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부터 걷기 시작하는 날

아침에 일어나

어제 오후

민박집 뜰 빨래줄에 널어두었던 양말과 옷을 챙기고 . . .

그런데 날씨가 차가워서였는지

거의 안 말랐다.

프랑스 민박집의

뒷뜰의 모습.

생장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집 구조는 

현관은 뜰이 없고 바로 

길거리에 현관문이 있는....(이를테면 대문이 없더라는......)

그런데 뒷뜰은

 벌판처럼 넓고 . . .

주인이 차려준 아침밥상

빵들이 총동원된 진수성찬~

커피 마실래요?

차를 마실래요?

두가지 중에서 한가지 선택 하라고?

나: 커피를 마시겠습니다.

커피에 우유를 넣을까요?

그냥 드릴까요?

너: 우유를 넣어주십시요.

그랬더니

찬 우유를 넣을까요?

따뜻한 우유를 넣을까요?

하길래

나: 따뜻한 우유를 넣어주십시요.

밥상은 뭔가 가득한데

내가 먹은 것은

토스트 빵 2쪽에 잼

그리고 커피.

잠시 후 쥔장이 나타나서

혹시 오렌지 쥬스를 원하냐고 하기에

나: 원합니다.....고 하니

작은 글라스에 오렌지 쥬스 한잔 추가

야채스프라도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 . . 

따뜻한 우유를 넣은 커피만 한잔 더

추가해서 마시고

입 닦고 일어날 수 밖에 . . .

@....

공손한 말과

친절한 매너로 융숭하게 맞이하였던

쥔장 어르신

이름이 Marc 마르끄 씨라고?

그런데 엄청 깍쟁이 .......

욕실에 삼푸도 밑바닥 거의 없었걸랑~

아침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니

창가쪽에서 무언가 요란한 소리

살짝 커텐을 젖히고 밖을 보니

이미 순례자들은 산을 오르기 시작한 듯?

그들의 모습은 유쾌한데

걸음은

왜 이리 빠르게 보이는거지?

나도 배낭을 챙기고

숙소를 떠날 준비 완료.

카톨릭에서는 누구든 산티아고까지 순례길을 하면

그가 지은 죄를 모두 사해 준다는 말이 있지만

자신은 아직 순례자길 걸어보지 못하였다고 . . . 

순례자들이 통과하는

피레네 산은 참으로 아름다와서

자동차로 일년에 한두번은 올라가 본다며.....

민박집 쥔장 마르끄씨의

복된 카미노 길 되라는 축복의 말과

굿바이 인사를 받으며

길을 걷기 시작.

동네의 다른 샛길을 오르며 . . .

아직 마을을 벗어나지 못한 지점에서

동네 할아버지 한분 흥얼흥얼 콧노래 부르며

보라색 꽃송이를 들고 옆으로 지나간다.

그 모습이 코믹하게 보여

웃음으로 인사하였더니~

할아버지가 갑자기

들고 있던 꽃송이에서 두송이 꺼내어

나에게 건네준다?

여전히

흥얼흥얼 콧노래 부르며

언덕길을  올라가는 할아버지.

이제부터 시작하는

800여 킬로의 긴 여정을

축복한다는 메시지인가

싶기도 하여

마음이 환해지고

.

.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순레자 표시 안내표지를 따라 걷는다.

어디서 부터인지

강아지 한마리가 계속 따라온다.

처음엔 그저 동네 강아지가 마실 다니는가 보다?

하고 개의치 않았는데

녀석이 점점 나의 곁에까지 다가오고?

가만히 보니

어제 생장거리에서 본 그 녀석?

목에 걸어져있는 중황색 목걸이도 같고

여전히 털은 물에 젖어 있는 것 같다?

너가 여기까지 어떻게?

"아가야~

나는 너하고 함께 갈 수가 없거등?

그러니까 이제 너의 집으로 가렴~:

다시 혼자서 터벅터벅 

계속 오르막길을 걸어간다.

회색과 다른  차선의  길의 경계를 보면서 . . .

동네 끝나갈 즈음에

한 남자가

천지가 떠나갈 듯한 큰 기계소리를 내며

나무들을 저렇게 박살내고 있다?

