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yUSA

별빛속을 걸으며

Camino Story-132 나는 방랑자라오 Day-28 Sunny Lee (sunfrica) 2018-1-26 10:55:41

4 ♡ 0

쪽지

엊그제까지는
지구의 반대편인 페루를 여행하고
지금은 스페인 시골땅을 걷고
다음에도 자신의 배낭을 매고
세계 어느 곳을 헤메이고 다닐 것 같은
방랑자 마리오씨

그 남자가
배가 많이 고프고 피곤한데
숙소가 아직 남아있을지 모르겠다며
허허 웃더니
종종걸음으로 마을 안으로 사라져 간다.

오스피탈 마을에서

순례길 28일차

배낭을 내려 놓자마자

숙소 방문 커텐을 젖히고 밖을 보니 . . .

WOW~~~

오스피탈 마을의 상징인 오르비고 다리가 정면으로 보이네?

^.^

숙소에 도착하면
제 아무리 피곤해도
무조건 샤워하고
세탁을 한다는 것 . . .

이 일은 몸이 아플 때나
피곤이 심하였을지라도
한번도 거르지 않은 나만의 의식처럼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중

모처럼 휴대하고 있는 아주 작은 스피커에
IPOD 을 연결해서 볼륨을 높이고 음악을 들으며
샤워와 세탁을 마치고
침대에 걸쳐 앉은 듯 누웠는데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보다.

그동안 숙소에 도착해서
밤이 아닌 시간에 잠을 잔 적이 없었는데
살며시 잠을 자다니~?

어제 Jesus 알베르게에서
간밤에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한 까닭임이라 . . .

열어놓은 창문사이로
시원한 강바람이 들어오고
햇살은 좋고 . . .

머리맡에서 들리는 음악도
나의 잠을 부추기는 데 한 몫을 한 듯
비몽사몽 꿈속을 헤메는 데
귓가에 따가운 악기소리와 인디언 들의 합창같기도 하고
아프리칸 음악같기도 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연주회가 열리는 것 같다.

그 소리에 잠이 깼는데
몸이....

몸이
물먹은 솜처럼
어찌나 무거운지
마음은 저 음악회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궁금하여 거리에 나가고 싶은데
몸은 도무지
해파리가 늘어진 듯
그대로 침대에 뻗어버린 상태 ~

아참,

아이팟에서 흘러나오는 곡은
노사연의 바램.....
이 곡을 참 많이 들으며
길을 걸었더랬죠~

정신을 차려서
밖으로 나와보니
바로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 앞에
이런 차림의 사람들이
연주를 다 마치고 악기를 챙기는 중?

스페인 집시들인걸까?

숙소 바로 밑이 레스토랑 겸 카페이기에
달콤한 카페라테 한잔을 주문하여
숙소로 가지고 와서
마셨다.

정신이 이제야 좀 차려지는 것 같아~

창문 밖을 보니
바로 나의 숙소 아래로
이시간에 이 곳에 도착한 순례자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나의 방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몰카를 하고 있다니?

흠.

모범적인 순례자 차림의 남자.

산티아고 순례길을 출발하려는 사람들은
어떤 준비물을 챙겨야 할지
어떤 복장으로 걸어야 할지
많이 고민하는 부분인데

이 사람이 제일 좋은 모델인 것 같다.

자신의 몸에 잘 맞는 배낭이며
2개의 마운틴 폴을 양손에 잡고
앞허리엔 귀중품을 넣은 허리벨트를 하였으며
땀을 닦을 수 있는 목수건 혹은 스카프까지
그리고
.
.
.

이 분은
배 안이 불룩한 걸 보아
몸 안에 귀중품을 따로 보관하고 걷는 듯~

나도
귀중품은 몸안에 따로 보관하며
걸었으니까~

혹 불행스럽게도 배낭을 잃어버릴을 경우에
귀중품....여권이나 현금 크레딧카 만큼은
몸에 따로 보관하게 되면
최소한 집으로 돌아갈 수 는 있을테니까 . . .

오후 4시가 넘은 이 시간에
오르비고 다리위에는
순례자들이 끊임없이 걸어오고 있고

.
.
.

