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이 나서 힘이 들던 차에

숲속 시원한 그늘밑에 

과일과 음료를 파는 사람을 보았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갈증이 심한 나에겐 너무도 반가웠는데

그 사람은 지나가는 순례자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글자를 써 놓았다.

먹을 것이 없는 산길에

먹거리 몇가지를  갖다놓고 파는 이 사람이

오히려 목마를 순례자를 위해

자비를 베풀고 있는 것 같은. . .

뜨리니다드 마을을 지나며

순례길 5일차

걷고 또 걷다보니

시야가 푸른 풍경이 나타났다.

하늘은 파랗고

들판은 푸르고

.

.

.

평화로운 오후

이 길위에서

다시 만난 한국인 청년들

한국 특유의 젊은이들답게

유머도 있고

예의도 있었던 ~

내가 한국 사람인 걸 알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한국캔디를 한주먹 주길래

2개만 골랐다.

땅콩맛 캔디였던가?

맛이 좋았다.

처음 본 사람에게

오로지 한국사람이라는 이유로

주저없이 건네 주었던

그 손길~

푸른 밀밭 길가에서

 물을 맛나게 들이킨 후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혼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던 젊은이가

나를 본 순간

자신의 행동을 멈추고

방향을 돌려 카메라 앞에 거리낌없는 

모습에

" 행복하시오?" 

" So~~Muchhhh......"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So Much를 길게 대답한 유쾌한 남자에게

"부엔 까미노~"

손 흔들어 화답하며

앞서 걷는다.

저 멀리 산등성이를 열심히 오르고 있는

한국인 청년들의 모습이 보인다.

또 다른  언덕길에서

그 청년들과 또 만나고~

그러다 또

헤어지고 

.

.

.

언덕길 오른 후

이젠 가파른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간다.

올라온 계단을 내려다보며 . . .

점점 힘이 든다.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체력이 고갈 되어가는 듯 . . .

왜 이리 갈증은 심한지

물 한방울이라도 아끼고 

또 아껴 마시며

.

.

.

다시 좁은 산길로 접어들고 . . .

숲속 길

중간쯤에 보였던 글귀 하나

자비를 베푸소서~

이 산길에 홈리스가 있는걸까?

그런데 홈리스가 아니라

여러 과일과 음료수를 팔고 있는 . . .?

이름이 마리오 라고 하는 남자가

지나가는 순례자가 사 가지고 간 빈 공간에

과일과 음료수를 정돈하는 모습.

일단 나는 이 곳에서 쉬어가기로 하고

땅바닥에 펄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오렌지를 구입하고 . . .

마리오씨가 칼로 오렌지 껍질을 깍아주기에

단숨에 먹고

.

.

.

지나가는

순례자들도

필요한 과일도 구입하고 . . .

그들은 나처럼 땅바닥에 펄썩 주저앉지 아니하고

서서 과일을 먹은 뒤

바로 떠나간다.

마리오씨는 자신의 점심식사라며

물병에 포도주를 넣어와서

그 포도주와 함께 빵을 먹는다.

나에게 포도주 한잔 마실거냐고 하기에

아니다 . . . 라고

거절하고 . . .

빵과 포도주

이거 성찬식때 먹는건데

이 사람은

점심을 빵과 포도주로

날마다

성찬식을 하는거고만~

포도주 500ml와 바케뜨 빵으로 점심을 마친

마리오씨의 불그스레한 얼굴모습~

마침 오전에 수리아인 카페에서 만났던

이탈리아 사람 프랑코씨가 올라오더니

배낭을 내려놓고

아들을 기다리겠다고~

내가 프랑코라는 이름을 부르니

마리오씨 하는 말

이탈리아 사람들중에 프랑코가 제일 흔하다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고 있는 마리오씨에게

오렌지 값을 지불하고

다시 떠날 준비를 한다.

산길에 순례자의 발길을 뜸할 때는

새가 친구처럼 찾아주기도 한다며

마리오씨가 직접 만들어서 달아놓았다는

새집을 마지막으로 보며

산길을 내려간다.

산길을 내려오는 중에 보았던

산 아래의 노랑 유채화 풍경

숲길이 끝나자마자

고속도로 밑의 굴다리가 나타나고 . . .

굴다리의 작은 그림자마저도

통과하는 동안만큼은

시원해~

터널같은 굴다리를 통과해서 나오니

큰 길로 이어진다.

오르막 길을 걸으며 . . .

숲이 보이는 길의 바위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보며 . . .

원시인남자와 화가 난 뿔을 가진 들소?

그리고 주사위 2개

이해가 될듯 하면서 이해가 안 되는....

JEDISEGA

이 말에 대한 스페니쉬의 뜻을 알면

이해가 쉽게 될련지도?

모르면 모르는대로

그림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니까~

사진상으로는 작게 보이지만

실제 이 지층의 크기는 굉장하였다.

그렇다고  데스밸리 사막의 캐년처럼 웅장함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참으로 인상적인 풍경.

저 암석들을 어떻게 뚫고 도로를 건설하였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

.

.

조금 더 걸으니

노랑 유채화 벌판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

.

.

노랑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아름다운 풍경에

그만 취할 것 같아~~

조금 더 걸으니

또 다른 마을이 보인다.

돌로 된 다리가 

순례자들을 반기고~

이 다리 이름이

Puente de la Trinidad

삼위일체의 다리.

의미심장한 느낌.

다리를 지나면서

바라 본 마을의 풍경

마을앞을 흐르는

강의 색이 유난히 짙푸르게 보이고 . . .

다리의 마지막 부분에

알베르게 표시가 보인다.

이곳에 순례자 숙소가 있었네?

다리와 연결되는 건물은

마이뜨나스 형제 수도원.

알베르게가 있고

다리 위로 보이는 창문 하나

저절로 시선이 끌린다.

나와 함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걷던 사람.

그들은 수도원이 운영하는 알베르게를

알아본다며 들어가고

나는 걷던 길 계속 걷는다.

Villava Atarrabia

아타르라비아 

혹은

트리나다드 데 아레

라고 2가지 이름을 가진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