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 라는 책을 읽고 난 후였을까?

언제부터인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에 대한 생각이

나의 가슴속에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건 막연한 생각이었을 뿐

구체적으로 행동은 하는 못하고 지나던 터에

나이 50 넘고

몸의 건강이 조금씩 이상이 생길 즈음

나의 단조로운 일상에서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유투브에서 우연히 보게 된

산티아고를 순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상으로 소개됨을 보고

모든 영상들을 즐겨찾기 한 후

관심을 가지고 산티아고 길에 대해 보고 또 보다가

결국 가족들에게

이런 나의 마음을 알렸다.

"2달동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날려고 하오니 . . ."

엄마의 선언적인 말에

아들이 걱정스러운 말로

"위험하지 않을까요?"

남편은

"혼자가지 말고 누구 같이 갈 사람 없는거야?"

딸은

"엄마 인생이니 엄마 알아서 하세요~"

일단 반대하지 않고 걱정해 주는 가족에게

그 곳은 안전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 . 안심의 말을 한 후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기시작하였다.

2달이라는 긴 여정을

 혹시 같이 떠날 수 있는 친구가 있을까 . . . 하여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그녀들은 한결같이

일주일이나 2주일까지는 집을 비울 수 있지만

가정주부로서 그 이상은 어렵다는 대답.....

친구들은 아닌 것 같아서

나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한국에 있는 둘째언니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걷지 않겠냐고 물어보니

처음엔 반가운 목소리로

요즘에 한국에도 산티아고 순례붐이 일고 있어서

테레비를 통해 많이 보았다며 좋은 생각이라고 . . .

그런데 같이 갈지는 가족들에게 물어보고 알려주겠노라고......

며칠 후 한국의 언니에게서 온 답은

초행길에 가이드 없이 여자 둘이서만 걷는 건 위험하다며

가족들이 말린다고. . . 

그러면서 나보고도 가지 말라고 한다?

결국 같이 갈 동행을 구하지 못하여

나는 혼자서 여정을 떠나기로 결정하고

-언제 떠날 것인가

-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 비행기표 예약이며 

- 혹시나 현지에서 몸이 아플 경우를 대비해서 여행자보험도 가입도 해야하고 

두루두루 준비물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인터넷으로 산티아고에 관한 책을 주문하고

한국의 까미노 카페에 가입해서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글도 읽어보는 등

산티아고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일에

날밤을 새면서 온 심혈을 기울이는 동안

한달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 . .

준비물 리스트를 적고

그동안 동네에 가까이 있었지만 

한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R E I 라는 

등산장비 매장에도 들락거리면서

배낭과 등산화 슬리핑백, 그리고 마운틴 폴(스틱)등

준비물 리스트를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하면서 

구입하기 시작하였다.

D-Day 를 4월 12일로 정한 후

2월부터 미리 비행기표와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에 도착해서

하룻밤 머물 수 있는 호텔까지 예약을 하고

프랑스 생장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서 스페인 국경을 넘을 때

중간에 하룻밤 머물 수 있는 사립 알베르게인

오리송 산장도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 놓고

그 모든 증명서를 프린트 해서 잘 챙겨두고 . . .

음악은 나의 친한 친구

그러니 절대 빼 놓고 갈수 없기에

아이팟에 음악을 다운 받아 저장하였다.

왼쪽은 조그만 스피커

아주 조그만 사이즈

주머니속에 꼭 들어가도 남을만큼 . . .

여행중에  혼자 있을 때는

이어폰보다는 이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들으면서 짐정리 하기도 하는

이번 산티아고 여정중에

카메라와 함께 걸을

나의 친구들 (?)

산티아고 순례여정을 준비하면서

깊은 딜레마에 빠졌던 부분

사진을 좋아하지 않거나

큰 관심이 없다면

스마트폰이나 컴팩트 카메라와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도 좋을텐데

안타깝게도

사진을 순간순간 찍고 즐겨하고

사랑하는 나에게

사진을 포기하라는 건 

가혹한 일 이기에

웹서치를 하여 목에 걸고 걸어도 괜찮은

카메라를 발견하여 테스팅 한 후 구입하였다.

이 카메라는 35미리 광각의 단렌즈이기 때문에

줌을 할 수 있는 작은 사이즈의 콤팩트 카메라도 같이 챙기고 . . .

그런 후 

프랑스로 출발하기 한달 전부터

훈련이 너무 약하다싶어

배낭안에 무거운 책을 넣어 10킬로를 만들어

집 근처의 산을 오르며 트레이닝을 하였는데

새삼스럽게 내 자신이 얼마나 약한 체질인지를

제대로 실감하였다.

동네의 조그만 언덕같은 산을 오르는데도

숨이 헉헉

다리는 후들후들....

그동안 산행다운 산행 제대로 해 본 적도 없고

그저 동네 공원만 산책하는 정도였는데

피레네 산맥을 어떻게 넘을 지~

막막한 마음과 함께

뭔가 두려움도 밀려오고 . . .

하루하루 날짜가 다가오는데

마치 시험을 보는 학생처럼

마음의 무겁고 부담이 밀려온다.

은근히 날짜가 조금이라도 더 늦어지길

바라는 아이러니한 심정.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달력에 D-Day 며칠이라는 

숫자를 적은 포스트잇을 붙이는 일로 하루일과를 시작하면서

설레임반 걱정반

하루에 몇번씩 교차되다가 . . .

그러나  멈출 줄 모르는 시간은 결국 

집에서 떠날 날이 다가오고. . .

드디어 출발 당일.

LAX 공항까지 배웅해 주며

무사히 잘 다녀오라는  

(그러나 물가에 내 놓은 아기 오리를 바라보 듯

무언가  불안해 하는....) 남편과

아이들의 따뜻한 배웅을 뒤로 하고

오후 시간에 출발하는 에어프랑스에 올랐다.

4/12/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