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씨는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때는 젠틀한 복장이에 말끔한 모습
그러다가
점점 신발도 신지 않고
세상과 거리가 멀어지는
야성적인 삶을 즐기는 듯한 마리오씨에게
언제까지 이 곳에 머무를 거냐고 물으니 . . .
" 난 여기가 좋다오 ~ "
산타바네스에서 산토 토리비오 십자가 앞까지
산타 바네스 마을을 나와서
본격적인 카미노 위에 들어선다.
마을 안에서 본 하늘과
마을 밖에서 본 하늘이 다르게 보인다.
집안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집을 나와서 바라보는 하늘과 다른 그런 느낌?
시원하게 열려져 있는 황토색 흙길과
가슴 속 깊이까지 상쾌함으로 변신해줄 것 같은
푸른 하늘
초록 벌판
아 . . . !!!
앞서 걷던 수 많은 사람들이 사라진
경사가 있는 황토언덕길을 혼자서 걷는
순례자가 천천히 걸어가고 . . .
벌판에 쌓아둔 짚단들
돌돌 말려져 놓여있는 동그란 형상들은
항상 봐도 정겹고
좋다.
왜 저 동그란 짚단들만 보면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게 되는건지?
@.@
그 사람마저 사라진
넓은 황토길을
두 사람이 걸어가고 . . .
마치 다른 스테이지가 펼쳐진 것처럼
고개마 넘으면
새로운 풍경이 나타나 주는
평화로운 카미노 ~
넓은 황토길이 끝날 즈음
고개길에서 환영해 주었던
허수아비 신사
허수아비 신사 왼쪽으로 노랑 화살표는
방향을 안내해 주고
그 화살표 위의 십자가위엔
누군가 기원을 비는 돌들이 올려져 있다.
십자가 아래에도
돌단들과 기원을 비는 글들이 적혀있고 . . .
이 길은
기원을 하며
걷는 길
내 마음을 비워내면서 . . .
허수아비 옆을 통과하니
작은 숲길로 카미노는 이어진다.
바람이 분다.
얼굴을 스쳐가는 바람결이
비단처럼 부드러워 . . .
밀밭을 춤추게 하는
그 바람을 본 적이 있냐고 물으신다면. . .?
네.
하늘은 고요한데
밀밭에서만 바람이 일렁이며
그 바람 속에서 하늘나라에 가신 어머니 모습이 스쳐갔는데
어머니께서 바람속에 계셨지요.
바람이 엄마이셨을까요?
엄마가
바람이셨을까요?
또 다시 펼쳐지는
레드빛 양귀비들의 퍼레이드
세상이 참으로 아름답다.
이 순간 만큼은
.
.
혹시라 해찰하다 딴 길로 갈까봐
착하게 인도해 주는
노랑 화살표~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항상 반가운 . . .
.
.
.
평평한 길이 끝나고
고갯길이 이어지는 즈음에
돌멩이로 만들어진 화살표를 따라
방향을 바꾸어 고갯길을 올라간다.
.
.
.
오르막길이 끝나고
이제는 내리막길
내리막길은 돌들이 많았는데
미끄러지기 쉬워서
조심히 걷는다.
다시 오르막길
오르고 내리고
평평하다 또 오르고
지그재그 걸으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까미노
오늘 하루만 해도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나의 곁을 스쳐 지나간다.
사람들은
왜 순례길을 걷는걸까?
아스토르가 가는 길목에 서 있는
저 나무는 알까?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보았고
앞으로도 계속 볼텐데
.
.
저 나무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Blue Sky . . .
Green Field . . .
다시 내리막길을 걸어간다.
숲향이 참으로 좋다.
조금씩 지쳐갈 때에
다시 눈 앞에 보이는 오르막 길
헉헉 ~
오르막을 넘고보니
눈앞에 나타난 색다른 풍경
간이 휴게소인 듯?
사람들이 쉬었다 떠나기도 하고?
가까이 가서 보니
한국식 포장마치 같은 사이즈의 작은 공간에
여러가지 쥬스와 먹거리가 놓여져 있고~
나도 배낭을 내려놓고 이 곳에서 쉬어가기로 하고 . . .
몇몇 순례자들도 배낭을 내려놓고 쉬고 있거나
배낭을 맨 채로 서성이기도 하고?
쥔장이 만들어 준 커피와 내가 선택한 쿠키 2개
돈을 지불하려 하니
자신은 돈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지나가는 순례자들을 위해 무료로 제공하는 자원봉사자라고?
그러나 몇 유로를 통에 넣어주고
벤치에 앉아서 커피와 쿠키를 먹고 있는데
포장마차 앞에서 서성이던 몇몇 사람들도
같이 먹자며 비스켓을 들고와 합석을 한다.
처음이지만
서로 즐거운 표정으로 인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 . .
