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자신의 20대가 끝나기 전에
걸을 계획이 있었는데
마침 프랑스로 유학을 온 바람에
그 계획을 실행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 . .
지금은 일주일밖에 못 걷지만
다음에 자신이 결혼하면
가족과 함께 다시 이 길을 걸을거라는
당찬 포부를 이야기 하는 청년 . . .
라바날에서 폰세바돈 마을까지
순례길 31일차
산속에 위치한 라바날 마을의 아침 기온은
화씨 37도...섭씨는 2.8도
셀폰에는 라바날 마을 지명이 아닌
이 곳에서 5킬로 더 멀리 떨어진
산위의 마을은 폰세바돈의 기온으로 나온다?
어찌되었든 땅 아래 마을과 급격한 기온차이가 있는 만큼
마치 한국의 11월달의 을씨년스러운 그런 느낌
아침에 일어나
배낭의 짐을 모두 꺼내어 정돈 하기 시작
그동안 걸으면서
수 없이 비우고
또 비웠기에 이젠 더 이상 비울 수 없는
나에게 있어선 최소한의 물품들
모두 펼쳐놓고보니
거의 옷가지들?
그러나 카메라 2개와 셀폰
충전기와 밧테리들의 무게도 사실 만만찮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하루 마실 분량의 물 2병과 과일 두어개
그리고 간식으로 먹는 비스켓 봉지의 무게 역시
어깨를 짓누르는 데 무시할 수 없.....?
산티아고를 가려면
당신의 눈썹마저도 빼어놓고 가라고 하였던
어디서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하나 하나 다시 배낭에 넣고
이제 길 떠날 준비를 한다.
작은 메모지마저도 휴대하지 않기에
어제 저녁 레스토랑에서 받은 영수증의 여백에
오늘의 날짜를 적으며 . . .
숙소를 떠나기 전
모습도 담아주며 . . .
오늘로써 31일차
처음 프랑스 파리에 도착하여
지금 스페인의 산속마을 라바날에 도착하기까지
나의 변해가는 모습들을 찍어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기에 . . .
숙소 아래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카페라떼를 주문하고 . . .
구운 토스트 2조각
스페인 카페에서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같은 일회용 컵을 아직 만나 본 적이 없다.
항상 컵 접시와 함께 잔에 커피를 주는데
커피의 양이 참으로 적다라는.......^^
그렇다고 리필이 되는것도 아니고?
그러나
숙소 아래에 카페가 있기에
이렇게 아침식사를 간단하게나마 할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인지 . . .
아침 이른 시간인데
이미 마을 주민되는 노인장께서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고 . . .
스페인 시골에서 흔하게 보는
노인분들의 의상 모습이지만
나에겐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느껴지곤 한다.
저 분은
이 라바날이라는 산골마을에서
일생을 사신 것일까?
궁금하여 물어보고 싶었지만
스페인 시골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영어가 통하지 않았기에
대화는 잘 되지 않지만
길을 걷다가
찾아야 할 건물이나 길을 묻게 되면
대화는 안 통할지라도
길의 지명이나
알베르게 같은 단어는 큰 어려움 없이
도움을 받곤 하였다.
어제 보았던 녀석이
카페안의 테레비젼에서는
아침 뉴스가 방송되었는데
마침 산티아고 걷는 여성 순례자가 아직도 실종중이며
발견하지 못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 . .
나와 함께 동그란 테이블에서
아침식사를 하던 영국인 조엘씨께서
나를 보더니
조심하라며......
걱정하는 말투로 이야기를 해 주신다.
이 분은 화가인데
그림을 그리면서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중이라며 . . .
나중에 어느 마을의 강가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조엘씨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늘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
라바날 마을을 벗어나는 중
어느 만큼 오르니
이끼가 가득 낀 기와지붕이 보인다.
아마 순례자의 쉼터?
그 건물 한켠에서
짐을 챙기고 있는 한 청년을 보았다.
뒤에서 볼때는
여성인 줄로 알았는데
가까이 다가 가 보니
남성인 청년이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 라고
활기있는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그 청년이 매고 있는 배낭이
심상치 않아 보이기에
배낭속에 쌀 한가마니 들어 있는 것 같다고
농담을 하니 . . .
자신은 프랑스에 유학을 온 군인장교라며
8월에 유학 생활을 모두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가는데 . . .
한국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휴가 1주일을
산티아고 길을 걷기 위해
도전하였다며 . . .
어제도
라바날 마을 오기 전
어느 산속에서 야영을 하였다고?
알베르게에서 딱 하루 머물었는데
알베르게는 너무 답답하여
산이나 길에서 야영하며 산티아고까지 걷는 게
나을 것 같아
다시는 알베르게에 머물지 않을 거라며
싹싹하게 이야기를 한다.
몇마디의 인사가 끝나고 . . .