혼자서 걷는 사람들도 많지만
둘이서 걷는 사람들도 많은
까미노
.
.

그러나
아직까지는
혼자 걷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둘 혹은 셋이서
아님 그 이상 걷는 사람들이
여기까지 도착한다는 건
솔직히 쉬운 일이 아니라는 . . .

이 길을 걸으면서
부부들이 의견충돌로 싸우다가
그러다가 서로 먼저 공항으로 가라는 모습을 보았고

어느 커플은 한 사람이 다리의 상처로 잘 걷지 못하여
병원에 치료 하는데
한 사람이 같이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어디까지 가서 기다리겠노라며
떠나는 바람에 중간에 포기하는 모습도 보았고

어떤 이들은
다리 걷는 속도가 다르다보니
늘 먼저 가서 기다리곤 하다가
점점 ....
서로 마음이 안 맞아 헤어지기도 하고
.
.

그래서인지
둘 혹은 여럿이서 걷는 것보다
혼자서
자유롭게
걷는 게
서로간에 스트레스도 안 받고
평온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들처럼
일찍 도착해서
동네 산책도 나란이 나란이
하는 커플도 있고 ~

가벼운 차림으로
동네길이나
다리위에서 휴식을 하는 커플들도 있는 걸 보면

뭐~
꼭 혼자만 하는 게 좋다고
할수도 없는 것 같지만

.
.

그러나
나의 생각은
이 길만큼은
둘이나 셋이 아닌
꼭
혼자서 걸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 길을 걸으며
불화로 인해 서로가 상처를 받는 것보다
혼자 걸음으로써
자신과의 대화를 많이 할 수 있고
멀리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욱 그리워 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그동안 보지 못한 나의 모습을 비쳐볼 수 있는
자연이라는 아름다운 거울을
제대로 볼 수 있기에

.
.

달콤한 커피 한잔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가벼운 차림으로 동네를 걷는데
경찰이 보이고
삼삼오오 현지인 사람들이 웅성웅성 서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어?
마라톤 대회 ?

주황색 모자와
주황색 티 셔츠
빨강색 무릎 보호대,
그리고 신고 있는 운동화까지 모두
레드톤으로 입은 한 선수가
길의 끝에서
오르비고 다리쪽으로 방향을 돌려
열심히 달리고 있다.

나이 드신 할머니 부부도?

남. 녀, 노. 소
마라토너들이 열심히 달리고 있는
오스피탈 마을의 모습~

Rio Orbigo

오르비고 강

마라토너는 달리고
순례자는 천천히 걸어가는
오르비고 다리 모습

마라토너들도 사라지고
순례자도 잠시 끊긴 빈 다리위를
현지인 할아버지가 뒷짐을 지고 걸어간다.

자동차는 이 길을 통과하지 못하는
참으로 훌륭한 정책의
오스피탈 마을 인 듯~

다리 아래로 흐르고 있는
오르비고 강물

강물 속이 환하게 보일정도로
참으로 맑아 ~

조금씩 해가 저물어 가는
늦은 오후
오르비고 다리아래에
황금빛 태양빛이 물들어 가고 . . .

그리스도인들과 무어인들과의 격투로 인해
세르반테스의 소설인 돈키호테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역사적인 로마식다리는
여러가지 전설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

이 안내판을 보는 순간
Los Angeles에서 매년 개최되는
Renaissance Pleasure Fair 생각이 났다.
과거로 돌아가 중세시대의 복장으로 기사들의 말을 타고 싸움하는
순서가 있는데 마치 사진속의 복장처럼 가면을 쓰고
격전을 하는 모습이 너무도 흡사하여 . . .

다리 아래의 풀밭에는
각 기사단의 깃발과 천막같은 게 설치되어 있고 . . .

그러나 내가 그 곳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 행사를 하지 않기에 관람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기도 ~

이 곳에서 기사들이 격전하는 모습을 본다면
LA 르네상스 페어에서보다 훨씬
리얼할 것 같은~

^^

다리를 건너
오스피탈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다리 건너기 전은
오르비고 마을

2개의 마을이
오르비고 다리를 경계로
나누어진다.

