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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속을 걸으며

Camino Story-124 레온에서 Day-26 Sunny Lee (sunfrica) 2017-12-28 13:44:13

6 ♡ 0

쪽지

레온....하면
제일 먼저 떠 오르는 건
웅장한 대성당이나
가우디의 아름다운 건물이 아닌 . . .

나를 슈퍼마켓까지
1.5 마일 정도의 거리를 함께 걸으며
안내해 주었던
로즈마리 라는 이름의 여인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 . .

레온에서

순례길 26일차

레온시내 순례자길 중심의 작은 골목안에 있는
구즈만 호스텔
3층의 제일 코너이자 구석진 방에는
다행히도 발코니가 있었는데
따스한 오후의 햇살이 가득하기에
서둘러 샤워를 한 후
그동안 밀려두었던 옷가지들을 거의 빨아서
발코니에 걸쳐 널기도 하고
건물과 건물사이로 이어진 빨래줄에 옷걸이를 이용해서 널기도 하고 . . .
햇살이 있고
빨래를 널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얼마나 뿌듯한지~
@.@

처음 새 등산화 였을 때 먼지 하나 없는 말끔한 신발이었는데
이젠 이리 저리 흙탕물과 산길을 걸으면서 퇴색되어가는
나의 분신인 등산화도
공기도 쐬고 햇살에 소독도 시키고~

세탁을 마치면 으례히
가벼운 옷차림으로 카메라와 함께 동네 한바퀴 돌 듯
레온거리를 탐색? 하기 시작~

가이드 북이나 인터넷 정보에 의하면
레온은 순례자 여정중 가장 화려한 도시이며
역사적인 문화와 예술등
이런 저런 볼거리가 많다라고 누누이 알려졌기에
은근 기대와 설레이기도 하고~

큰 광장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건물은
까사 데 보띠네스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이라는 설명을 듣지 않아도
가우디 작품풍이 그대로 느껴진다.

어느 레스토랑 앞에 세워져있는
순례자 형상의 철조형물

스페인의 순례자 루트가 통과되는 지방엔
각 도시의 특색에 맞게 순례자형상이 세워져있거나
그림으로 그려진 벽화들이 있는데
참으로 다양하고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길고 긴 여정중에
오로지 한가지 테마로만 이어지는 예술작품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 . .

아주 가벼운 레녹스 신발과
뽀송뽀송한 발가락 양말을 신고
레온 거리를 걷는다.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가벼운 차림으로 걷는다는 게
얼마나 홀가분하고
편안한건지~
휘파람이 저절로 나올만큼
지금 이 시간이 상쾌하고 ~

레온거리를 걷는 중에
한 사람이 인사를 한다?
스페니쉬가 아닌 영어로~?

이미 일찍 레온에 도착해서
숙소도 정하였다며
나에게 숙소는 어디에 정했냐며
인사를 하는 사람은
지난 번 만시야에 도착하기 전 길 어디쯤에서 만난
캐나다사람인 토마스씨.
발바닥에 상처가 심하였기에 기억에 남은
토마스씨는 다리를 절룩 거리며
레온에 무사히 도착했다며 서로 자축하는 인사를 한 후
각 자 헤어지고 . . .

토마스씨와 헤어진 후
나는 레스토랑을 찾아가는 쪽으로 정하고
식당이 있을 듯한 거리로 발걸음을 옮기고 . . .

거리의 바닥이
흙도 아니고~
일일이 벽돌사이즈의 돌로 만든 듯
질서있게 이어져 있는 모습이 이색적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의 거리에도
이런 패턴의 길들이 많았었는데~?

아, 그리고보니
스페인이 로마군대의 침략을 많이 받았다고 하였는데
도시건축도 그 영향인 건가?

어느 길목에서
한 남자가 가벼운 스탭으로 홀로이 퍼포먼스를 하는 데
지나가는 여인이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옆모습이
마치 미국배우인 톰 행크즈 같다는 생각을 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데
옆의 여인이 나를 바라보고~
여인의 신발이 어린 시절 신었던
검정색 구두같다는 생각에
씨익~ 나도 모르게 웃음도 나오고~

톰 크루즈의 옆모습을 닮은 남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는 것에도 아랑 곳 하지 않고
자신의 액션에 심취한 듯~

그러다가....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하자
두 손을 들고 환희의 미소를~~

하하하~
아주 작은 만남이고
짧은 시간이었고
단 한마디 서로 하지 않았지만
혼자서 퍼포먼스를 하던 남자는 남자대로 웃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있는 사람은
웃음으로 화답하고. . .