아침날씨이기도 하고

흐린 날이어서 기온이 차가운데

저렇게 터프한 모습으로?

@~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는 길

한참을 걷다가

피레네 산맥 들어가는 초입에

동네 할아버지가 건네 주었던

보라색꽃 한 송이 고목위에 올려놓고

작은 기도 드린다.

꽃을 주는 사람

꽃을 받는 사람

모두에게

축복의 하루 열어주소서

.

.

초록들판이

너무도 싱그러워서

바라 보고 또 바라 보고 . . .

 산을 오르기 전

양들이 푸른 초장에서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누워 있는 녀석들도 있고

풀을 뜯는 녀석도 있고 . . .

나런히 나란히 먹이를 먹고 있는 

사이좋은 양떼들

도시에서 갓 탈출한 나에겐

그저 평화로운 정경이다.

또 다시 언덕을 오르며 . . .

자목련화 만발한 모습에

또 걷던 발걸음 한번 쉬면서

숨 한 번 가다듬고

.

.

.

주변의 경치를 보면서

한발 한발 오르다보니

어느 새

운토....라는 알베르게에 도착

목이 칼칼하고

갈증도 있어서

시원한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면서

쉬어갈려고 

주인을 찾았지만

아무도 없고

고요와 정적만 . . .

그때 어디선가

나타나는 검은 개 한마리

아무도 없었는데

개가 나타나니

다소 마음이 안정된다.

녀석은 올라오다가

땅바닥에 털퍼턱~ 앉네?

저런 모습으로 꼼짝도 안하고 오랫동안 있다가

한참 후 다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 . .

운토 알베르게 입구에 놓여있던 책

누군가 읽고 내려놓고 간 듯?

필요한 사람이면 가져가서 보아도 좋다는 글에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여 배낭에 넣어둔다.

다 읽은 후

다음 사람이나

다른 알베르게나 다른 장소에 놓아두면

될 것 같기에

.

.

.

운또 알베르게에서 한참을 쉰 후

다시 오르며 . . .

오르면서 내려다 본

피레네 산 동네 풍경

오늘의 목적지

오리송 알베르게

5킬로 남았구나~

5킬로미터에 대한 거리감이 

얼마큼 먼 거리인지 아니면 짧은거리인지

전혀 감각이 없는

나는 초보 순례자.

아스팔트 길이 끝나고

길이 좀 거칠고 험악해지고~

헉헉 . . .

오르고

또 오르고~~

피레네 산맥을 올라가는 가파른 언덕길.

 나는 숨이 차 오르고 땀은 흠뻑 젖었고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고 . . .

마침 작고 예쁜 칼라의 야생화가 눈에 들어온다.

기진맥진한 나를 바라 보고 

힘내라고 하는 듯?

사람에게 이야기 하듯

꽃들에게 감사인사 한다.

"너를 보니 다시 힘이 나는구나~

고맙다,

너가 여기 있어주어서 . . ."

내가 늦게 출발해서인지

아니면

워낙 해찰을 많이 해서인지

내 앞에도 사람이 없고

내 뒤에도 사람이 없었는데

순식간에 내 앞에 나타나?

친구들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왔다기에

그럼 친구들은 어디에 있고 그대 혼자서 걷냐는 물음에

친구들은 자동차로 먼저 올라가 있을거라고?

부엔 까미노~

라는 말을 하고

바람처럼 사라져간다.

부엔 까미노~

인사말 남기고 ....

아직은 익숙치 않은 말

부엔 까미노 . . .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배낭의 커버를 씌우기 위해 잠시 쉬며 . . .

조금 오르니

험악한 흙자갈길이 끝나고

아스팔트길이 시작된다.

휴,,,,

피레네 산 어디쯤에서 설치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의 여정이

아주 간단히 요약된 지도?

피레네 산 중간에 올라왔을까?

온 몸은 땀으로 범벅

숨도 가파르고 . . .

평소 운동부족

체력부족

모두 다 빵점~~

그냥 주저 앉고 싶었을 때

나타난 글자

Keep Going . . .

누가 내 마음을 알고 

저런 글자를 적어놓았을까?

지방도로 표시가 그려진

바위 옆 길을 걸으며 . . .

산의 피부가 코끼리 등처럼 까맣게 그을린 산을 보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