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같은 우리말을 찾아 캐러 다니는
우리말 심마니, 크리스탈입니다.
어느덧, 2017년도 후다닥!
우리에게서 달아나려 하네요.
꽉, 붙잡고 싶으세요?
아니면, '이그 지겹다'하고 빨리 2018년으로 껑충, 뛰어들고 싶으세요?
아마, 두 마음 모두,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한 해의 끝자락은 늘 '시원섭섭함'으로 마무리되곤 하지요.
시원섭섭한 요즈음,
'망년회' 약속 많으시죠?
"우리, 망년회해야지?"
오늘도 이런 대화, 나누지 않으셨을까요? ^^
그런데 '망년회'란 단어는 조심해서 쓰기로 해요!
원래 '망년회(忘年會)'의 '망년'은 한자 성어인
망년지교(忘年之交)
망년지우(忘年之友)에서 온 말이라고 해요.
'나이를 잊은 사이의 친구'란 뜻이죠.
그 속뜻은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서로 친구로 사귄다'는 뜻이고 말이죠.
우리 전통 정서로 '친구'하면 비슷한 연배, 아니 '동갑'이여야만 가능한 것 같아요.
한살이라도 많거나 적으면 바로 '언니', '동생', '선배', '후배'로 구분을 하죠.
저만 해도 한살 많은데 누구한테 "제 친구예요."하고 소개하지는 않거든요.
(미국 사람들에게는 예외)
정확하게 나이 따져서 '언니', '동생', '선배', '후배'로 소개하죠.
그런데 미국에 와서 살고 보니,
미국은 할머니와 꼬마도 'friend'가 되더군요.
이건 참, 좋은 거 같아요.
선배, 후배, 언니, 동생처럼 '서열'의 개입이 분명 없으니까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싸움이 붙어도
"너, 몇살이야?"하는 '민증까기'는 없어 보여요.
서론이 길어졌네요? ^^
아무튼 '망년지교', '망년지우'에서 비롯된 '망년회'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한 해(年)를 잊는(忘) 모임(會)'이 되는 거죠.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한해를 보낼 때는 '시원섭섭함'이란 두 마음이 개입되지,
무조건 보내고 싶은 마음만 들지는 않는 게 인지상정 아닐까요?
왜 무조건 잊기만 해야 할까요?
2017년 속에는 힘들고 고된 일도 많았지만,
가족, 친구 등 타인과 어울려 사랑하고 배려하고 즐거웠던 추억도 기억도 많은데 말이죠.
'망년회'가 되어
'무언가를 잊어야 한다'는 마인드 때문에 혹시 우리의 망년회는 먹고 마시고
강제로 '필름을 끊는' 문화가 되어 버린 건 아닐까요?
우리말을 연구하고 알리고자 하는 사람들은
'망년회'보다는 '송년회(送年會)를 추천합니다.
1년 동안, 우리와 함께 더불어 묵묵히 우리를 지켜봐 주었던
2017년.
그 '시간'도 우리에게 해 준 일이 있지 않을까요?
연인과 헤어져 너무 아팠지만
남의 말로 상처받고 너무 서운했지만
사업이 잘 안되어 너무 고달팠지만
묵묵한 시간 덕분에
이만큼 넘어오니 그 또한 소중한 '기억'으로 저장되고
다시 새로운 시간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언제나 우리 곁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흘러가며 우리와 함께 하는 시간,
그 속에 '2017년'이 있었습니다.
'2017년'에게 작별을 고합니다.
'2017년'을 송년(送年)합니다.
애많이 쓰셨네요,
수고 많으셨네요,
함께 해 주어 고맙습니다.
보석같은 우리말을 사랑해주시는 독자 여러분,
행복한 2018년, 새해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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