그들이 먼저 떠나겠다고 일어설 때
사진 한장 촬영하였다.
이탈리아에서 온 세 친구들
이름은 모르지만
유쾌하고 싹싹한 젊은이들~
그리고보니
이탈리아 사람들이
친근감있는 민족인지
처음 보았지만 마치 지난 날 어디서
만난 적이 있었던 것처럼 부담없이 대한 것 같다.
아직도 커피의 잔을 비우지 못하고 남아있는 나에게
부엔 까미노~ 로
굿바이를 하며 . . .
커피와 쿠키를 모두 먹은 후
포장마차 주변을 둘러보다
뒤편에 건물이 보이기에
그 건물쪽으로 설렁설렁 발걸음을 옮겨본다.
건물 안을 통과하기 전의 작은 문이 있는데
열려져 있기에 . . .
열려진 그 작은 공간을 통하여 바라보는 풍경이
마치 그림처럼 보여진다.
건물은 흙과 몇개의 벽돌로 만들어 진 듯?
아무도 없을거라고 생각하며 들어 간
그 건물안에
뜻밖에 한 사람이 앉아있다?!!!
코아래 두개의 구멍을 뚫은 남자가
피우던 담배를 손가락에 끼운 채
나의 등장에 겸연쩍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
검붉게 탄 얼굴모습으로 보아
이 사람도 땡볕에 많은 시일을 걸은 듯 ~
모두들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오로지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로 향한다는
그 공통점 하나로
손을 흔들어주기도 하고
커피 한잔과 스낵을 같이 먹을 수도 있는
스스럼 없는 이 길의 매력
포장마차 주인이 만들어 놓은
동그란 형상들
언젠가 아타푸에르카 마을을 떠나
큰 나무십자가 옆 벌판에 놓여진
수 많은 돌맹이 원을 빙빙 돌던 어느 여인도
저 동그란 원을 돌고 돌았던 . . . 그 생각이 난다.
이 동그란 원의 의미는 무엇일까?
불교의 윤회?
아니면?
.
.
신비로운 상상을 하게 만든 형상이지만
이 포장마차 쥔장의 또 다른 신앙이리라 . . .
들락달락 하는 순례자들에게
시원한 음료와 스낵을 제공하기도 하고
쉬어가는 순례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이 곳에 자신의 처소를 마련하고 살고 있는
포장마차 쥔장인 스페인 사람 마리오씨
그도 이미 산티아고 순례길 다녀온 후
마음에 감동이 강해
아스토르가 마을까지 마을도 없고
쉼터도 없기에 오랜 시간을 이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중이라고 . . .
마리오씨는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때는 젠틀한 복장이
지금은 점점 신발도 신지 않고
세상과 거리가 멀어지는
야성적인 삶을 즐기는 듯한 마리오씨에게
언제까지 이 곳에 머무를 거냐고 물으니
마리오씨의 대답
" 난 여기가 좋다오 ~ "
무소유를 생각케 하는
마리오씨의 삶의 일부분인
사진 한장
그럼에도 한가한 시간에는
그물침대에 누워서 낮잠을 즐기기도 한다는
허허벌판의 포장마차 쥔장 마리오씨의 삶의
자유가 은근히 부러운 마음도 들고 ~
생각지도 않은 쉼터를 만나
여러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고
특이한 삶을 살고 있는 포장마차 쥔장과
그의 집을 보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오늘의 목적지인 아스토르가를 향해
길을 떠난다.
어느 숲길로 접어 들 즈음에
세멘트로 만든 기둥이 보이고
그 위엔 깃발이 휘날린다.
이 숲길을 들어서는 것이
마치 어느 성을 들어서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저 깃발의 정체는 무엇일까?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머리에 쥐나지 않도록
신경쓰지 말고
그냥 걸으시오~
다시 펼쳐지는
하늘의 아름다운 향연
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
벌건디 칼라의 벌판의 파노라마
이런 풍경에 취하려고
내가 이 길을 걷는건지?
신선이 하늘위로 걸어가는
느낌이라 하면
좀 과장이 되겠지만
마음만큼은
참으로 평화로웠다는 걸
.
오늘의 목적지 아스토르가 마을로 가는 길
아스토르가로 가는 길은 2군데 중
난 이 루트를 선택하였는데
아무래도 잘 선택한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숲향과 산들거리는 들바람
무거운 칼라는 보이지 않고
평화로운 칼라로만 꾸며진 참 아름다운 길
그 평화로운 길 끝에 나타난
산토 토리비오 석조 십자가앞에 도착.
이미 가이드북과 수 많은 카미노 사진들 속에서
보았던 그 십자가 앞에
도착하다니 . . .
잠시 걸었는데도
몸은 땀에 젖고
눈 앞에 보이는 풍경들도 보면서
잠시 이 곳에서 쉬어가야겠다 ~
순례길 29일차
5/18/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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