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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속을 걸으며

Camino Story-129 따뜻한 밥 선물 Day-27 Sunny Lee (sunfrica) 2018-1-15 11:53:40

4 ♡ 0

쪽지

그날
나의 일기장 마지막 부분에 적었던
한 부분.

"당신은
낯선 사람에게서
따뜻한 밥 선물을 받아 본 적이
있으신가요?"

마사리페 마을에서

순례길 27일차

마사리페 마을에는 3군데의 숙소가 있는데
한 곳은 마을 초입에 있는 사립 알베르게이고
다른 하나는 마을 골목 골목 돌고 돌다보면
레스토랑과 함께 운영하는 팬션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오늘 내가 체크인 하였던
무니시팔 공립 알베르게.

골목속에 있는 팬션에 혹시 침대가 있는가 하고 물어보니
예약을 하였냐고 묻기에
그렇지 않다고 하니
그럼 방이 없다며 퉁명스럽게 말을 하였던
불친절한 여인

할수없이 선택하게 된 Jesus 알베르게는
일단 화장실에서
고약한 냄새 나는 건 말할것도 없고
온수도 나오다가 말아서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얼릉 씻을 수 밖에 . . .

더구나 화장실을 남녀 공동으로 사용하다보니
제대로 화장실을 사용하기도 힘이 들고 . . .

그래도 젖은 옷은 빨아서 세탁을 해야하기에
사람이 들어오면 자리를 비켜 주면서
세탁을 마치고....

나의 2층 침대에 짐을 올려 놓을 수가 없어서
바닥에 배낭을 두고서 필요한 물품들을 꺼내 쓰는데
다른 알베르게는 각자 개인 소지품을 올려놓거나 사용할 수 있는
의자나 소지품 바구니를 주는데
이 알베르게는 전혀 그런 면에는 신경쓰지 않고
각자 알아서 해결하고 떠나라는 식인 듯 ~

2층 로비에서 바라 본 Jesus 알베르게 뜰 의 모습

이미 도착한 순례자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들이 보이고 . . .

2층 알베르게 벽에 적혀 있는 글자와 그림들

샤워와 세탁을 마친 후
마사리페 동네를 한 바퀴 돌기 시작

밀밭이 있꼬
황토색 페인트가 유난히 많은 집들 . . .

사람이 사는 집처럼 보이는데

사람들은 안 보이지만 집 앞마당 풀밭에 파킹되어 있는

자동차모습이 왠지 정감이 있어 보여......

마을 초입에 있던 마사리페 동네에 관한 안내판

오래 전 중세시대쯤
마사리페에 도착한 순례자들이
이 마을에 도착한 모습을 그린 그림인 듯 . . .

마을의 중앙에 있는 길을 따라 걷다보니

허물어져 가는 성당이 보인다.

성당의 종각위엔
새들의 아지트가 생생하게 보이는데
새들이 자신들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한마리씩 앉아있는 모습들도 보며

왜 성당들은
새들에게 그 자리를 넘겨 주고
더 이상 종은 울리지 않게 되었을까 ...?

하는 의아한 마음이
자주 들었지만
그 의아함에 대한 답을 굳이 듣지 않아도
걸으면서 저절로 알게 되어 가고
.
.

늦은 오후의 따스한 햇빛이 남아있는

마을의 길을 이리 저리 걸어본다.

어느 집을 바라보면서 . . .

낡은 시골집들에 비해
비교적 세련되고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집의 모습

집을 떠나
길위의 생활에 계속 되면서
집에 대한
집이라는 단어와
집이라는 그 공간
집이 얼마나 소중하고
집이라는 말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단어였다는 걸

.
.

마을의 중앙의 로터리

역시
아무도 없다.

동네에
사람들이
아무도
심지어
고양이나
개 조차도

안

보

여

.
.
.

마을에 있는 유일한 슈퍼마켓

역시 문이 닫혀있고

.
.

