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수레에 자신의 배낭을 넣어서
순례길을 걷고 있는 노신사를 만났다.
심장이 약해서
배낭을 맬 수가 없기에
두바퀴 수레에 짐을 실고
산티아고 까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 . .
석달이 되든 여섯달이 되든
자신의 수례와 함께
끝까지 걷겠다는
영국인 로버트씨.
- 팜플로나의 나바라 대학 근처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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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앞에 분홍빛 수국이
싱그럽게 피어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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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밤에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며
많은 생각을 하였다.
짐을 덜어야 해
짐을 덜어야 해
.
.
건강해야
걸을 수 있어
건강이
우선인거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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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줄일까?
.
.
일단 화장품을 덜어야 해
떠나기 전
화장품 가게에서 얻었던
여행용 샘플들
그 중에서 일주일 정도만 쓸 분량만 남기고
아깝지만 제외시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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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 생길때나 혹시 필요 할 때 쓸려고 준비하였던 바늘과 실
손톱깍기
타이레놀도 몇알 남기고 나머지는 빼고
컴팩트 . . . 메이컵은 애당초 할 생각은 안 하였지만 나중에 여정 끝난 후
사용할려고 가지고 왔었는데 . . . 무겁다는 생각에 빼고
샤워 후 사용할 수건 2장.....대신 면으로 된 직사각형의 손수건 2장으로 대체하면 될 것 같고
썬그라스 케이스 . . . 도 빼고
허리에 매는 보조가방도 빼고
배낭커버도 빼고
침낭 . . . 이 걸 빼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하다가
결국 빼기로 . . .
이 침낭은 끝까지 함께 하려 했는데
거의 1킬로에 가까운 무게
프랑스 민박집에서부터 지금까지 내내
사용하였는데 . . .
혹시 산티아고 여정중에 날씨가 추울까봐 오리털 침낭으로 준비하였고
이 침낭안에 들어가서 잠을 자면
편안하고 아늑함이 참 좋았는데 . . .
그럼에도
극단적인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다.
침낭을 매고 다니면서
내 발등의 통증을 계속 느낀다면
침낭이 우선인가
내 발등의 통증회복이 더 우선인가?
고민 고민 하다가
침낭도 빼 내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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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옷장에 걸어 두었던 플리즈 자켓
숙소에 도착하고
샤워 후 옷을 갈아입을 때
이 자켓을 입곤 하였는데
아무래도 빼야 할 것 같다.
배낭이 무겁다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
.
13킬로의 배낭무게에서
이미 론체스바예스와 수비리에서 덜어내고
이젠 팜플로나를 떠나면서
내가 많이 아꼈던 물품들을 빼 내어야 만 하는
이 과정이
많이 힘이 들었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고
.
.
.
내 가 걷 는 이 길 위 에 서
제 일 필 요 한 건 무 엇 일 까 ?
진 정 필 요 한 것 은 무 엇 일 까 ?
.
.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물품을 우체국을 통해 산티아고나
혹은 각자의 집으로 보낸다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기는 원치 않았다.
이유는
아주 오래 전 나의 큰 오라버님이 군대를 갔을 때
얼마 후 집으로 오빠의 옷가지들이 보내왔을 때
그 소포뭉치를 들고 울고 계시던 어머니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람은 없고
물건이 우편으로 집으로 전달되는 그 과정이
내키지 않았기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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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나와
순례자길을 찾으러
걸으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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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팜플로나에 도착해서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던 그 공원을 지나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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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가 강 옆길
막달레니 다리 앞
이탈리아 사람 프랑코 부자와 헤어졌던 곳에 도착하며 . . .
여기서부터 순례자길이 시작되는거겠지?
하고 . . . 걷는데
큰 자동차길이 나타나고
순례자 표시도 안 보이고
걸어가는 순례자 형색을 하는 사람도 없고?
마침 지나가는 동네주민이 보이기에
순례자길을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어보니
도로길을 건너면 다시 길이 보인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 사람은 내가 큰 길을 건너 다시 제 길을 잘 찾아가는 지
가던 길을 가지 않고
끝까지 나를 지켜보고 있네???
그래서
잘 찾았다는 뜻으로
손을 흔드니 그때서야
당신 길을 가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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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표시대로 걷다보니
견고하게 생긴 성벽이 나오고
민들레 풀밭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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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웅장한 느낌
이런 곳이 있었네?
감탄하면서 걷는다.
저 멀리 사람들이 보이는 데
전망이 참으로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올라갈 여력이 없어 . . .
이젠 조금이라도 통증을 줄이기 위해선
걷는 걸음을 아껴야 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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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것 같은
이상한 바퀴가 성문위에 매달려 있네?
바퀴로 문을 열고 닫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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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디서 많이 보았는데~?
하는 순간
다시 이 길은
팜플로나 시청앞으로 이어지고??
@.@.
팜플로나 까를로스 광장의 바로 뒤가
시청이었고
팜플로나 광장 앞에 내 숙소가 있었는데
나는 엉뚱하게 외곽으로 걷고 또 걸어서
지금 다시 원점으로 왔다는 겨???
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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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어제 늦은 오후에 팜플로나 시청앞에 앉으면서
왼쪽 코너쪽으로 순례자들이 많이 지나간다 싶었던?
