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뜬눈으로 잠을 잔 듯한

이탈리아 청년 로이가

떠나기 전

나보고 잠을 잘 잤냐고. . .? 

방안의 두 남자들이  밤새 코를 고는 바람에

자신은 귀마개를 두개 하고 잤지만

거의 못 잤다고?

@@@

그. 러. 나.

이른 아침의 오리손 산장앞의 모습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잔 컨디션을 

싹 날려보내주기에 충분한  몽환적인 풍경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이건 인간세상이 아니야 ~

오리송 알베르게에서 준비해 둔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가니

입구에서부터 커피향과 토스트에 빵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크리스마스때나 추운 겨울

 온 가족이 식탁에 앉아서

정겨운 식사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처럼

안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밖의 창문으로 바라보는데

그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토스트 빵과 딸기잼.

향긋한 커피 그리고

상큼한  오렌지 쥬스.

커피를 머그잔도 아닌

국그릇같은 사발에 마시는 것도

이색적?

오리송 산장 떠나기 전

야고보상 아래에 식수대가 있으므로

빈 물병에 물을 가득 채운다.

이른 아침

 부지런한 사람들은

이미 길을 떠나고 . . .

나도 배낭을 챙겨서

길위에 올랐다.

오늘은 2번째 날

어제도 좋았지만

오늘도 좋을거라는

기대속에서

.

.

.

어디쯤에서

산중턱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이 보이고

말일까?

당나귀일까?

조그만한 게 예쁘다.

순간적으로 알프스의 요들송이 생각날 만큼

마음이 쾌청해진다.

흐린 날씨인데도 . . .

나의 앞에

순례자 한 사람이

딱딱한 자동차길 대신에

풀위로 걸어가기에

나도 그렇게 걸어간다.

발이 한결 편안해~

졸졸졸~

 계곡물 흐르는 소리

참으로 청아하게 들린다.

그 소리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물소리를 더 들으려고 . . .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이보다 더 멋지랴 . . .

어느 한 사람의 죽음을 보며 . . .

2014년 11월에

이 곳에서 생명을 잃은 어느 순례자를 기념하는 돌무더기를 보는데

마음이 숙연해진다.

길바닥에 선명하게 그려있는 노랑화살표를 따라 걸으며 . . .

브라질 국기를 배낭에 매달고

열심히 걷고 있는 두 사람

브라질에서 순례길을 걷기 위해 왔다는 에우씨 형제들

저 만치 동생이 먼저 걷고

형님 에우씨는 뒤따라 걷는데

걸음이 참으로 빨라~

구비구비 산언덕을 돌고 돌아

오르막길을 걸으며 . . .

개나리봇짐을 짊어진 

나그네 처럼  . . .

비싱대피소인 듯한

작은 건물이 보이고 . . .

눈보라 칠 때는

저 건물안에 몸을 피하라는 듯 . . .

대한건아 화이팅!!!!

God bless you from H.Lee

날짜도 최근.

나보다 며칠 앞 서 걷고 있는

한국 사람이 붙이고 갔나보다~

피레네 산맥을 지나가는 순례자를 보호해 준다는

비아꼬레 성모자상

순례자들이 다 지나가고

아무도 없을 때는

무척 외로울 것 같아~

마리아상 아래

누군가  피레네의 풍경을 담고 있다.

아름다운 피레네의 풍경을 그냥 지나친다는 건

너무 무정한 일 이리라 . . .

마리아상에서 조금 걸어나오면  

 두갈래 길.

나는 나폴레옹 루트로

방향을 정하고 걷기 시작.

길 안내표지의 그림이 인상적.

별들이 반짝거리는 길 ~

시세 언덕을 넘어가는 순례자

피레네 산을 걷던 중에

보았던

불가사리 풀?

그 모양이 너무도 독특~

이 야생초는

그 후로 한번도 보지 못하였다.

오로지

피레네 산 정상에만

존재하는 듯?

아침에 오리송 산장을 출발해

이 길을 걷는 동안

진실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하늘과

푸른 산

평화롭게

먹이를 먹고 있는 동물

그리고

.

.

.

산의 정상부근에 고독하게 서 있는

안내표지

사람들이 등에 배낭을 매고서

줄을 지어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올라가고 . . .

어깨에 가방을 매고

선녀같은 발걸음으로

살랑살랑 걸어가는 처자도 있고 

.

.

.

언덕길 끝나고 평평한 자동차길을 걸을 때쯤

앞서 걷던  사람들이 적당한 자리에 앉아

런치를 먹는다.

나도 배도 출출하고 다리도 아프기에

피레네 산의 풍경이 눈에 보이는 돌위에 앉아

오리송 산장에서 구입한 샌드위치를 먹는다.

그런데 오리송 산장에서 만든 샌드위치

정말로 맛 없었 . . .

빵은 딱딱하고 햄은 너무 짜고 . . .

배가 고파서 억지로 뜯어 먹다가

더 이상 먹질 못하고 . . .

엊그제 생장 순례자 사무실에서

봉사하는 분들이

내 배낭을 보더니

너무 무거워 보인다며

기어이

쌀 가마니 재는 저울에 올려놓고

무게를 재었던 나의 배낭.

무엇을 빼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졸망졸망 끈까지 묶어서

등에 매고 온

이 무지한 담대함이라니 . . .?!!!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인생의 짐에 대해 

미련을 어쩌지 못하고 

.

.

.

피레네 산의 풍경이 보이는 곳에 앉아

런치를 먹은 후 잠시 쉬면서

지나가는 순례객들을 보는데

내 눈에는 지나가는 사람들 배낭만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대부분

배낭이 작고 심플해~

저렇게 작은 배낭안에는

무엇을 넣었기에

저 사이즈밖에 안 되는 걸까?

@.@

산 아래 마을같은 집들이 보인다.

이런 산중에 마을이 있으리는 없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말이나 양들의 축사인듯 . . . ?

그러나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저 아름다운 한폭의 수채화처럼 

평화로워~

피레네 산맥을 걷는 동안

날씨가 여러번 변하는 걸 느꼈다.

하늘이 열리고 닫히는 듯

세상이 어둑해졌다가

다시 밝아지고

운무가 가득하다가

다시 사라지고?

산 아래로 구름이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다시 길 떠날 채비를 한다.

 오리송 산장에서

피레네 산맥의 중간까지 걸으며

순례길 2일차

4/17/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