헤어짐의 의미로
손을 흔들며
굿바이 모션을 하니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
.
.

잔잔한 평화 한 웅큼
손안에 가만히 쥔 것 같은
이 따스한 기분은 뭐지?

행복이 별거던가?
평화가 별거던가?

서로를 모르지만
오고가는 미소와 흔들어주는 손인사 하나면
충분한것을 . . .
상대방도 행복하고
여행자도 행복하고 . . .

시장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아침에 토스트 두 조각과 카페라떼
그리고 중간에 먹은 간식과 코르타도 한잔외엔
먹은 게 없다보니
배가 고플 수 밖에 . . .

핑크색 담벼락에
지점토같은 레스토랑 안내표지
그러나 이 시간은 씨에스타 시간이어서인지
레스토랑 문이 닫혀져 있고 . . .

걷다보니
산 마르셀라 광장이 나오고
그 앞에 카페가 보인다.

오후 4시의 거리엔
어느 레스토랑도 오픈 되어 있지 않기에
할수 없이 카페를 들어가
점심겸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고 , . .

무얼 주문할 메뉴가 마땅치 않기에
늘 먹던 빠야를 시키는 수 밖에 . . .

사진속의 빠야는 맛잇어 보이지만
사실은 기름이 너무 많다보니
이 음식을 먹으면 늘
배탈이 나오곤 하였다.
그럼에도 달리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없기에
알면서도 또 주문을 하고 . . .

식사를 마친 후
카페 바로 앞에 있는 산 마르셀로 광장앞에 있는
산 마르셀로 성당이 보이기에
어떤 성당일까? 하는 호기심에 들어가 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성당쪽으로 옮겼다.

성당안에는
레온에 도착한 순례자들이 앉아서
기도 하는 모습도 보이고
현지인들 차림의 사람들도 보이고 . . .

이 곳 성당은
스페인 시골의 성당과 분위기가 다른 게
시골의 성당은 쾌쾌한 냄새나 음침한 어두움이 있었는데
이 성당은 산뜻함과 밝음이 느껴진다.
뒷좌석에 앉아 잠시 묵상기도를 드린 후
밖으로 나왔다.

성당 옆에
박물관이 보이기에 들어가려 하였는데
문이 잠겨있어 들어가지는 못하고 . . .

박물관 표지판에 그려져 있는
닭 한마리가 인상적~

산 마르셀라 성당이 있는
광장으로 다시 나와서
이젠 어디로 가야하지?
잠시 생각하다가
사방팔방으로 열려져 있는 길 중에서
숙소와 반대편 길로 택하여 걸어가니
자동차가 다니는 큰 길이 나오고
저 멀리에는 분수가 보이고
로터리도 보이고 ~

여기가 레온 시내의 중심부일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아마 난 정차해 있는 어느 시내버스라도 타고
레온 시내이든 이 시내버스의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그 버스를 타고 지금 탔던 이 곳에 내릴텐데
안타깝게도 그렇게 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은 것 같아 포기 하였다.

레온 시내의 중심지인 로터리의 왼쪽으로 보이는
큰 도로엔 자동차는 진입이 금지되고
대신 사람들이 가득하다.
왜 저토록 사람들이 많은거지?

도로에 미니기차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고?

오늘 머물 숙소의 쥔장이 하던 말이 생각났다.
레온은 주말엔 스페인이나 유럽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북적거린다고~
그래서 숙소 구하기도 어렵고
레스토랑에도 사람들이 많다고~

큰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간다.

카페 밖의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삼삼 오오
혹은 혼자서 앉아서 맥주나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보인다.
대부분 순례자인 듯~
그들에겐
이런 휴식이 무척 달콤하리라.

나의 옆에 휠체어에 탄 노인이 지나가는데
그 노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분명 몸이 불편하기에 휠체어에 의지할 터인데
광이 나는 구두를 신고
헌팅캡을 쓰고 줄 세운 바지위에는
따뜻한 무릎담요를 덥은 모습 . . .