나는 걸음이 늦으니
먼저 가라고 청년에게 권하니
청년이 뜻밖에 다음 마을까지 같이 걸어서 가겠다며
자신의 속도를 줄인다?
스페인에서 여성 혼자 걷는 순례자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20대 중반의 한국 청년은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해 보인다기에
청년의 어머니 나이를 물어보니
정말 나하고 나이가 같다?
나에게도 저 청년처럼 생긴
장성한 아들이 있으니
뭐 . . .
산의 중간쯤에 오르니
순례자들을 위한 쉼터가 또 나오고
그 쉼터 건물 아래엔
맑은 물이 줄줄 흐른다.
그 물을 마실 수 있을 지 확인해 본다며
물가로 간 청년
청년의 배낭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무거워 보이기에 . . .
그러나 청년은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전혀 무겁지 않다고??
자신은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20대가 끝나기 전에
걸을 계획이 있었는데
마침 프랑스로 유학을 온 바람에
그 계획을 실행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 . .
지금은 일주일밖에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에
다음에 자신이 결혼하면
가족과 함께 다시 이 길을 걸을거라는
당찬 포부를 이야기 하는 청년 . . .
뒤에서 오던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추월하여 산을 오르고 . . .
산길 옆에는
이름 모르는 분홍색 야생화들이 피어있고 . . .
공기는 싸늘하였지만
어느 새 몸은 다시 땀이 나기 시작
산 중턱쯤 . . .
뒤에서
누군가 부른 소리가 들리기에 돌아보니
.
.
.
뒤에서 올라오던 사람이
한국 청년을 보며
혹시 프랑스 장교학교 다니냐고 묻는다?
한국 청년이 그렇다고 대답하니
자신도 그 장교학교 출신이라며
한국 청년과 반가운 악수를 한다?
청년이 어떻게 자신이 그 학교 다니는 지 알았냐고 물으니
프랑스 남자 하는 말이
청년이 매고 있는 배낭의 커버를 보고 알았다고?
^.^
멀리서 보아도 일반인과 다른
배낭커버 하나만으로
낯선 산길에서 만난 인연들
그들은 정겨운 대화를 나누며
함께 먼저 올라가고 . . .
난 산의 맑은 공기와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들을 보며
천천히 올라간다.
산의 고개를 넘으니
저 멀리 마을이 보이고 . . .
마을 입구엔
폰세바돈이라는 표지판이 반긴다.
아! 여기가 바로
폰세바돈이라는 산위의 마을인거구나?
폰세바돈 마을에 가까이 가니
묘한 형상의 지붕이 있는 집들이 보이고 . . .
그 어느 집 담벼락 아래에
큰 개 한마리가 풀밭에 누워있는 모습이 보인다.
멀리서 보아도
무언가 아픈 듯한 모습이기에
가까이 가서 보니
여기 저기 많이 아픈 모습이 역력하다.
눈도 그렇고
오른쪽 앞다리도 그렇고 . . .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방치를 해 주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
누워있는 녀석이
나를 보더니 고개를 올려든다.
뭐라도 먹을 수 있는 것을 주고 싶었지만
오늘따라 녀석에게 줄 아무런 간식도 없고 . . .
조금 더 올라가니 카페가 보인다.
그런데 조금 전 프랑스 남성 순례자와 먼저 올라갔던
한국인 청년이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그 청년은 7일동안에 산티아고를 도착해야 하기에
하루에 50킬로를 걸어야 한다 했기에
이미 멀리 걸어 가는 줄 알았는데?
그 청년은 몇마일 후에 도착되는
철의 십자가.....까지 같이 걷겠다며
환하게 웃는다.
난 괜찮으니
먼저 가라 권하였지만
그 청년은 철의 십자가는 금방이니 그 정도는 괜찮다며
거기까지만 동행하겠다기에 . . .
그 정도는 나에게도 괜찮을 것 같아
철의 십자가까지 같이 동행하기로 하고
카페에서
시원한 오렌지 쥬스를 한잔씩 마시고
다시 길을 떠난다.
폰세바돈 마을을 떠나기 위해 언덕길을 오르며 . . .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는데
마치 프랑스 생장을 떠나
피레네 산을 향해 올랐던 그때의 느낌이 스쳐간다.
오늘이 순례 31일차이니
이미 한달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산티아고 순례 첫 여정을 시작하였던
그 설레임과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감탄하며 한 발 한 발 올라갔던
그 피레네의 시간들이
지금 폰세바돈 마을을 떠나면서
똑같은 느낌이 오다니 . . .?!!!
폰세바돈 마을에는
순례자를 위한 알베르게도 있었는데
라바날 마을에서 머물기 어중간한 순례자들에게는
이 곳 산위의 공기맑고 풍경도 아름다운 곳에서
하룻밤 쉬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철의 십자가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마을을 떠난다.
라바날에서 폰세바돈 마을까지
순례길 31일차
5/20/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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