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카리온 마을에서 일찍 쉬겠다며
걷기를 중단하던
호주에서 온 케이 할머니 생각이 스쳐간다.
만약 그녀가
지금 이 시간에
이 팍팍하고 뜨거운 길을 걷는다면
그녀는 어떤 마음이 되었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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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온 마을을 떠나서
몇시간을 걸었는지
얼마큼 걸었는지
나는 사실 모른다.
정보의 시대이건만
나는 정보를 알기 원치 않았고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조차 보지를 않았다.
왜 그랬을까?
.
.
.
햇빛이 따가운 한 낮
그 길 어디쯤에
굳건한 시멘트로 만든 테이블과 벤치가 보였고
그 조금 위엔
파란색으로 페인트 되어있는 우물터가 보인다.
갑자기 힘이 솟는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그 곳으로 걸어가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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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G U A
NO~~~!!!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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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라는
무정한 경고문이라니~ !!!!!!!
실망과 허탈함.
정말 많이
허탈하였다.
기대를 한만큼 보다 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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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쉬는 것도 포기하고
그대로 길을 걷는다.
걷다보면
무언가
나오긴 할거야 ~
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
.
간간히 흙먼지를 일으키며
자동차들이 스쳐 지나가는
아주 아주 건조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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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길을
신작로라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흙길이 있는 시골길이니
신작로.....라는 말이 맞을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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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조한 땅 옆엔
꽃들이 보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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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 경계로 꽃들이 지천이다.
푸르름과 싱싱한 꽃들
자연은 정말 인간보다 앞서 가는 것 같다.
한 인간은 땡볕으로 인해 비실비실 한데
들판의 꽃들은 전혀 아랑곳 없이 멋진 자태만을 보여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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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이 이 곳에서 잠시
엉덩이를 붙였나 갔나보다
주변의 풀들이 꺾여진 걸 보니~
나도
잠깐이지만
엉덩이 한번 붙여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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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있는 그늘을 보기도 하지만
이미 해 그림자는
길쪽이 아니라 반대쪽이 되다보니
고마운 그늘이라고 할수도 없지만
그래도
나무가 멋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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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산티아고 여정 중
메세타 지역이라고.....
지도에서 크게 표시 되어 있는 데
지금 나는
그 한 중앙을 지나간다.
아니 중앙은 이미 지났을지라도
아직도 끝나지 않은
메세타 지역을
헉헉 거리며 통과 중
메세타.....라는 지명의 뜻을
거대한 평원 정도로 밖에 잘 알지 못하지만
내가 정의 할때는
메세타는.........
전혀 그림자가 존재하지 않는
아주 아주 고독한 길 . . .?
이 고독한 길 한 가운데에
어디선가
새 한마리가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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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넌~~~~
누 구 냣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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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깃털을
멋지게 꼿은 이 녀석은
내가 옆으로 지나가고
카메라로 찰칼 찰칵 소리를 내어도
개의치 않는
이 마을 터줏대감인 듯?~
빨간 배낭을 맨 순례자 한 사람이
셀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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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만큼이었을까?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저 여인은?
빅토리아??!!!
저 영 레이디는
참으로 낭만적인 존재로고~
같은 조건속에서
빅토리아는 여유가 많은데
난 뭐지?
흠.
시원한 그늘에서 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멀리서 보기만 하고
조용히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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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길
그 길을 따라 가기만 하는
단순한 길
복잡한 신호등도 없이
그저 외길로 나 있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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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자 있는 나무
저 나무 아래 가서 쉬어야겠다~
나무 아래에 배낭을 내려놓고
바나나를 까서 먹으려는 데
개미들이 수 없이 달라붙는다?
정신없을 정도로 개미들의 세상
허걱~~~
그래도 한번 내려놓은 배낭을 다시 매기까지는
힘이 들기에
개미들의 공격을 피해가며
땀을 닦은 후 좀 더 머물고 싶었으나
결국 일어나고 말았다.
그런데 바람 한점 없다보니
땀이 더욱 더 쏟어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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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걷는다.
땡볕의 메세타 라는
고요한 길을
.
.
.
얼마 후
나보다 앞서 쉬었던 빅토리아가
저 만치에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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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도
길위에 함께 하고 . . .
