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도착하면

오랫동안 쉬면서

사랑하는 친구에게 

엽서 한장 써 보내리라 . . .

그리고 

내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도 쓰리라 . . .

그런 계획을 하였었는데 

.

.

.

- 페르돈 산 정상에서 -

마을 이름은

발음하기도 어려운 사리키에기 . . . 

이 곳에는  2군데의 알베르게가 있다는 사인표를 보며 . . .

혹시 괜찮은 숙소가 있으면

오늘은 여기서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

마을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바가 보인다.

갈증이 너무 심해서

시원한 물 한병 주문해서 단숨에 마신 후

숨을 고른 후 바 안을 돌아보니

여러 순례자들이 편안한 옷차림으로 쉬고 있거나

책을 읽고 있거나

몇몇이는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그 중 한 여인이

나를 보고 이 곳 알베르게에서 쉬고 가지 않을 거냐고?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자연스럽게

물어본다.

그런 그녀에게 나 역시 옛날의 친구 대하듯

자연스럽게

나도 쉬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말한다.

친절한 그녀가 알려준대로

알베르게는 바 2층에 있기에 경사가 있는 계단을 끙끙대며 올라가니

작은 방안에 2층침대가 4개씩 들어있는데

너무 답답하게 보인다.

숨이 콱 막히는 것 같아서 그냥 내려와서

다시 배낭을 매고 떠나려는 나에게

그 여인은 걱정의 눈빛으로

"이 시간에 파르돈 산을 넘을 거냐고?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많이 늦은 시간이다.

약간의 갈등을 하다가

그냥 전진하기로 하였다.

옆사람의 숨소리가 들릴정도로 너무도 가깝게 붙여진

2층침대들이 가득한 방안의 모습에

머물고 싶지가 않았다.

몸은 많이 피곤한데

마음은 아니다 . . . 라고? 

바에서 물 한병 더 구입해서 

배낭포켓에 넣고 다시 출발

이젠 마음이 조금씩 급해진다. 

빨리 걸어야지

.

.

.

마을을 벗어나자 파르돈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길이 2갈래?

어느쪽으로 가지?

생각하는 데 

이 마을 도착하기 전 시수르 메노르 마을을 벗어나며

나의 앞을 자팡이만 달랑 가지고 걸어가던 그 동네사람이

자신은 페르돈 산에서 내려온다며 

산으로 올라가려는 나를 보고

"지금 이 시간에 저 산을 넘을거냐" 고  묻는다.

Yes 라는  나의 대답에

너무 늦은 시간이다며 걱정의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나 역시 딜레마에 빠진 것 같은 심정.

다시 그 알베르게로 되돌아가서

다닥다닥 붙은 침대를 배정받아

나 죽었소.....하는 마음으로

하룻밤 지내고

내일 아침에 이 산을 넘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대

나의 입술에서는 

동네 사람에게

'어느 쪽으로 가면  산을 더 더 빨리 올라 가냐' 고 묻고 있다?

친절한 동네사람은

왼쪽은 순례자길이고 오른쪽은 자신이 늘 다니는 길인데

오른쪽으로 가면 빠르게 오르지는 않지만

길이 편안하니 오른쪽 길로 올라가라고. . .

그런 후

부엔 카미노 인사하며

헤어졌다.

시간이 넉넉하면

현지인이 다닌다는 오른쪽으로 천천히 걷겠지만

시간이 넉넉치 못함으로  조금이라도 빨리 오를 수 있는

순례자길을 선택해서 오른다.

끙끙 . . . 대며

스틱에 의지하여 페르돈 산을 오르고 있는데

어느 새 

내 앞을 스쳐가는 사나이

이 길 선상에서 만났던

이탈리아 사람

어디에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거지?

분명 나보다 훨씬 앞서 갔었는데? @.@

부엔 까미노 . . . 

인사하며

바쁘게 지나간다.

풍차가 줄지어 서 있는 페르돈 산위로

빛세례가 내리고~

산 정상 다 와서 

바라 본 아랫마을 풍경들

탁 트이는 풍경들이

가슴까지도 시원하게 해 주는 것 같고~

산 위로 가까이 다가 갈수록

바람이 세게 분다.

산 바 람 인 지

비 바 람 인 지

촉 촉 하 면 서 

끈 적 끈 적 한 

사 월 의  바 람 이

.

.

.

드디어 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 이미지인

파르돈 산 정상에 오르며 . . .

나바라 지역의 까미노 친구들 이라는 협회에서

세웠다는 순례자 상징의 조형물이

눈 앞에 나타났다.

많은 영상에서 본 그 말타고 순례길 떠나는 형상.

그 앞에 드디어 도착했다니~

흐흐흐~

흐뭇한 나의 웃음소리~

그런데 사람이 아무도 없다~ 

@.@

내가 지금 이 곳에 서 있다는 현실에

감회가 새롭다.