씨에스타
( 낮잠자는 시간)

이라는 걸 알지만

한달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가도
스페인의 낮잠문화에 익숙해 지지 않는
내가 문제인건지
.
.

늦은 오후의 햇살을 벗삼아

마을을 걸어다니지만

들꽃이나 흙향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는

그냥 마을인

마사로페

.
.

마을을 빠져 나가는 표시인

내일 떠날 때

길을 잃지 않도록

순례자 표시를 보아 두기도 하고

.
.

황무지 같은 마을은 아닐지라도
운치하고는 거리가 먼
마사로페 마을

서쪽으로 기울어진 햇살이
그림자를 더 깊게 만들어지는
동네길

5시 넘어 해가 많이 기울어져 갈 즈음에
이제는 슈퍼마켓에 문이 오픈 되었겠지,,,,싶어
오늘 저녁식사를 위해 몇가지 식품을 구입하기 위해
다시 되돌아 걷는다.

슈퍼 마켓 앞에는
여러 순례자들이 문 열리기를 기다리 듯 서성이고 있었는데
그 중에 호주에서 온 케이 할머니가 보인다?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 하는 케이 할머니가 나를 보는 순간
반갑게 내 이름을 부르며
포옹을 하고?
그러면서 옆에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
자신의 친구 써니 라며 . . .?

이렇게 친한 사이
아니었는뎅?

그러나 그게 무어가 중요하리
이 길을 걷는 사람은
모두 까미노 친구인 걸~

어떻게 벌써 마사리페까지 오게 되었냐고 물으니
그녀는 화통하게 웃으며
중간 중간 택시도 타고
버스도 타고.....
마을과 마을 사이에 걷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왔노라고~

앞으로 산티아고 까지도
그렇게 걸을 거라며~
절대 무리 하지 않고
즐기는 마음으로 길을 걸으라며
저녁식사를 위해 와인을 사러 슈퍼에 왔다고~

처음 케이 할머니를 만난 건
메세타 지역의 끝도 없이 펼쳐진 밀밭사이로 난 길을 걸을 때
자신의 배낭 뒤에 호주 국기를 달고
흙길을 터벅터벅 지친 듯 걷다가
어느 쉼터에서 자신의 가이드 북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씩
찢어버리면서
이 종이마저도 버겁다 하던 그 모습이 뇌리에 박혔는데
그런 그녀가
어느 새 마사로페 마을에 까지 도착해 있다니~

택시로 왔던
버스로 왔던
포기하지 아니하고
조금이라도 걸으며
산티아고를 향해 걸어가는 그녀가 대단해 보인다.

Jesus 알베르게 주방 앞

산티아고를 걷는 순례자 모습을 그린 그림과
알베르게 Jesus 라고 적혀있는 글자들

창문 뒤에 몇명의 순례자들이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슈퍼에서 몇개의 식품을 구입해서
알베르게 주방에 오니
이미 몇몇 사람들이 요릴 준비를 하고 있고 . . .

나는 감자와 양파
그리고 마늘을 다듬어서
야채 스프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 . .

사실 쌀을 조금 구입해서
모처럼 밥을 지으려고 하였는데
슈퍼에 쌀이 없었다.

그래서 감자와 양파
그리고 계란 10개를 구입해서
식사 대용으로 삶고 . . .

삶은 계란은
내일 걸으면서 배가 출출할 때 먹으면
요기가 될 듯 하여 넉넉하게 10개를 구입

예전에 어느 마을에서 5개를 구입해서
옆 사람들하고 나눠먹다 보니
겨우 한개밖에 못 먹었더니 기억이 나
이번에는 넉넉하게 10개를 삶고 . . .

