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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속을 걸으며

Camino Story-122 두번째의 꼬르따도를 마시며 Day-26 Sunny Lee (sunfrica) 2017-12-18 11:41:45

4 ♡ 0

쪽지

스페인 산티아고 여정중
수 많은 마을을 스쳐갔지만
이런 커피 메뉴는 거의 없었는데
레온과 비교적 가까운 이 시골에서
바의 이름마저도 Cordoba. . .

우연히 들어간 곳에서
감질맛나는

아주 작은 잔으로 마셨던
여정중 두번째의 꼬르따도 . . .

만시야 마을에서 레온을 가는 중에

순례길 26일차

스페인에는
커피에는 수 많은 종류가 있지만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커피는
코르타도 (Cortado)
스페인식 발음으로는 꼬르따도

이 커피맛을
레온을 향해 가는 중에 큰 길가에 있는 Bar 에 들렸다가
쥔장이 권하기에
주문해서 먹게 된 특별한 커피맛

일단 커피잔이 아주 작다.
에스프레소 커피잔처럼....
그리고 맛이 아주 진하다.
내가 무척 쓰다고 하니 우유와 설탕을 넣어서 입맛에 맞추라기에
약간의 우유와 설탕을 넣어서 마시니
환상적인 맛으로 나의 혀끝에서 감칠맛을 낸다.

스페인 산티아고 여정중 수 많은 마을을 스쳐갔지만
이런 커피 메뉴는 거의 없었는데
레온과 비교적 가까운 이 시골에서
바의 이름마저도 Cordoba. . .
예전 어느 마을에서 마셨던 기억이 다시 나기에

바 이름에 끌려서 들어간 곳에서
감질맛나는 아주 작은 잔으로 마셨던
한잔의 커피

전혀 생각지 못한 커피 한잔에
갑자기 활력이 나고 기분도 업되고

.
.
.

코르타도 한잔 진하게 마신 후
다시 길로 나오니
몇몇 사람들이 열심히 걸어들 가고 있다.

다시 자갈길로 접어들고 . . .

이런 길은 발바닥이 아프다.
이런 길이 간혹 나오는 데 이런 경우엔
아무래도 중등산화가 많이 유리하긴 하지만
중등산화의 무거움이 발등을 짓누르기에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 .

그러나 다음에 다시 이 길을 걷게 된다면
난 중등산화 보다는
경등산화를 선택할 것 같다.
조금이라도 발등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길가 풀속에 세워져 있는
순례자 비석과 노랑화살표

그리고 누군가 애교있고 그려넣은
하트 모양 하나 . . .

얼마큼 걷다보니

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하는 굴다리가 나타난다.

굴다리 밑을 걸어간다.

오늘이 순레여정 26일차인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굴다리를 통과 하고
통과하였는지?!!!!

굴다리를 통과할 때마다
몇발치 앞에 보이는 눈부시게 밝은 세상에 대해
생각을 하였고
내가 이 길을 모두 무사히 완주하여 목표점에 도달하게 되었을 때
내 자신에게 비추어질 저토록 밝은 빛이 나에게도 비춰주리라. . . .

자화자찬격으로
내 자신에게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타박타박 이 굴다리를 통과하곤 하였는데

고속도로 아래의 굴다리를 통과하여 나오니
눈 앞에 노랑 야생화 들판이 갑자기 펼쳐진다.

푸른 하늘 아래
마을이 있고
마을 앞에는 노랑 들풀들이 가득한
마치 동화같은 풍경들

조금씩 걷다보니
멀게 느껴졌던 마을이 눈 앞으로 다가오고 . . .

왼쪽으로 길다란 길이 보이는데
그 길을 걸어가야
마을을 통과하게 되는 듯

.

나의 앞을 걸어서 갔던 사람들이
어느 새 먼덕길을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언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고 있었던거지?
굴다리 지날 때까진
나의 앞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

끈길진 개미들처럼
이 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자기들만의 페이스대로
한 없이
한 없이
어제도
그제도
그리고
내일도
저렇게
자신의 길을 올라가리라

조금 전에
멀리서 보았던 마을의 그 길앞에
도착하였다.