오르비고 마을에 비해
오스피탈 마을이 순례자들을 위한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이 마을이나 저 마을이나 별 차이는 없는 듯....

순례자들은 내일 떠나는 걸 대비해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까미노 루트에 가까운
오스피탈 마을쪽으로 숙소를 정하는 것 같다.

마을 길을 걷다가
LOS ANGELES
라는 카페이름을 보았다.

지난 번 레온에서도
같은 스펠링의 지명을 보았었는데?

이 곳 스페인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선호가 있는걸까?
자주 미국지명으로
카페 이름을 대신하는 걸 보게 되는 걸 보면~ ?

길 중앙에 있는 현금 인출기에서
어느 순례자가 현금을 인출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 마을에서는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가보다.

* 그러나 이렇게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마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참고로 하시기 바람 *

마을 중앙에 있는

세례자 요한성당

성당 꼭대기에

닭 한마리가

.
.

성당 아래엔
한 여성 순례자가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보이고 . . .

그녀 옆에 서 있는
십자가 상이

치장이 없는

순수함과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어느 집 담벼락 앞을 지나가다가......

담벼락 색상이 너무도 강렬하고

그림처럼 아름다워 . . .

해가 질 무렵의 늦은 시간에
큰 배낭과 작은 배낭까지 매고
지금 도착한 듯 한 남자가
한 손으로 오르비고 강을 찍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헬로우~

그 사람에게
인사를 한 후
늦은 시간에 도착하였냐고 물으니
그 남자는
어제 남미 페루에서 레온으로 도착하였다며
한달동안 남미 여행을 하고
오늘 처음으로 산티아고 길에 접어 들었다고?

자신은 세계를 여행하는 중이라며
배낭안에는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다 들어있노라고 . . .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이탈리아로 돌아갈 예정이라며
자신은
방랑자라고 ~

레온에서 바로 오스피탈 마을에 도착한
방랑자라며 자신을 소개한
이탈리안 마리오씨

그 남자가
배가 많이 고픈데
숙소가 아직 남아있을지 모르겠다며
허허 웃더니
종종걸음으로 마을 안으로 사라져 간다.

엊그제까지는
지구의 반대편을 여행하고
지금은 스페인 시골땅을 걷고
다음에도 자신의 배낭을 매고
세계 어느 곳을 헤메이고 다닐 것 같은
보헤미안같은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진정한 자유여행자라는 생각을 하다가
하늘을 보니 . . .

노을이 불타 오른다.

참으로 멋진 장관이야~~ !!!

숙소로 돌아가기 전
마실 물과 몇개의 간식을 위해 찾아간
동네의 슈퍼마켓

그러나 . . .
5시가 훨씬 넘었슴에도 문은 꽁꽁 닫혀져 있고~

할수없이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의 카페로 갈 수 밖에 . . .

카페엔

동네 사람들과 순례자들이 모여 있고 . . .

나는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니
일단 맥주 한잔을 갖다주기에 . . .

잠시 후

빵과 스파게티가 나오고 . . .

오늘의 메인 요리인 버섯요리가 나왔는데
사진처럼 버섯을 한장 한장 펴서 구운 요리 ~

그런데
아~~~
너무

짜 아~~~

완전 소금덩어리
버섯장조림도 아닌데
한 입 먹을 때마다
입에 소금물이 가득~

@.@

그럭저럭 식사를 마치고
4층 숙소에 올라가니
저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듯

어둠이 내리는 오르비고 다리위에
불빛이 은은히 들어오고 . . .

이젠 걸어오는 순례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마을에서 만난
이탈리아 사람 마리오씨가
어쩌면 이 날은 이 마을에 도착한 순례자의 마지막 사람이 아니었을지?

은은한 다리위를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멀리있는 가족에게
잘 도착했노라는 안부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고
오늘의 일기를 적기도 하는데
창가를 통해 밖의 풍경을 보는 조용한 이 시간이
참으로 행복하다.

어제 알베르게에서 숨막히도록 답답하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받는 듯
오늘 도착한 오스피탈 호스텔에서
혼자만의 시간에 흠뻑 취하는 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