에효~~~~머리 한대 콩~~~쥐어박고 싶어라~~
시청 옆으로 꺽어지는 골목길에 있었던 성당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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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하면서 드리는
짧은 기도
이 길위에
평화를 주시옵소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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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이그나시오 바실리카 성당안에 들어가
잠시 묵상기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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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에 건축되었다는
산 로렌사 성당
회색 구름속으로 태양은 사라지는
으스스한 날씨덕분에
성당의 분위기는
늦가을 11월 하순의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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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보다 훨씬 가벼운 배낭을 매고
다시 새롭게
출 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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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도심의 길
오로지 화살표만 의지하여 길을 걷는다.
화살표가 나무에 새겨져 있기도 하지만
중간에 사라지기도 하여
몇번 물어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만약 화살표가 안 보인다면
걸어왔던 그 길을 변동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간다는 뜻이 있다는 걸
며칠을 더 걸은 후 스스로 타득하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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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플로나 도심 어디쯤에
튜립이 가득한 공원이 보여서
잠깐 들어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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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튜립들~
색상이 이토록 고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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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신선하고
아침공기는 상쾌하고
이런 튜립이 가득한 공원 벤치에 앉아
따뜻한 모닝커피 한잔과 함께
오래토록 머물렸으면 . . .
하지만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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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표시를 따라
복잡한 팜플로나 도시를 빠져 나와
다시 이어지는 푸른 숲의 공원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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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가는 할아버지
2개의 지팡이를 짚고 걸으시는 모습에~
흐흐흐~~
나도 2개의 지팡이인데?
아직 발틍의 통증이 회복되지 않았기에
스틱에 힘을 주고 걷는 내 모습이나
앞서 걷고 있는 현지인 할아버지 모습이나
비슷 하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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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애 꽃이 활짝인 도로를 지나며 . . .
아카시아처럼 느쪄지는 마로니에.
이국적인 이름과 나무지만
정겨움이 같이 드는 건 왜 인지 모르겠다.
걷다가 마로니에 꽃이 가득한 나무를 보면
보고 또 보곤 하였으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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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풍경을 보면서 걷다보니
어느 새
팜플로나에서 유명하다는
나바라 대학앞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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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위치도 표시를 보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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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미터를 걸어서 가면
순례자 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 안내판을 보며 ~
갈까?
말까?
크레덴셜에 나바라 대학 스탬프를 받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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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미터
왕복 200미터
별로 먼 거리가 아닌데 ...
그쪽을 향해 바라보다가
나바라 대학 스탬프 받는 걸 포기하고
그냥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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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라 대학안에는
푸른 숲이 많았고
운치도 있고 멋진 캠퍼스 같았다.
그 캠퍼스로 이어지는 도로를 바라보다가
다시 길을 건너 걷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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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건너서 걷다보니
큰 도로가 보이고
시수르 메노르 가는 사이판이 보인다.
이젠
팜플로나를 완전히 벗어나는 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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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라 대학 지난 지점 어디쯤
벤치에 쉬고 있는
영국인 로버트씨를 보았다.
서로 반갑게 인사 나누고
나에게 나바라 대학에서 스탬프 받았냐고기에
그냥 왔다고 하니
자신은 받았다고~
나바라 대학의 스탬프를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그에게
멋지다 라고 대답해 주고
나는 발의 통증이 있어서
걷는 걸 자제하고 있노라고 하니
자신은 아직 발은 아프지 않다며
하하~ 웃는다.
로버트씨는 이미
바욘역 앞에서 버스를 탈때
그리고 생장의 순례자 사무실에서
등록 할 때 이미 안면이 있는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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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쉼을 가진 로버트씨와 함께
천천히 길을 걷기 시작
로버트씨는 작은 수레에 자신의 배낭을 넣어서
순례길을 걷고 있다.
왜 배낭을 매지 않냐는 나의 궁금증에
자신은 심장이 약해서
배낭을 맬 수가 없다고 . . .
순례 예정일을 얼마동안이냐는 질문에
오래동안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 길을 걸을 예정이라고 하기에
그래도 어느 정도 기간이냐는 질문에
석달이든 여섯달이든
자신은
이 수례와 함께
끝까지 걷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가진 로버트씨가
저 만치 걸어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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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이 가득한 들판을 보며
참으로 아름답지 않냐는 나의 말에
로버트씨 하는 말
자신의 나라 영국에는 이런 노랑들판이 흔하다고
그래서 별로 특별하지 않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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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눈엔 특별하지 않다 하더라도
나는 이 순간 이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그래서 자주 해찰을 하며
풍경을 즐기고
.
.
.
 |
시수르 메노르 마을로 가는 길은
도로와 함께 이어져 있다,
자동차길 옆으로
조금씩 경사진 길을 올라가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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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플로나 교외 나바라 대학 근처
시수르 메노르 가는 도로앞에서 만난
영국인 로버트씨는
오늘 이 곳 시수르 메노르 마을까지만 걷고
내일 출발하겠다며
굿바이 인사를 한 후
숙소를 찾으러 다른 길로 걸어가고
나는 이 마을에서 쉴 계획이 없으므로
계속 걷기로 하고
다음 마을을 향해 걸어간다.
팜플로나에서 시수르 메노르 마을까지
걷기 6일차
4/22/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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