그동안  영상을 통해서 이 곳을 보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 조형물 앞에서 나름대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하고

그들만의 세레모니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이 곳에 도착하면

오랫동안 쉬면서

사랑하는 친구에게 엽서 한장 써 보내리라 . . .

그리고 내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도 쓰리라 . . .

그런 계획을 하였었는데

날씨는 많이 흐린건지

저녁시간이 가까워서 어두워져 가는건지

뭔가 으시시한 분위기?

내가 생각하고 계획하였던

행복한 글쓰기는 아무래도 다음으로 미루고

날이 더 저물기 전에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페르돈 정상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

우테르가 3.5킬로 . . .

무루사발 6,3킬로 . . .

우테르가 마을이 되던

무루사발 마을이 되던

더 어두워지기 전에

어서 걸어야 해~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이

우테르가 마을일까?

내려가는 길은

거친 자갈길

경사는 왜 이리 심한지? 

어느 새

하늘이 검게 보이더니

비가 후두둑?

.

.

.

조금씩 내리는 가 싶었는데

이젠 빗방울이 뚝뚝뚝 ~

후두둑 내리는 이 비를 어찌하지도 못하고

몸으로 맞으며

내려간다.

산길 어디쯤에

쌓여있는  돌무더기들

그 안에 갇혀있는

파란 색 순례자 안내표지판.

숨겨져 있는 표지판일지라도

반가운 심정

내가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걷고 있다는 뜻이니까~

조금씩 더 거칠어지는 빗줄기

저 앞에는 앞서 간 청년 둘 이

급한 발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 청년들과는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지만

그들은 내가 오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에

가끔 뒤돌아보면서 내가 잘 오는지 확인? 하기도 하고?

나 역시

청년들이 저 만치 가고 있다는 게

 산속에 나 혼자가 아니다 . . . 라는

마음에 무언가 안심? 이 되고?

드디어

 마을이 보인다.

나의 앞에 가던 청년 둘은

아주 빠른 발걸음으로

어느 새 마을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주룩주룩 비는 계속 내리고 . . .

마을 입구에서

성모상을 보았다.

머리뒤에 후광이 있는 성모상은 처음이지만

마치 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느껴진다.

사실 내가 성모이신 

마리아에 대해 잘 알거나

의지하는 심정이었다면

나는 이 마리아상 앞에서

여러 심정을 토로하였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아직 마리아 라는 분에 대해

그저 예수님의 어머니 라는 정도밖에

잘 알지 못하기에

멀리서 보는 마음일 뿐.

그러나 점점 이 길을 걸으며

자주 나타나는 이 분의 형상으로 인해

마리아 라는 여인에 대해

무언가 알수없는

경외심과 새로운 심정으로 변해 가고 있다는 걸 . . .

점점 가까워지는

아름다운 마을

저녁 7시 30분 경

우테르가 마을에 도착

이제 어디로 가서 숙소를 정해야 할지

비가 내리는 마을 광장의 

빈 벤치에 앉아서 생각하는 데

개 한마리와 함께 지나가는 

우테르가 동네사람이 조금 더 가면 알베르게가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빗줄기는 더욱 거칠어지고 있는 마을 광장을 떠나

그 알베르게가 어디에 있는지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동네를 천천히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올라~~~알베르게~~~

올라~~~ 알베르게~~~

하는 소리가 들려서

주변을 살펴보니

2층집 창문 밖으로 어느 할머니가

손짓을 크게 하면서 저기에 알베르게 있다며

내가 이해를 하였는지 확인을 하는 듯

계속 손짓을 멈추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할머니의 모습이 선하게 떠오른다.

참으로 고마운 마음.

설령 창문으로 낯선 외지인이 지나간 걸 보더라도

자신의 일이 아니기에

그냥 외면하거나 모르는 척 하였을텐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비를 맞으면서

자신의 친절함을 멈추지 않았던

그 할머니의 모습이

늦은 저녁 숙소를 찾아 헤메고 있는

나에겐 천사로 보였다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저녁 7시 50분

카미노 델 파르돈 이라는

사립 알베르게 도착

알베르게 안으로 들어가니

페르돈 산 아래에서 급하게 걸어가던 이탈리아 사람이

현관앞 의지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나를 보고

맥주 같이 하자고? 

지금 나는 맥주가 아니라 배가 고프다고~

아

배가 고프다

.

.

.

그리고보니

배 고픈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페르돈 산을 오르고내렸네?

@.@

알베르게 등록을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침대위에 쉬고 있다.

현관앞에 빈 침대 하나 남아있기에

그 곳에 배낭을 내려 놓으며 . . .

이 알베르게는 나를 마지막으로 풀(Full)

휴~

오늘 걸은 걸음수를 보니

 32223

많이 걷긴 걸었구나

다른 사람들이 보면

세발의 피이겠지만 ~

@.@

팜플로나 출발 우테르가 마을에 도착

순례길 6일차를 마치며

4/22/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