줏대감 포즈~

녀석 참~

카페 입구에 세워져 있는 

피노키오 순례자 형상

유쾌한 모습을

한번 더 보고

다시 길을 떠난다.

수리아인 마을 떠나 

이어지는 길은 복잡한 자동차 도로.

자동차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걷는 사람들이 조심히 걸어야 한다.

한국에서 온 대학생 청년들이 앞서 걸어가고 있다.

수리아 인 마을에서 본 한국 청년들은

나를 보고 같은 한국인이라는 반가움이었는지

인사를 하는 모습들이

해 맑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선한 인상들이었다.

자동차길의 한쪽으로 계속 걸으며 . . .

.

.

사람들은 큰 도로길 대신

밀밭 길로 걸어간다.

누가 이 길을 먼저 걸었을까?

밀밭 주인이 이 길을 터 주었을까?

이젠 큰 도로길을 벗어나

푸른 초장이 보이는

평화로운 길로 걸어간다.

호흡을 크게 하고

먼 산 한번 쳐다보고

.

.

.

그늘이 있는 숲속의 벤치에 

순레자들이 쉬는 모습이 보인다.

어떤 사람은

아예 길가에 누워서 쉬기도 하고?

어느 마을을 스쳐 가면서 보았던

낯익은 한국어

반가움 보다는 낙서같은 이미지.

어느 마을을 지나가며 . . .

아마 여기쯤이었을까?

갑자기 나타난

한국인 남자가  천천히 걷고 있는 나를 보더니

한국에서 왔냐고 물었던 게?

그런 후

여기는 레저하러 오는 곳이 아니다 . . . 라고?

신록의 풍경과  길가의 야생화와 대화를 하며 

나만의 페이스대로 천천히 길을 걷는 모습이

그 남자에겐 할일없이 유랑하는 모습으로 보였을까?

 내 마음에 무언가 불쾌함을 준 그 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 버리고?

그 남자의 말투와 얼굴의 표정이

여자가 집에서 밥이나 하고 살림이나 하지

밖에 왜 돌아다니냐 하는

그런 뉘앙스 . . .가

느껴진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처음 본 사람에게

어떻게 저렇게 말을 할 수가 있는거지?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

그러다가 그 길이 장마때문이었는지

없어져 버려서

철조망 너머로 조심조심 통과해야 했다.

한 사람 한 사람 씩

.

.

.

길이 사라져 버려서

숲속 안전한 길로 돌아서 나오다가

다시 만난 철조망

조심히 통과하면서

걷는다.

여러 사람들이 걷기 때문에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었다.

사람들 뒤만 따라가면 되니까 . . .

또 다른 마을 도착

마을이름이

이로츠.

조금 전에 산길을 힘들 게 걷던

스페인 학생들이 쉬고 있고~

이로츠 마을의 

성 베드로 성당

단단한 벽  중앙에 보이는

작은 창문 하나.

세상을 바라보는

통로일까?

성 베드로 성당 앞

그러나 한 낮이어서인지

사람들 모습은 보이지 않은데 . . .

개 한마리와 함께 순례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마침 길을 떠날려는 모습이 보인다.

이 순례길을 사람이 걷기도 힘이 든데

개하고 같이 순례길을 걷다니 . . .

이 사람은 개하고 같이 다니기에

숙소를 구하기 힘이 든다고 . . .

그럼에도 자신의 베스트 프렌드인

개하고 같이 다니는 게

기쁘다고 . . .

부엔 까미노~

그대들  가는 길에

축복있기를

.

.

.

마을 어디 쯤 걸어가는데

그 한국남자가 뒤에서 올라온다?

벌써 여기 가냐고 하면서?

나는 그 남자가 

이미 마을을 떠났을거라고 생각하였는데?

다시 만나다니??

그래서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했냐고 물었다.

그 남자는 그렇게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나는 그 남자에게

내가 레저를 하려면 스페인 바닷가로 가거나

남태평양쪽으로 가지 왜 내가 이 길을 택하였겠냐고?

그리고 말투에

여자는 집에서 밥이나 하지 왜 돌아다니냐  . . . 하는

뉘앙스가 들어있었다고 . . .

또박또박 따지니

그 남자는 절대 그런 말 하지 않았다고?

만약 했다면

그건 이 길이 쉬운 길이 아니고 힘든 길이라는 뜻으로

그렇게 말했을거라고?

조금 전에 하던 말투와 다르게

 갑자기 꼬리를 내린다?

한국의 모대학 교수인데 

자신은 산티아고 길을 걸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는 등

겸손한 듯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전혀 겸손하지 않았던 . . .

뿐만 아니라

묻지도 않는 말을 계속 하고

무언가 횡설수설하는 듯한

 그 사람과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는 게

불편하고 매스꺼웠다.

나이는 많아 보이지만

인격이 상실돤 한국남자와 헤어진 후

천천히

더욱 천천히 

걸으며

.

.

.

이투르가이츠 다리

설명 밑 부분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로 적힌 부분을 보면서

아.....

이 나라는 안내판에도 점자를 적어놓는구나 

스페니쉬로 적은 다리에 대한 역사인 듯한 사진을 보면서

운치 있는 이투르가이츠 다리를 지난다.

다시 숲길로 접어드는 데

저 앞에 한 사람이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분명 순례자 행색인데 왜 거꾸로 오고 있는걸까?

산길 어디쯤에서 보았던

검은 십자가

그 십자가 맨 위에

붙여져 있던

또 다른 희생자의 모습

숙연해진다.

그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

.

.

인 생 무 상

이라는 말이

스쳐간다.

그리고

이로츠 마을에서 만난

이상한 한국사람과의 언쟁에 대해

여자를 비하한 그 사람이 분명 잘못하였지만

그렇다고 정색을 하며 따지고 있는 내 모습이

왜 이리도 부끄럽게 느껴지는건지.

이 길을 걸으며

얼마나 많이 성숙함을 배워야 하는걸까?

다시

노랑화살표를 따라 길을 걸으며 . . .

산길을 빠져 나온 길은

작은 숲길로 이어지고

.

.

.

이로츠 마을을 떠나며
 

.순례길 5일차

.

4/20/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