태양이 너무 강하다보니
우산을 쓴 사람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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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걷는 길을
나도 걷는다.
내가 걷는 길을
그들도 함께 걷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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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쯤일까?
이상한 건물이 보인다?
그런데 저 안에 사람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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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바로 정식적인
순례자 쉼터?
나를 보고 환하게 손짓하는
두 여인은
이미 지난 어느 길위에서
인사를 나누었던 인연들
길위에서 만나고
길위에서 헤어지지만
또 길위에서 만나면
참으로 반가워 하는
알수 없는 친분감이라니?
@.@
여기에 순례자 쉼터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개미들의 습격이 당하지 않고
편안하게 이 곳에서 머물렸을텐데~
이미 나는
쉼을 가졌으므로
그녀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그대로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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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만의 페이스대로
천천히 걷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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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 일이 전혀 없고
사방팔방 모두 고요하기에
걸어가는 발소리만
터벅터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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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지점을 걷고 있을 때 쯤였을 듯.....
문득
카리온 마을에서 일찍 쉬겠다며
걷기를 중단하던
호주에서 온 케이 할머니 생각이 스쳐간다.
그녀는
현명한 선택을 한 것 같다.
만약 그녀가
지금 이 시간에
이 팍팍하고 뜨거운 길을 걷는다면
그녀는 어떤 마음이 되었을까?
 |
그러나
그녀가 부러운 건 아니다.
어차피 통과해야 할 길이라면
피하지 말고 겪어야 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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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땅
그리고
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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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위로
새 한마리 날아가고 . . .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는
새의 자유로움이
존경의 극치까지는 아닐지라도
부러움이 잠깐 스며들기도 하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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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는
자신의 길을 걷는 일에 몰두할 수 밖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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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보니
길 아래에 무언가 보인다?
어?
마을이네?
@.@
 |
오른쪽으로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
성당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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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 가니
선명하게 보인다.
성당이다~
그 옆엔 마을의 공동묘지가 있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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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하게
길의 마지막처럼
길을 가르고
마을이 눈앞에
턱~
나타났다.
마을이 지면보다 낮게 있다보니
걸어서는 보이지 않던 마을이
길이 끝날 쯤에
갑자기 나타난 경우가 벌써 몇번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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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생각지 않게
마을이 눈 앞에 나타나 줌에
놀라운 마음~
이런 마음의 상태는
정보를 잘 알지 못하고
무작정 걷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추면서
혼자서 걷고 있는 나에겐
너무도 기쁘고 감격스런 순간이라는 걸~
난
이런 스릴같은 걸
일부러 즐기는 건지 모른다.
재미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누군가 미리 말해주면 김이 빠지듯
내가 직접 보기전까지는
말해 주지 않았으므로
내 스스로 놀라고 감동받는 그 순간을
절실히 느끼고 싶은 그런~
.
.
.
 |
마을에 도착한 후
숙소부터 정하였다.
바로 길옆에
무니시팔 (공립) 알베르게 가 있기에
들어갔는데
도무지 쥔장이 보이지 않고 객들만 왔다갔다.....
그래서 다른 알베르게를 물어보니
근처에서 50미터 걸어가면
호스텔이 있다하여
그 곳으로 가니
마침 방이 마지막으로 남았다며
털털하게 생긴 호스텔 쥔장이 열쇠를 건네준다.
2층 제일 끝방이라며 . . .
 |
오늘 하룻밤 묵게 될 방
쾌쾌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
배낭을 내려놓고
두 다리
두 팔을 벌리고
그대로
뻗어버리고 말았
.
.
.
 |
오늘 아침
카사르 마을을 출발
카리온 마을을 들른 후
여기까지 24킬로
그 중에
카리온 마을에서부터 칼사디야 마을까지는
전혀 마을하나도 없고
우물터도 없었던
그저 길만 있었던
아주 고되었던 시간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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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 여정은
나의 카미노 대 산티아고 여정중
제일 기억에 남은 힘든 시간이었다.
목마름과 뜨거움에
인내 하며
인내하며
내 자신과 싸우면서 걸었던
칼사디야 마을에 도착하며
순례길 22일차를 마치며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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