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yUSA

별빛속을 걸으며

Camino Story-133 오스피탈을 떠나며 Day-29 Sunny Lee (sunfrica) 2018-1-31 15:34:18

6 ♡ 0

쪽지

청바지를 접어서 위로 올리고
종아리를 내 놓으며
산악용 샌달을 신고
두 손을 자유롭게 흔들며
걸어가고 있는 여성 순례자

무언가 단순하면서
편안한 자세로 걷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

나도 저렇게 걷고 싶은데 . . .
저렇게 간편하게

걸어야 하는데

. . .?

오스피탈 마을을 뗘나며

순례길 29일차

이른 아침에 일어나
창문 커텐을 젖히고 밖을 보니
오르비고 다리위의 가로등불은 여전한데
이미 동녁 하늘은 환해지고 . . .

하늘을 밝지만
땅의 세상은 2가지 칼라
명암이 항상 존재하는 자연의 이치처럼
사람들이 살아가는 땅위에도
2가지 명암이 항상 존재하는
새 날이 시작~

숙소 바로 아래
다리위를 걸어오고 있는
두 사람의 순례자 모습이 들어온다.

아직 7시도 안 된 이른 아침인데
지금 이 곳을 통과하는 저들은
어느 마을에서 몇시에서 걸었단말인가?

@.@

참으로 부지런 사람들이로고~

새벽길을 상큼하게 걸었을
두 여성 순례자들에게
경외의 박수를 보내며 . . .

숙소 한켠에 벗어놓은
등산화의 끈을 다시 매기 시작한다.

저 등산화가
사실은 은근히
무겁습니다 . . .

하룻밤 편안한 휴식을 주었던
오스피탈 호스텔
전망이 보이는 방을 선택하여
시원한 강바람과
마을의 모습
그리고 오르비고 다리의 야경모습까지
운치있게 감상할 수 있었기에
마음에 들었던 숙소

그러나 숙소 아래의 레스토랑의 음식맛은
별로였으므로
추천하고 싶지 않군요~

마지막으로 숙소방을 떠나기 전
혹시나 이 시간에
다리를 건너는 순례자들이
물밀 듯 걸어오는 지 궁금하여
커텐을 젖히고 다리위를 보니
딱 한사람이
아주 평온한 발걸음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당신 앞으로 길게 드리우는
아침 햇살이 그림자와 함께 . . .

저 사람 역시 새벽부터 출발하여
이 곳을 통과하는 터라
참으로 부지런한 사람의 행렬에
끼일 자격이 충분하다며
숙소 문을 나온다.

오늘은 목적지는
아스트로가 마을

이 마을은
이미 뉴스를 통해
여성 순례자가 실종이 되었던 사건이 있는 마을이기에
무언가 긴장이 되긴 하지만
그 소식을 제외하곤
아스트로가 마을은
아름다운 곳이라는 가이드 북의 설명에
기대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곳 오스피탈 마을에서 15킬로 거리에 있는
아스트로가 마을
15킬로 정도는 어제와 마찬가지의 거리이므로
그리 어려운 여정은 아닐 듯 . . .

오르비고 다리를 건너면
저절로 연결되는 마을의 중앙길

마을의 도로는 흙길도 아닌
세멘트의 딱딱한 길도 아닌
돌로 운치있게 만들어져 있고
마을의 건물은 거의 진노랑으로 통일된 모습

아침 햇살이 찬란하게 마을길을 비추는
그 거리엔 걸어가는 사람이 아무도 안 보인다.
이런 경우는
모두들 이미 새벽에 일어나 출발하였거나
아니면 숙소에 머물고 있거나 . . .

두가지 분명한 건
어젯밤에 이 마을에 머무는 순례자들이 많았다는 것과

그 많은 순례자들이
모두들 새벽같이 떠났을 리는 만무하지만
난 자유롭게
이 길을 걷는다는 것
.
.

마을 길 어디쯤에
여성 순례자가 자신의 배낭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신발을 벗은 채로 ~

부엔 까미노~
인사하니
누가 당신에게 인사 하는건가?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 . .

알베르게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기 어려워서
배낭 들고 밖으로 나와서 정리중이라고 ~

그 상황이 어떤건지
이미 나도 경험하였으므로 충분히 알기에
이해 한다며
오늘도 좋은 하루 되라는 말로
굿바이 인사 하고 헤어진다.

