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 드렸던 예문을 다시 보면서 우리말에
쥐도 새도 모르게 녹아 있는 영어의 잔재를 찾아 보겠습니다.
예문을 다시 보지요.
1. 여야 대표가 모임을 갖고 현안 문제를 타결할 예정
-----------> 여야 대표가 모여 현안 문제를 타결할 예정
('모임'을 '갖다'라고 할 필요없이 '모여'라고 하면 됩니다.
더 간단하고 명료한 표현이 있는데 굳이 '가지다'를 넣는 이유는 뭘까요?
영어의 'have a meeting'의 잔재입니다.
번역하는 사람들이 '직역'을 하고, 또 그것을 지식인이나 미디어에서
'좀 더 고급진' 표현으로 오인해서 사용하면서
너도나도 쓰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합니다.
그냥 '모여'로 하면 됩니다!
2. 그런 성향의 남자라면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질 만한데...
------>그런 성향의 남자라면 다른 여자를 만날 만한데....
'만나다' 하면 되지, '관계를 갖다'라고 더 복잡하고 길게 할 필요는 없지요~.
3. 의사들이 모여 연극 공연을 가진다.
---------->의사들이 모여 연극 공연을 한다. (혹은) 연극을 공연한다.
4. 쿠웨이트가 대화를 갖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다.
---------> 쿠웨이트가 대화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다.
역시, '대화하다'라고 하면 되지, 굳이 '대화를 갖다'라고 할 필요도 없고
바른 표현도 아닙니다.
5. 남북 외무 장관이 첫 접촉을 가졌다.
---->남북 외무장관이 처음으로 접촉했다.
6. 신임 유엔 대사는 유엔 사무총장과 회견을 가졌습니다.
------> 신임 유엔 대사는 유엔 사무총장과 회견했다.
7. 보안법 개정을 위해 야당과 절충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법 개정을 위해 야당과 절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에서 보시다시피, '(명사)'를 '가지다'라고 굳이 표현하는 것은
복잡하기도 하고 우리말로 바른 표현도 아니라고 합니다.
지난 시간에 소개해드린 책에 있는 내용입니다.
우리가 이젠 습관이 돼 버려 잘못된 표현이라고 느끼지도 못하는 '무늬만 우리말'인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놀랐습니다.
말할 때는 그래도 덜한데
제가 글쓰기 클래스를 진행하다 보면,
위의 표현들이 글을 쓸 때 좀 더 빈번히 사용되는 것을 봅니다.
모여-------->모임을 갖다
만나다----------->만남을 갖다
회담을 했다------------>회담을 가졌다
이런 식으로 '가지다'라고 덧붙이면 문장이 좀 더 무게감 있고 안정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보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저런 표현이 '바른' 우리말 표현으로 둔갑한 것일 테고요.
정말 많은 작가들과 글쓰기 강사들이 외치는 이 말, 들어 보셨지요?
쉽고 간결하고 평범한 글이 좋은 글이다!
(물론, 단어는 쉽고 평범하되, 내용이나 주체, 혹은 문체가 평범할수록 좋다는 말은 아니겠지요~)
길고 복잡하고 특별한 글은 일단 이런 기본기가 탄탄해진 다음에 얼마든지~~~.
더 줄일 수 있다면,
더 간단할 수 있다면,
더 길고,
더 복잡한 쪽보다 무조건 더 좋은 글이 될 가능성이 높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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