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40이 넘은 딸이
신체가 부자유함에도
산티아고 길 걷기를 원하기에
그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휠체어를 손수 밀면서
이 길을 걷고 있는 아버지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자이콥씨의 등이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몸으로 말을 해 주는 듯 . . .
온시나에서 초사스 마을까지
순례길 27일차
오늘의 목적지인
마사리페 마을로 가는 중에 만나는
또 다른 마을
그 이름이 온시나 . . .
가이드북에도 거의 소개가 없는
이 마을은 어떤 곳일까?
마을 들어가는 왼쪽에
허물어져 가는 성당의 한면이 보이고
그 성당 아래의 지붕엔
한 남자가 무슨 일을 하는 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지붕위에 테레비젼 안테나가 있는 걸 보아
이 조그만 시골에도 테레비젼 방송이 나오나보다~
길을 따라 마을안으로 들어가는 데
저 만큼에 노점상처럼 물건 파는 사람이 보이고
몇몇 사람들도 서 있기도 하고 . . .
가까이 가서 보니
이 마을엔 카페가 없기 때문에
갈증이 있거나 배가 고픈 순례자를 위해
음료와 다과를 파는 듯 . . .
갈증이 심할 때
이런 노점상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울까?
언젠가 어느 길을 걸을 때
갈증이 심하고 입술은 타는 데
마을은 보이지 않았고 . . .
그때 이런 노점상이 길에 있었다면
참으로 반가웠을텐데.....
그러나 지금은 배낭에 물병이 들어있으므로
그냥 패쓰를 한다.
어느 마을처럼
포도주 저장소가 보이는데
진파랑으로 시원하게 보인다.
이런 작은 문들을 여러번 참으로 많이 보았지만
왠지 자꾸 끌리기에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나의 사진에 담아두곤 하고
.
.
마을의 코너를 돌자
어느 여성 순례자가 보인다.
그녀의 뒷모습이
마치 타이거우먼처럼
강렬하게 느껴져~~
@.@
참으로 작은 마을
온시나.
그 마을을 벗어나니
작은 길로 연결된다.경사진 길을 오르다가
말 세마리를 보았다.
아빠 말
엄마 말
아가 말?
움직임 없이 정지된 상태의 두 마리 어른 말과
땅에 앉아있는 아가말.....
서로들 말은 없을지라도.
.
.
너희들은 가족이겠구나
.
.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오르막길
나의 곁을 스쳐간 사람들은 저만큼으로 달려가고
.
.
.
그러다가
하늘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도 만들어주기도 하고
.
.
자갈길로 이어지는 여정이
만만찮아 보이지만
.
.
언덕을 올라오니
탄성이 저절로 나올만큼
다른 세상이 . . .
흰 눈이 쌓여있는 산이 보이다니?
나의 앞에는 노랑 야생화가 지천인걸~~?!!!
하얀 들꽃들도 가득하고 . . .향이 감미로운
라벤다도 가득하고
황토색이 예쁜 자갈길을 따라 걸어가는 동안
팍팍하지 않고
오히려 생각지 못한 자연의 풍경으로
길을 걷는다기 보다는
자연속에 도취되는 마음으로
조금 걷다 한번 보고
조금 걷다 또 한번 보고
.
.
평범한 풍경일수도 있겠지만
개나리꽃처럼 샛노란 야생화가 만발한 벌판
이름 모르는 들풀들이 가득한 대지그 길을
사북 사북
천천히 걸어간다.
이제는 경사도 없기에
걷기에 아주 편안한
길을
.
.황토색이 예쁜 이런 길을
언젠 걸어 본 적이 있었던가?
야생화 스테이지
.
.
2킬로미터?
혹은 3킬로?
계속 이어지는 야생화 벌판을 걷는다는 게
꿈결처럼 느껴진다면
황홀한 착각일까?
그때는 정말 그랬다.
아무 걱정도
아무 시름도
오늘 밤에 닥칠 숙소에 대한
최악의 컨디션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고
감미로웠으니까.
.
.
이럴 때
생각나는 말이 있다.
카르페 디엠 . . .
Carpe Diem . . .이라고
오늘 이 순간을 즐기시오
라는.
어제는
레온에 머물었었는데
불과 하루도 안 지난 시간임에도
레온에서 머물렸던 시간들은 저 멀리 사라져 가는 듯....
레온에서 하루 더 안 머물고
일찍 떠나온 게
아무리 생각해도 참 잘한 것 같아~
.
.
.
야생화 벌판이 끝나고
밭이 나타났다.
황토흙으로 가득한 밭에는
조그만 푸른 싹들이 자라나는 모습이 보이는데
저 푸른 싹...연한 싹으로 된장국을 만들어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된장/ 고추장/ 김치/ 밥/
.
.
침이 저절로 ~ 끙
황토흙 길이 끝나고
다시 자갈길로 길은 이어지는 데
이 길이 산속길인지
평탄한 들판길인지
걸으면서도 좀 혼동이 오지만 . . .
그러나 간간히 나타나 주는
노랑 화살표가 나타나 주어서
제대로 길을 잘 걷고 있다는 안도감으로
평온한 맘으로 걸음을 멈추지 아니하며 . . .
저 멀리 보이는 우람한 나무 한 그루
그 나무 밑 그늘 아래에서
좀 쉬어가고 싶은 생각이 살짝 들었지만
.
.
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잘 수 있는
여유가 없 . . .
마사로페는 아직도 많이 남았거든~
.
.
계속 걷기로 한다.
건조하고 팍팍한 길을 타박타박 걷다가
무심코 뒤를 돌아보는 데
어?
누가 내 뒤를 따라오는데?
^.^
휠체어를 탄 여인과
그 휠체어를 밀고오는 노인이 나의 앞으로 다가오자
인사를 한 후
당신들도 산티아고 순례여정 중이시냐고 물으니
.
.
.
당신들은 아버지와 딸인데
딸이 아픈 몸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고 싶어 하기에
아버지께서 동행 하시며 이 길을 걷고 계시다고 . . .
아버지 이름은 자이콥씨이며
딸의 이름은 마리아. . .
휠체어에 앉아있는 마리아는
선그라스를 짙게 썻지만
얼굴 표정은 무척 밝아보였다.
나의 인사말에 마리아도 기쁘게 응답해 주면서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지 여러 표정을 지어 보인다.
나이 40이 넘은 딸이
신체가 부자유함에도 산티아고 길을 걷기를 소망하기에
그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휠체어를 손수 밀면서 이 길을 걷고 있는 아버지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아버지 자이콥씨의 등이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몸으로 말을 해 주는 듯
.
.
마리아의 휠체어를 밀고 앞서 걸어가는
자이콥씨 뒤를 따라 천천히 걷다보니
저만큼 마을이 나타난다.
자이콥씨와 마리아는
날씨가 너무 뜨거워 더 이상 걷는 게 무리여서
오늘은 저기 보이는 초사스 마을에서 쉴것이라며 인사하고
헤어지고 . . .
마리아와 그녀의 아버지 자이콥씨는
이 마을에 익숙한 듯
마을 안으로 끌리 듯 사라진 잠시
마을 입구 안내표시가 나타났다.
마을이름이 생소한
초사스....
가이드북에도 언급이 거의 없는
아주 작은 마을, 초사스로
들어가며 . . .
순례길 27일차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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