공동으로 생활하는 공간은
불편한 점이 여러가지 있지만
특히 옷을 갈아입을 때와
밤에 화장실 가기위해
침대를 움직일 때 나는
부스럭 거리는 소리 . . . 등등을
남에게 피해 안 주기 위해 조심하다보니
지금의 저 여인처럼
아예 배낭과 자신의 신발까지 통째로 들고나와서
정리 하는 수 밖에~

그렇다고
거리까지 가지고 나온 적은 없었는데
이 여인은 아예 길 한복판에서~

@.@

하지만 이 길을 지나는 순례자들은
모두 이해를 하며
전혀 의식을 하지 않는다는~

.
.

마을 길이 끝나는 쯤에
5월의 빨강장미가 담벼락을 타고 내려와
떠나는 사람에게 환하게 인사를 하는 듯 ~

살아 생전에
담쟁이 장미를 좋아하는 엄마 생각에
걸음을 멈추고 장미를 바라보는데 . . .

그 사이에
한 사람이 지나간다.
가벼운 백팩과 나무 지팡이를 들고서 . . .

마을 끝
길가의 전봇대위에
노랑 화살표가 2개 그려져 있다.

하나의 화살표는 직진으로
다른 화살표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지시하는 데 . . .

나의 앞에 가던 사람은
계속 앞으로만 걸어간다?

몇 발자국 앞으로 걸으니
갈래길이 나오고
이젠 땅바닥에 노랑색 글자로
안내를 하는데
.
.

여성 순례자 3명이 주저없이
오른쪽 길로 걷는다.

친절한 가이드 북의 설명에 의하면
바로 직진하는 코스는
큰 도로와 같이 평행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 반면에
오른쪽으로 방행을 바꾸어서 걷는 코스는
마을도 간혹 나타나지만
숲길을 주로 걷는다고~

그렇다면
자동차길을 아주 싫어하는 나로서는
두말 할것 없이
숲길로 걷는다는 루트를 선택할 수 밖에 ~

황토색 흙길과
길 가 양쩍으로 피어있는 하얀 야생화들
파란 하늘과 산뜻한 아침공기와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

그들도 이 평화로운 아침을 즐기는 듯
천천히 걸어간다.
3친구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소소로운 대화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까미노 여정

셋이 아닌
혼자걷는 여정이지만
그림자가 친구되어

"이 시간
이 길이 아니라면
난 이 시간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
.

나의 그림자에게 묻기도 하며
걷는
아름다운 까미노 ~

내가 해찰하는 그 사이에
한 여성이
씩씩한 모습으로
걸어간다,

청바지를 접어서 위로 올리고
종아리를 내 놓으며
산악용 샌달을 신고
두 손을 자유롭게 흔들며
걸어가고 있는 여성 순례자

무언가 단순하면서
편안한 자세로 걷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

.
.

밭작물이 자라고 있는 들판 가운데로
시원한 수로가 흐르고
그 수로가에
빈병들이 보이는 데
모두 물들이 가득 채워져있다?

이 마을은
빈 플라스틱 물병에
물을 채워놓은 풍습이 있는 건가?

@.@

걸어야 할 눈앞에
나무 숲들이 보인다.

나무 숲들 사이로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도 보이고~

나무숲 가운데를 지나서
마을로 들어가는 모습이
참으로 멋지게 느껴진다.

마치 순례자들을 응원하는
천사들처럼
나무가 느껴지기는
난생 처음일 정도로 ~

^.^

나무 숲 입구 직전에
조그만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그 다리 아래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처럼 보이는
아주 작은 하얀 꽃들

어쩌면
이토록 아름답게
물속에서 꽃들이 피어나는걸까?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라는
의미가
별들의 벌판
이라고
하던데

밤에는 하늘의 별들
낮에는
물속의 별꽃들의 향연

참 아름답다.
산티아고 가는 길이

.
.

조금 더 가까이 가 보니
물속에서 피어나는 수련의 일종인 듯?

작은 꽃들과 줄기들은 물살에 떠내려 갈듯 하면서
결코 떠내려 가지 않은
똘똥뭉친 단결력?

연약한 풀꽃일지라도
물살에 떠내려가지 못하도록
서로가 서로들에게 끈끈하게 붙어서
의지하는 생명력에 감탄하며
다시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