알베르게 주방의 전기 렌지 위엔
여러 사람의 냄비가 올려져서 각각의 음식향기를 내는 중
제일 아래의 왼쪽은 내가 만들고 있는 야채 스프
그 오른쪽은 독일의 릴리의 완두콩 밥
그 위엔..... 릴리가 나를 위해 따로 짓고 있는 하얀 쌀밥
그 옆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온 여인들의 카레 . . .

독일에서 혼자 걷고 있는 릴리.

그녀는 자신이 먹을 완두콩 밥을 짓고 있었는데
마침 내가 쌀을 구입하고 싶었는데 슈퍼에 쌀이 없어서 구입하지 못하였다고 하자
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자신의 쌀로 밥을 지어준다며
쌀을 가져와 씻는다.
그래서 쌀만 주는 것도 고마우니
내가 씻는다고 하니
손을 못 대게 할 정도로 강하게 막고
작은 냄비를 찾아 쌀을 넣고 물을 부어서
나의 밥을 지어주는 릴리.

너무 뜻밖의 밥 선물에
난 그녀에게 대신 삶은 계란 2개로 감사의 뜻을 전하고 . . .

그날 나의 일기장 마지막 부분에 적었던
한 부분.

"당신은
낯선 사람에게서
따뜻한 밥 선물을 받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잠시 후
각자 만든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하는 데
미국 아이다호에서 혼자 이 길을 걷고 있는
로즈 할머니가 와인을 마시라며
각자 한잔씩 서빙도 하여
이 날 저녁식사는 풍성하게 먹을 수 있었다.

마침 캐나다에서 혼자 온 토마스씨가
우리들 옆을 지나가다가
"You are eating healthy food"
라며 인사를 하기에
같이 먹자 하니
이미 먹었다며 사양을 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2층 발코니에 널어놓은 빨래들을 걷고 있는데
그 곳에서 한국인 젊은 여성 순례자를 만났다.
서로 한국분이냐고 물으며
한국말로 대답을 동시에 하면서
반가움의 인사를 나누다가 . . .
어디서부터 걷고 있고
걸으면서 겪었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 . .

그녀가 나의 나이를 묻기에
몇살이라고 대답하니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한 나이라며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난다고 .....
자신의 엄마는
그녀가 지금 산티아고 순례길 걷고 있는지 알고는 있지만
어디만큼 걷고 있는지는 모를거라고....
한국에서 엄마와 트러블이 있었는데
엄마하고 이야기 하기가 싫어서 연락 안한지 한달이 넘었다며 . . .
그런데 나를 보자
자신의 엄마 생각이 난다기에 . . .

그런 그녀에게
엄마 생각이 나면
지금 전화하라고....
전화 하기가 어색하면
문자로 몇자 안부 전하라고 . . .
지금 하지 않으면
다음에 하기는 더욱 힘들테니
마음이 생길 때 얼른 하라 하니
그녀가 그래야겠다며.....
전화기를 꺼내 문자를 보낸다.

그런 후
그녀가 나에게 고맙다며.......
이제 산티아고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조금은 마음의 짐이 가벼워진 것 같다며
눈물을 흘린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도 눈물이 저절로 나온다.

나에게도
지금 나의 눈 앞에 보이는
영 레이디와 비슷한 또래의 딸이 있는데 . . .

딸의 엄마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어떤 트러블로 인해 엄마와 힘들어 하는 지
괴로워 하는 딸의 마음도 이해가 되기도 하고 . . .

한국에서 혼자
이 곳 마사리페 마을까지 도착한 영 레이디 순례자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미 해는 저물어 가고 . . .

알베르게 복도 끝에 매달려 있는 등불에
불이 켜지는 데
이른 새벽에 떠날 순례자들은 벌써 침대에 들어가면서
굿 나잇 인사를 하는 저녁

한국의 영 레이디는
침침한 테이블에서
글을 더 쓸 게 있다기에
나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일 어디서 또 만나게 될지
아니면 이대로 못 만나게 될 지 모르겠지만
무사히 건강하게 좋은 여정 되길 바란다는
인사를 남기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