몸이 불편하더라도
깔끔한 복장으로 길에 나서는 스페인 노신사

복잡한 큰 길을 계속 걷다보니
그 유명한 레온성당이 나타난다.

참으로 중후하고 아름다운 성당의 모습
탄성이 저절로 나오고 ~~

안으로 들어가려 시도 하였는데
마감시간이 되었다고
들어 갈 수 없다며
내일 아침에 오라고?

사실 원래 계획표대로라면....
난 레온에서 2밤을 머물려고 하였었다.
산티아고 여정중에 큰 도시 몇이 있는데
큰 도시에서는 하루를 더 머물기로 하였으니까....
그러나 레온을 들어오면서
도시의 답답함이 무언가 짓누른다는 걸 느꼈다.
공기도 탁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는 것 같은 복잡함
이런 저런 자동차 소음들
여러 날을 걸으면서
시골이 더 좋았던걸까?
자동차의 매연도 없고
시끄러운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러나 프랑스 피레네 산을 넘어
첫번째로 도착하였던 팜플로나같이
도시가 여유있어 보였다면

하룻밤 더 머물지 않고 급하게 떠나려했을까?

레온 대 성당 옆에 있는
레알 바실리카 데 산 이시도로 라는 박물관
그러나 스페인 왕가의 무덤이 있는 곳이라고....

레온 대 성당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내일 먹을 물과 간식거리를 구하기 위해
해가 저물기 전에 슈퍼를 찾으러
발길을 돌린다.

레온 대 성당 옆길은
성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견고하면서 오랜 역사를 느낄 수 있고 . . .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아서인지
호젓한 분위기?

아름다운 벽을 아래에

그냥 기대어 서 있어도

멋진 이미지가 되어 보이는 . . .

성곽을 돌아서
작은 골목길을 들어가도
슈퍼는 나오지 않는다?

어느 서점앞을 지나며 . . .

스페니쉬를 잘 모르지만
책이 보이면 책표지를 바라보곤 하였는데
이건 습관적이 되어 버린 듯 . . .
그러다가 뭐가 홀린 듯 안에 들어가 보기도 하는데
이번엔 그냥 패쓰한다.
슈퍼 마켓을 찾아야 하니까 . . .

초록색 페인트가 아름답게 보이는 어느 모퉁이길의 카페 건물을 보며 . . .

친구처럼 보이는 두 여인이 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모습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
그 중 한 사람은 지팡이를 손에 들고 있고 . . .

늦은 오후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벤치에 앉아있는 여유가
평온하게 보여진다.

슈퍼 마켓을 찾으러 다니다
도무지 보이지 않기에
어느 옷가게에 들어가서
이 근처에 슈퍼마켓이 있냐고 물으니
그 옷가게 주인의 어머니라며
자신이 슈퍼마켓을 안내해 주겠다고
앞장을 선다?

그냥 말로 가르켜 달라고 하니
말로 해서 찾기는 힘들거라며
참으로 적극적으로 안내를??

로즈 마리 (Rosemary) 라느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여인
당신도 산티아고 순례여정을 다녀온 적이 있다며 . . .

로즈마리 여인은
슈퍼마켓을 알려준다며 당신을 따라 오라는 데 . . .
가도 가도...계속 큰 길

나는 작은 구멍가게정도면 되는데
왜 이토록 멀리가는거징?

아마 15분 아니 20여분을 걸었을까?
한참을 걸었으니.... 그 정도 되었을 듯~

로즈마리여인께서 나를 안내한 곳은
그냥 슈퍼가 아닌
대형 슈퍼마켓???

그녀는 슈퍼마켓 입구에서
혹시 갈때까지 기다려줄까? 하고 묻기에
아니다 라고....
너무 고맙다며
무쵸 그라시아스....라고 인사하니
부엔 까미노~로 화답하고
허깅도 하고
.
.
로즈마리,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허브 그 이름처럼
아름답고
친절한 여인....

레온....하면
제일 먼저 떠 오르는 건
웅장한 대성당이나
가우디의 아름다운 건물이 아니
나를 슈퍼마켓까지
1.5 마일 정도의 거리를 함께 걸으며
안내해 주었던
로즈마리 라는 이름의 여인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