아.
나도 마치 육상선수가 출발선상에 서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것처럼
심호흡을 길게하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또 시작인게야~

하면서

*^^

얼마큼 걸으니
쉼터가 나타난다.
음식물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과 벤치가 놓여져 있고
거기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지붕까지 있는
시원한 쉼터가 . . .

쉼터 안에는
돌로 된 우물이 있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데
마시지 말라는 뜻으로
빨간색으로 선이 그어져 있다.

에이~
이왕이면 마실 수 있는 식수대였으면 좋았을텐데~

그런데 친절하게도
그 뒷편에
마실 수 있는 식수대가 보이기에
빈 병에 물을 가득 채우고
나도 한껏 마시기도 하고 . . .
물맛이 상큼하다.
이 마을의 인심인 듯 ~

쉼터에서 해찰을 하다가
다시 길을 걸으려 하는데
바로 앞에
마을 안내표지가 보인다.
Arcahueha
아르카우에하 마을

마을에 대한 소개가 간단할 걸 보니
아주 작은 규모의 마을인 듯~

마을입구를 들어가는 오르막길

참으로 단조로운 마을
오로지 길 하나만 있는

.
.
.

이런 내 마음을 일축하려는 듯
갑자기 풀을 뜯고 있는 말 한마리?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가축이라도 보이니
마을에 사람이 살긴 하나보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인사를 하는데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생명체를 보았다는 반가움~?

그리고
장미들의 환영 인사~

장미는 아무리 보아도
참으로 아름다운 꽃이로고~
특히 담장너머로 뻗어져 가는 덩쿨장미는 더더욱
정겨워~

장미송이들이 없었더라면
한층 따분한 마을거리였을텐데 . . .

예쁜 장미꽃들을 뒤로 하고
내 갈길을 간다.
따분함이 조금씩 밀려오는 오후의 길을

마을을 빠져 나오며....

작은 마을인 줄 알았는데
뒤돌아 보니
그렇게 작지도 않는 규모의 마을인 듯~

순례자를 위한 배려는 오로지
마을 입구에 있는 쉼터와 식수대뿐

다시 시작되는 자갈길을 따라 걸으며 . . .

마을을 벗어날 때쯤에 나타나는

마을의 묘지

깊은 잠에 빠진 사람들이 누워 있는 곳

큰 십자가 안에
작은 십자가 가 있는 비석들

난 마을의 묘지가 있는 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고개들 들이밀고 안을 바라보곤 하였다.
습관적으로....

아니면
죽음에 대한 경외한 마음이었을지도 . . .

우리 인간은 결국
흙으로 돌아가고
깊은 잠에 빠질터인데
.
.
.

천상병 시인께서는
하늘나라에 가는 걸
소풍간다고 하시지 않았던가?

길을 걷는다.
그늘 한점 없는 메마른 길을 . . .

노란 화살표가
간간히 나타나 주어서
내가 제대로 걸어가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도 하고 . . .

덥다.
많이
.
.

내 얼굴을 셀카로 찍어본다.
썬크림이 없기에
로션 하나로만 버티고 있는 얼굴이기에
태양의 노출을 가리기 위해
완전무장으로 감싸다보니
이런 모습.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허걱~
할지도~

이런 모습 정말 안 좋아하는데
그럼에도 어쩔수 없이
.

얼마큼 걷다보니
어느 마을이 보이고
그 마을의 성당 꼭대기엔
새들의 집이 올라가 있고
그 집 위엔
새 한마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듯~

노란 야생화가 만발한 들판속에 있는
저 성당의 벽은 기울이지 못하도록
버팀목들이 보이기도 하고

.
.

아마 폐허인 성당일까?

마을을 지나
또 다시 시작되는 산길의 오르막길에
한 여성 순례자가 유쾌하게
인사를 한다?

나도 화답하는데
서로가 유쾌한 말투~
한 옥타브씩 높은 걸 보아
아마 오늘의 목적지인 레온이
가까워서일지도~

오늘은 레온까지 갈거냐고 물으니
역시 기분좋은 목소리톤으로
"Of Course ~"

그녀도 태양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장갑까지 끼었다면서
내 모습을 보면서
끽 끽 끽 ~
웃다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